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 커플, 최초로 중앙부처서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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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북녀 커플, 최초로 중앙부처서 결혼식
  • 김태구 기자
  • 승인 2012.07.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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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행안부 등 지원으로 중앙공무원교육원서 화촉

탈북동포 여성과 남한의 남성이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공공기관을 결혼식장으로 무료 사용할 수 있게 한 후 처음으로 갖는 예식이다.

지난 2009년 12월 한국으로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인 조명희(36) 씨는 가정형편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미루다가 정부의 지원으로 지난 21일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조명희 씨는 8살 때 어머니를, 20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중 중국에서 물건을 떼와 북에서 팔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갔다.

기대했던 중국에서의 삶은 쉬운 게 아니었다. 물건을 떼 북에 갈 수도 없었고, 식당 일을 하며 하루하루 살면서 숨어 지내야 했다. 2006년 처음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그녀는 3년여 간의 준비 끝에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생활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어딜 가든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던 중 다니던 식당 직원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됐다.

11개월 된 아들을 둔 조명희 씨는 “인생의 가장 큰 행사를 나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 나라의 도움으로 치러 무척 기쁘다”며 “지금까지 받은 도움들을 앞으로 하나하나 갚으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혼식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예식 비용을 무료로 지원했고, 중앙공무원교육원은 과천시 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해 자원봉사자 모집을 통해 사진촬영·신부화장·주차안내·식당서빙 등을 지원하는 등 결혼식 비용 전액을 무료로 지원했다.

주례는 북한이탈주민의 첫 결혼식을 축하하는 의미로 이북5도위원회 김동명 함경북도지사가 맡았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오는 7~8월 중에 과천의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수원의 지방행정연수원에서 다문화가정 3쌍을 대상으로 추가로 무료 결혼식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합동결혼식을 상·하반기로 나눠 연 2회 정례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행안부 김일재 정책기획관은 “경제적 부담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다문화가정과 북한이탈주민 부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이번 결혼식을 지원하게 됐다”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사회의 취약계층에게 나눔과 봉사의 문화가 확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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