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선거’의 꽃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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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선거’의 꽃봉오리
  • 박경우 상하이총영사관 재외선거관
  • 승인 2012.08.3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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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필자는 남경(南京)시 거주 재외국민의 국외부재자 신고를 돕기 위해 자동차로 편도 4시간 거리의 남경한국상회를 방문했다. 비록 참석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총영사관까지 기꺼이 발품을 팔아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약속하는 우리 국민들이 거기에 있었다. 필자는 그곳에서 재외국민 모두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한결 같음을 느낄 수 있었다. 출장업무를 마치면 보통 퇴근시간이 되지만 다음날을 위해 저녁을 간단히 때우고 다시 서둘러 상하이로 돌아오기 일쑤다.

한낮에 39도를 오르내리는 것이 상하이의 여름 날씨인데, 지난 일요일 오전에는 교회, 오후에는 성당 입구에서 재외국민들에게 국외부재자 신고서를 나눠주며 제18대 대통령선거의 참여를 홍보했다. 특히 지난 국선 때 신고ㆍ신청을 했더라도 대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다시 신고ㆍ신청을 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중국은 특성상 재외국민 대부분이 국외부재자여서 상하이 전역의 한인식당, 한인단체 사무실을 수시 방문하여 신고서와 홍보물을 비치하고, 식당 주인, 단체 대표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줄 것을 신신 당부하고 있다. 또 한인언론사에 출장접수 일정을 매주 보도자료로 제공하고, 신고를 독려하는 기사를 게재해달라고 사정하느라 전화기는 늘 통화 중이다. 때론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출장업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손에 든 신고서를 한 장 한 장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필자는 금년에 처음으로 실시하는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의 재외선거를 자주 한 그루의 나무에 비유한다. 아직은 여러 가지로 불편해 재외국민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이 어린 나무를 우리는 사랑의 마음으로 물을 주고 다듬고 가꾸어야 한다. 이 어린 나무가 자라 나중에는 재외국민들이 낯선 외국에서 생활할 때 고국을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외선거가 앞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고려되어야 할 것이 있다. 상하이는 국외부재자가 대다수여서 공관에 가지 않고 우편 신고가 가능하지만, 영주권자가 많은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공관을 직접 방문해야 등록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 불편하다. 따라서 선거에 참여하고 싶지만 비용과 시간 등 현실적인 문제로 참여할 수 없는 재외선거인을 위해 국외부재자처럼 공관 직원이 순회하면서 등록신청을 접수할 수 있도록 하고, 영구명부제를 도입하여 한 번 등록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음 선거에서도 신청의 효력을 인정하며, 공관 외에도 투표소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재외국민 스스로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난 7월 22일 신고ㆍ신청이 개시되고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총선과 비교하여 신고ㆍ신청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재외국민의 관심이 높은 대통령선거라는 점, 총선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되는 재외선거라는 점 등을 생각하면 결과가 그리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신고ㆍ신청 마감일인 10월 20일까지 50여 일이 남았다. 늦지 않게 신고ㆍ신청하여 재외국민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재외선거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렇게 된다면 재외선거라는 나무가 마침내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꽃을 활짝 피워 향기로운 꽃향기를 널리 드리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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