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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시대와 북한의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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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3.01.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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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극 '야인시대'가 시청자의 발목을 확실히 잡은 모양이다. LA에서도 비디오업계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한다. '야인시대'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풍운아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다.
그는 청산리 전투로 일본인의 간담을 서늘케 한 백야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려고 했으나 뜻이 좌절되자 종로 우미관을 중심으로 그야말로 〈거리의 독립군〉을 자처하며 주먹으로만 결판을 낸다. 신마적. 구마적. 마루오까 경부. 하야시 패 등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이겨나가는데 이 모두가 아무 무기 없이 맨주먹으로만 치른 낭만적인 싸움이라 더 호기심이 작동하는 지 모른다. 아니면 너무나 왜소해진 현대 남성들이 통쾌한 액션장면과 함께 의리와 사나이다운 호쾌함에 대리만족 하고 있을 수도 있다.

◎ 북한에도 대리만족?
이런 대리만족의 심사가 지금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은 현재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 하겠다고 우기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원을 전부 추방시키는 극도의 상황인데도 전혀 위험성을 감지하고 있지 않다.
또한 북한중앙방송은 지난 7일 "핵 프로그램에 대한 경제 제재는 전쟁을 의미한다"며 "이런 정책은 북한의 완벽한 고립을 겨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전쟁에는 자비가 없을 것이고 그러한 무자비한 행동은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즉 덤빌 테면 덤벼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오기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북한은 남한에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남한이 못 가진 핵을 가졌으니 좋다는 의견"이 많다.
얼마 전만 해도 상상을 할 수 없는 대단한 변화요 반응이다. 그리고 최근 한국은 북한이 저지르고 있는 서해도발이나 기타 위협에도 전혀 무반응이기도 하다. 오히려 북한에 관한 언급이 있는 미국영화 '007 어나더 데이'의 관람을 거부하고 반미 촛불시위를 계속 하고 있다. 즉 미군 장갑차에 치인 두 어린 여학생에 대한 추도와 소파개정에 대한 문제는 아예 뒤로 쳐졌고 반미와 미군철수와 같은 격렬한 구호가 더 요란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 햇볕에 외투를 벗은 측은 남(南)
어릴 때 돋보기로 종이를 태우는 장난을 해 보았을 것이다. 이 때 초점을 잘 맞추지 못하고 흔들리면 불이 일어나지 않는다. 정확한 조준이 핵심이다. 이 원리를 이용한 영화 '슈퍼맨 2'를 보면 악당이 무서운 안광을 가졌는데 돋보기처럼 조준하여 사물을 응시하면 불이 일어난다. 어느 날 악당이 유조차를 향해 자신의 안광을 쏘아 불을 내려할 때 슈퍼맨이 유조차의 백미러를 이용하여 악당의 안광에 도로 쏘아 처치한다.
한국의 안보의식이 이와 비슷한 상태이다. 즉 그동안 코트를 벗기기 위해 쏟은 햇볕에 북한은 오히려 더 코트 깃을 단단히 동여매었고 벗은 것은 남(南)측의 안보의식 같기만 하다. 어느 정도 민족의 공동체 의식은 갖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반미데모가 연일 일어난다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뉴스위크나 타임 같은 주간지에선 커버스토리로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지만 한국의 일반 여론은 덤덤하니까 말이다. 이건 연속극이 아니고 대리 만족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차가운 현실이다. '야인시대'와 북한 핵은 구분 지어져야 할 것이다.
▲ 지난 12월 31일 북한에서 추방된 IAEA 사찰단원인 제거된 봉인장치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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