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보는 눈으로 다문화를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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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보는 눈으로 다문화를 본다면…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08.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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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코리안 문제, 보편적 관점서 접근 필요"
▲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학 교수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학교 교수는 10일 열린 '역사 영상 심포지엄'에서 '우리 역사의 재조명-재일코리안 역사 특별전에 즈음하여'를 발표하며, 재일코리안 문제가 갖고 있는 '인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더욱 광범위한 차원에서 이해시키고, 공감을 얻어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노무라 교수는 "본국에 사는 한국인에게나 일본에 사는 일본인에게나 재일코리안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이며 "그들의 경험은 일본과 조선이라는 테두리를 초월한 보편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에 대한 충성을 지나치게 강요 당하거나 관련 국가의 대립 속에서 부당하게 인권을 억압당하는 일 또한 과거 뿐만 아니라 지금도 재일코리안 이외의 소수민족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지연과 혈연을 기반으로 한 상호부조 속에서 생활의 정착을 위한 고전(苦戰), 고향에서 들여온 문화를 유지하려는 노력, 2세대들의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 사회적 상승을 막는 주류사회의 차별 등은 다른 다양한 민족의 이민자 집단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도노무라 교수는 이러한 '보편성' 뿐만 아니라 재일코리안이 갖고 있는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국제 노동력의 이동이 아니라 식민지 지배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당연히 처리됐어야 할 마땅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 등은 일반적인 이민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 재일코리안 역사의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 사진 왼쪽부터 김효순 전 한겨레신문 기자, 하코다 데쓰야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김종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고문,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이날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효순 전 한겨레신문 기자는 1992년부터 시작한 일본 특파원 생활에서 만난 재일동포들이 정체성을 둘러싸고 자기부정과 번민, 타협과 결단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들을 묘사하며, "석탄을 채굴한 뒤 쓸모가 없어 버려진 폐광석들이 쌓여 작은 산처럼 된 이른바 '보타야마'에 식민지 시대의 참혹했던 재일동포의 역사가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23년 넘게 특파원 생활을 하고 있는 '하코다 데쓰야'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은 "아시히 신문에 재일코리안 출신 기자들이 20여명 정도 근무하고 있다"며 재일코리안 출신 기자들을 '민족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기자', '민족문제보다는 보편적인 소수자 문제에 치중하는 기자'라는 두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납치문제를 포함한 북한문제 등 민감한 사안의 기사를 데스킹(Desking) 할 때, 일본 독자들이 보는 관점을 고려해 재일코리안 기자 명의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예컨대,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총리의 북한 방문을 통해 '평양선언'이 나왔을 때, 높이 평가할 부분이 충분히 있었지만 일본 내에서는 납치문제 등을 거론하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일코리안 기자들의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이 해결되는 것이 한일관계를 평가하는 또다른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0일 서울역사박물관 1층 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격랑 속에 펼친 재일동포의 삶과 꿈'이란 주제로 재일동포가 일본에서 생활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역사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인식되어 왔는지 살펴보고, 재일동포 문제와 한일관계의 발전적 미래도 함께 논의했다.

김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및 영화평론가는 '스크린에 나타난 재일한국인의 유형'으로 영화 '끝장판'(1957), '작은오빠'(1959)의 경우와 같이 우호적인 시각, '가야코를 위하여'(1984), '박치기'(2005) 등에서 보여지는 무시와 차별의 대상, '피와뼈'(2005)의 예처럼 부정적인 극복의 대상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일본사회에서의 재일동포들의 삶을 그린 수많은 유형의 영화들은 "역사에서 영원한 패자도 승자도 없다는 반면교사의 교훈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과거 장충체육관이 필리핀의 자금과 기술을 통해 지었졌다는 최근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역사적 현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한국으로 귀화한 사람이 지난해 1월 10만명을 넘어섰고, 2009년 한해만 보더라도 49개국 2만 5,044명의 외국인이 귀화를 했다"고 말하며 "이러한 시대에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전제로 재일동포를 보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남 연구위원은 "이자스민 의원에게 재일동포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라며 "이들의 눈을 통해 '민족'이라는 필터를 없애고 재일동포를 보려고 하면 결국 '이주민', '인권'이라는 것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일동포들이 받는 차별은 가슴 아파하면서도 내 주변에 벌어지는 이주 노동자와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는 둔감한 현실에서, 그리고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에 대해선 호감을 표하면서 일본으로 귀화한 재일동포에 대해선 그 개인의 생각보다는 차별과 추세를 먼저 이야기하는 현실에서 재일동포 100년의 삶과 역사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바라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재일동포와 관련한 용어 문제에 있어 김효순 전 기자는 '조총련'은 '총련'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고, 심포지엄 사회를 본 윤상인 한양대학교 교수는 '재일코리안'은 일본인들이 중립적 입장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며, '자이니치'(在日)는 민족에 얽매이지 않고 일본이라는 공간에서 사는 독립된 구성원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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