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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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길을 연다
  • 박상석
  • 승인 2012.08.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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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글학교 교사 연수 현장을 다녀왔다. 이틀 동안 현장에서 만난 한글학교 교사들의 표정은 정부가 주관하는 여느 행사 참석자들과 많이 달랐다. 빡빡하게 운영되는 연수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흥이 난 그들의 모습이 뜻밖이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제 구실을 못하는 냉방시설인데도 그랬다. 모처럼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를 보게 되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연수 참가자 대부분은 한글학교 교사들이다. 그들 중 일부의 경우, 정부가 학력을 인정하는 한국학교 교사들도 있지만, 그 비율은 크지 않다. 대개 학생수가 20명 남짓에서 100명 이내의 주말 한글학교들이다. 그들이 세운 3,500개 한글학교가 자라나는 차세대들에게 우리말과 글,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8일간의 연수를 모두 마친 한글학교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이 자리에서 교육현장의 어려운 여건을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포사회 내에서 운영되는 한글학교의 열악한 실상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수고를 위로하자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었다.

그런데 지도자들은 어려운 ‘재정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이 동포사회 구성원 전체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제 한인 커뮤니티도 정부에 의존만 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할 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글학교의 문제를 반드시 스스로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교재와 교구를 마련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은 학교가 많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예상치 못한 답변에 놀라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이 다시 말했다. “동포사회가 합심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 주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이 어디 있겠습니까?”

거대한 조직, 재정이 풍족한 동포단체일수록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정부 예산을 더 받아내려고 해마다 난리법석이지 않은가? 그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 아닌가? 이날의 일은 낯설고, 신선하며 충격적이었고, 놀라운…경험이었다. 그들의 진심을 온전히 확인한 그때서야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어려운 학교살림을 꾸려나가는 한글학교 교사들이 고된 교육일정 내내 왜 그토록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피우며 지냈는지 알 수 있었다.

동포사회 미래는 교육이 길을 연다. 동포사회 내일에 도전할 사람은 우리 아이들일 수밖에 없다. 누가 뭐래도 그것이 진실이다. 재외선거와 이중국적 확대도 좋고, 재외동포청 설치, 재외동포 정치적 영향력 확대 등… 다 좋다. 그런데 그것들 가운데 2세들의 정체성을 깨우쳐 주는 한글학교 교육보다 더 시급한 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모두는 빚을 지고 있다.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된다. 교육자로서의 사명감 하나로 지금까지 동분서주해온 ‘우리의 선생님'들에게 사죄부터 해야 옳을 일이다. 더 이상 귀 막지 말고 함께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서둘러 가야 할 길이다. 머뭇거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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