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재외선거의 현장에서
상태바
역사적인 재외선거의 현장에서
  • 진승엽
  • 승인 2012.08.16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욕총영사관 재외선거관 진승엽

재외선거관이란 직책을 부여 받고 뉴욕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소임을 마치고 돌아갈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15개월여의 뉴욕 생활에서 왠지 모를 부담감과 두려움 속에 보낸 시간들이 많았음은 첫 실시된 재외선거를 차질 없이 관리하는 역할을 부여 받은 재외선거관으로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에 재외선거 관리체제를 구축하고, 선거관리요원을 훈련시키며, 신고․신청 접수를 위해 구축된 재외선거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국내에서도 도입된 적이 없는 투표용지 작성·교부 기계장치를 운용하는 등 재외선거 법정사무의 완벽한 관리를 위해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덧붙여 재외국민의 선거참여를 위한 홍보와 위법행위 예방·단속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재외선거관의 업무가 그리 녹록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런 힘겨운 과정들 속에서도 큰 사건, 사고 없이 재외선거를 치러낼 수 있었던 것은 많은 한인 동포들께서 재외선거관을 포함한 선거사무종사자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셨기 때문이다. 신고․신청 접수 및 홍보 과정에서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일부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들로부터 심한 말과 함께 가슴 아픈 충고도 들어야 하는 고역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총선이 끝난 후 국내 일부 언론의 낮은 참여율에 따른 재외선거관리의 고비용 문제 보도는 재외선거 현장에서 흘린 땀과 현실을 생각할 때 참으로 뼈아픈 내용이었으나, 오히려 현지 언론사를 중심으로 재외선관위 상설화 필요성과 재외국민의 실질적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을 정치권에 요구하는 계기도 되었다.

제19대 국회의원 재외선거의 전체 투표율 평균에도 미치지 않는 뉴욕 지역의 투표율은 필자에게 매우 곤혹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으나, 이 곳 현지의 실정을 감안할 때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여해 주신 영주권자는 물론 일시체류자인 재외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버팔로에서 투표 전날 출발하여 자동차로 8시간 넘게 달려와 소중한 권리를 행사한 재외국민, 펜실베니아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마감 시각 임박해 투표소에 도착하여 투표를 마치고 돌아간 유학생, 뉴저지에서 기차와 택시를 이용하여 투표소를 찾은 시각 장애 선거인, 30년 넘는 이민 생활 중 처음 투표한다며 어렵게 응한 인터뷰에서 조국에 감사하다고 울먹이던 어느 중년의 모습 등은 재외투표기간 6일 내내 볼 수 있었던 감동의 장면들이다.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재외선거가 종료된 후 재외국민의 실질적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 7월 22일부터 재외선거인 신고·신청이 시작되면서 제18대 대통령 재외선거의 막이 올랐다.

재외선거관으로서는 이제 마지막 시험대에 올라선 느낌이다. 지난 번 총선의 차분했던 분위기와 달리 대선에서는 정당의 당내경선 시기와 맞물려 정치인들의 지역 방문이 빈번해지고, 기존 단체는 물론 새로운 단체들이 우후죽순 설립되는 등 선거의 과열이 우려되는 가운데 많은 재외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한편, 공정한 선거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재외선거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그 절차적 정당성이 신뢰받지 못할 때 발생할 파급효과를 생각한다면 현장에서 재외선거사무를 관리하는 재외선거관의 업무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선거는 흔히 국가대사라 한다. 그래서 국내 선거사무는 선거관리주무기관인 선관위뿐만 아니라 선거관련 정부 부처 간 유기적인 협조와 역할을 통해 관리된다. 따라서 국외에서 치러지는 재외선거가 성공적으로 관리되기 위해서는 재외선거관의 노력 외에도 공관에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한인언론과 한인단체의 역할도 크다.

특히 한인사회의 여론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인언론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한인언론은 재외선거의 긍정적이고 밝은 면을 집중 취재 보도함으로써 재외국민들의 참여 열기를 높이고, 한인동포사회의 화합과 단합을 이끄는 견인차의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

한편, 국내와 달리 공관의 관할구역이 광활하고 재외국민이 거주하는 곳도 산재되어 있는 현실에서 재외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없으면 성공적인 재외선거의 실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표도 응원”이라는 광고 카피처럼 이번 제18대 대통령 재외선거가 보다 많은 재외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 속에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재외국민 모두의 뜨거운 응원을 기대한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