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대사관서 작곡가 백현주 연주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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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독대사관서 작곡가 백현주 연주회 열려
  • 나복찬 재외기자
  • 승인 2012.08.0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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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대금 합주… 한국문화예술 알려

작곡가 백현주의 가야금과 대금을 위한 신곡이 주독대사관 문화원에서 많은 손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12일 성황리에 발표됐다. 백 씨는 1970년 부산에서 출생, 부산대학에서 서양음악을 전공했고 서울예술종합학교에서 전통음악작곡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 작곡가 백현주의 가야금과 대금을 위한 신곡이 주독대사관 문화원에서 지난달 12일 발표됐다.
문화원에서 베를린 여성동포들을 상대로 가야금을 지도하고 있는 성유진씨가 가야금을 연주했고, 유렵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금연주자 유홍씨가 연주했다. 음악교육(Lehramtsstudium)을 전공했고 베를린 사물놀이팀 '수'의 단원인 베를린 한인 2세 신효진씨가 유창한 독일어와 한국어로 통역, 해설과 진행을 했다.

'아카시아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봄밤 개구리의 소리', '춘곤증', '봄맞이 대청소'라는 악장제목으로 작곡된 첫 연주곡 '봄날의 발견' 속에 담긴 단순하고 명쾌한 봄날의 여러가지 이미지가 가야금과 대금소리의 선율로 청중에게 전달됐다.

가야금 독주곡인 '그날 하루'는 백현주씨가 충격적이었던 어느 하루를 회상하며 놀람, 망연자실, 허탈, 슬픔, 분노, 헝클어진 마음을 담아낸 곡으로, 피아노연주자로서도 활동 중인 작곡가의 감각과 정서가 한국의 전통악기소리로 고정된 느낌이었다.

이 전통악기를 통한 현대음률을 12현 가야금에서 오른 손으로 내는 소리를 왼손이 위아래로 폭 넓게, 잘게, 처음은 굵게, 나중은 가늘게 떨거나, 소리를 아래로 점점 여리게 끌어내리거나 밀어올리고, 또한 점점 떨며 끌어 내리는 농현으로 노련한 연주를 한 성유진씨가 큰 박수를 받았다.

청중들은 전통대금산조의 부드러운 선율과는 전혀 다른 고음저음의 격차가 심한 대금을 위한 독주곡 '다른 시선' 을 연주한 유홍씨에게 열정적으로 화답했다.

잠재되어 있는 아리랑의 흥과 한을 노래한 '영천아리랑 가야금 변주곡'이 25현 가야금으로 연주됐고 유홍씨가 장구반주를 했다. 유홍씨가 중중모리, 중모리, 엇모리, 세마치 등의 장구리듬을 가야금의 아름다운 소리에 조화시켜 연주실의 분위기를 달궜다.

공연이 끝나고 부드러운 분위기 안에서 신효진씨가 진행한 작곡가와의 좌담회에서 백현주씨는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신곡발표회에 참석해주시고 진지한 모습으로 감상해 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 연주회를 준비한 주독문화원 측과 연주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한 청중이 가야금의 딱딱하고 질긴 줄을 뜯을 때 손가락에 진통이 올 것 같은데, 연주자들이 그 고통을 어떻게 감당해내는지 알고 싶다고 하자 백씨는 “국내에 훌륭한 가야금연주가가 많은 것처럼 가야금공부를 시작할 때는 힘들겠지만, 감당해 낼 수 있는 과정으로 본다”고 답했다.

백씨는 이어 일제총독정치의 혹독한 탄압을 피해 만주로 이주한 경북의 영천사람들이 이역만리 만주허허벌판에서 고향을 그리며 부르던 영천아리랑을 바탕삼아 변주곡을 창작했다며 역사를 의식하며 작업하는 예술인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조국의 독립을 꿈꾸던 선조들의 설움이 참으로 가슴 아프게 와 닿아서 이 곡을 작곡하게 되었다면서 만주지역에서 이주민생활을 해온 선조재외동포들의 아픔을 상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대학교와 부산교육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백씨는 북한민요의 하나로 전달된 영천아리랑과 강원도 아리랑의 구조를 설명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 영천아리랑 변주곡을 연주해주고 감상해 줌으로써 한국전통문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영천아리랑에 얽힌 역사가 국내외적으로 바르게 인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주독문화원(원장 윤종석)에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악기를 중심으로 작곡된 현대음악작품 연주회에서 2개 국어에 능통한 재독동포 후세가 작품해설과 통역을 한다. 이런 음악회는 현지인들에게 한국문화예술이해의 지평을 열어주는 한마당이며 국제적 문화교류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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