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갔다와서 얘기하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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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갔다와서 얘기하자니까”
  • 김진이
  • 승인 2004.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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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중국적자들에 대해 병역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2월 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미국 시민권자인 박모(28)씨가 “징병검사 연기신청을 거부당하고 출국정지 조치를 받은 것은 부당하다”며 법무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박씨가 비록 미국에서 출생해 시민권을 획득했지만 아버지가 한국에서 살고 있으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현행법상 병역면제 대상인‘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거주하며 영주권을 얻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가 국외여행서를 받은 것으로 간주해 징병검사를 연기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밝혔다.

박씨는 1975년 부모가 미국 유학 중 출생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이듬해 부모와 함께 귀국해 중학교를 국내에서 마치고 혼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미국에서 고교, 대학교까지 마치고 미국에서 정착했지만 양쪽 국적 모두를 포기하지 안이 이중국적자가 됐다. 작년 2월 결혼 준비를 위해 잠시 한국에 들렀던 박씨는 군 입대 대상이라는 이유로 법무부로부터 출국정지 조치를 당했으며 징병검사도 받았다.  

작년 11월에는 외국계 회사 한국지사에 근무중인 34세 남성이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미국계 한국법인 지사장 홍모(34)씨가 “미국 시민권을 갖고 미국계 회사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만큼 병역을 면제해달라”며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병역법은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을 병역면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한국 국적 보유자자라도 가족과 함께 영구히 살기 위해 외국 영주권을 취득한 경우 거주이전 및 국적이탈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홍씨가 1993년 귀국한 뒤 줄곧 한국에 머물며 외국계 회사 근무를 이유로 수시로 국내외를 드나들었다면 가족과 국외에서 영구히 살기 위해 영주권을 획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홍씨는 69년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갖게 됐다. 71년 한국에 왔다가 83년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 고교와 대학을 졸업했으며 93년 귀국한 후 계속 국내에 살면서 97년부터 미국계 기업 한국지사장으로 일해 왔다. 홍씨는 업무 때문에 수시로 국내외를 드나들며 징병검사를 미뤄오다 병무청이 올해 1월 병역면제를 거부한다는 취지로 국외여행기간 연장불허 처분을 내리자 소송을 냈었다.    

병무청 국외자원관리과 문병민 과장은 “한국 호적에 등재된 경우 남자는 17세에 국적 선택을 하게 되고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경우 35세까지 병역의무를 지게된다”며 “홍씨의 경우 국내 호적이 있고 가족들도 모두 국내에 거주하고 있어 올해말까지는 병역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홍씨와 박씨는 한국 국적법상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가 없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이중국적을 인정하고 있는 경우. 국적법 제12조는 ‘대한민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함께 가지게 된 자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만 20세가 된 후에 이중국적자가 된 자는 그 때부터 2년내에 제13조 및 제14조의 규정에 의하여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여야 한다. 다만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자는 그 사유가 소멸된 때부터 2년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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