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洲이민100주년]⑤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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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洲이민100주년]⑤한인교회
  • 세계일보
  • 승인 2003.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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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생활의 중심지는 교회이다.
교회는 단순히 신앙을 위한 성전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등 한인 동포사회 활동의 산실이다. 미국에서 전반적으로 교회가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한인 교회는 날로 급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특정 지역 한인 인구 규모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교회 숫자가 이용되기도 한다.

미국 땅에서 이방인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한인 동포들은 교회로 모인다. 교회에서 이들은 미국 정착의 노하우를 배우고 취업과 사업 정보를 얻으며 자녀교육 정보를 교환한다. 또 구역별 예배 등을 통해 친교의 범위를 넓혀가고 교회를 통해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한인교회 성장="미국에 온 일본인은 두 사람만 모이면 회사를 설립한다. 중국인은 두 사람만 모이면 음식점을 낸다. 한국인은 두 사람만 모이면 교회를 세운다." 미국 한인 동포사회에 널리 떠도는 농담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기독교신문인 크리스천 투데이는 최근 미국내 한인교회가 3197개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904년 14개였던 한인교회가 100년만에 이처럼 양적으로 팽창했다. 2001년 10월 당시 미국내 한인교회는 2924개였으나 불과 1년 사이에 10.93% 늘어난 것이다.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한인교회는 4135개이며, 이 중 미국에 3197개가 있고 미국 이외의 지역에 938개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는 교회 이외에도 대학 등 신학 관련 기관 88개, 기도원이나 수양관 46개, 기독교 방송-신문사 31개가 있다.

조지 메이슨대학의 노영찬 교수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의 약 75%가 교회에 다니고 있으며, 이는 미국 평균 55%를 훨씬 웃도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로드 아일랜드대 김영춘 교수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목사가 1만5000명이며, 매년 약 1000명의 동포 신학대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약 1300개의 한인교회가 있고 약 5000명의 목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신학대 졸업생은 1500명쯤이고 신학대학원 졸업생도 400명선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프린스턴 신학대의 임혜빈 교수는 "로스앤젤레스 일원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의 82%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태어난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이렇게 한국 등 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건너온 사람들이 취업-자녀교육 등 일상생활의 애로를 해결하는 데 교회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한인교회는 동포사회 발전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한인교회의 한계=미국에서 한인교회는 한국어와 영어 등으로 나눠 예배 시간을 갖는다. 이민 1세대를 위해 한국어 예배가 있으며, 이민 1.5세나 2세를 위해 영어 예배가 진행된다. 최근 들어 영어 예배가 늘고 있다. 영어 예배를 보는 교회는 2000년 65곳, 2001년 242곳, 2002년 290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한인교회에는 한인 동포만 모이기 때문에 배타적인 성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한인들이 타민족이나 인종과 어울리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캐나다 레지나대의 오강남 교수는 "재미 한국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교리 측면에서 배타적이며 종교적인 다원주의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인교회 난립의 폐혜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한인 동포 목사들이 과잉 공급 상태를 보이고 있어 교회가 난립하고 교회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한인교회 신자들이 여전히 현세에서 축복을 받으려는 기복 신앙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미국내 한인교회의 급성장 현상은 장기적으로 결코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미국내 한인교회는 이민 1세에 의한, 1세를 위한, 1세의 교회"라며 "현재 1.5세와 2세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이 부쩍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향후 30년 이내에 한인교회의 10분 1쯤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민 100주년을 맞아 미국내 한인교회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워싱턴=국기연특파원 kuk@segye.com
[세계일보] 2003-01-07 () 11면 199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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