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한인회 조직개편과 회칙개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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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불한인회 조직개편과 회칙개정 시급하다
  • 오니바
  • 승인 2003.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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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29일에 열린 재불한인회 총회는 현 한인회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총회내용은 결산보고와 신임회장 선출이라는 일상적인 안건처리가 전부였다. 지난 총회에서 결의한 안건들의 시행내용 점검은 고사하고 새해를 위한 총회의 결의사항은 한 건도 다뤄지지 않았다.

  적어도 재불한인회 총회라면 한인사회와 관련되는 대내외적 주제들, 예를 들자면 새 대통령당선자에 대한 재불동포로서의 건의사항 결의나 한인회관 활용방안의 원칙마련 등 굵직한 주제들을 한 두건쯤은 다루고 결의사항을 채택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청일까.

  이런 주제들을 총회에서 다루자면 미리 임원회나 위원회에서 토론과 검토를 거쳐 초안을 마련해야하고 결의사항은 실행기구를 통해 실천돼야한다. 그러나 재불한인회 총회의 현실은 역부족이다.

  그 원인은 이날 이관영 전임회장의 인사말에서 읽을 수 있다. 이 회장은 생업을 미루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고생만 했지 별 다른 보람을 얻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대로 나간다면 2년 뒤에 신임회장으로 부터도 같은 회고를 들어야 할 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이 회장을 한다해도 회장 한 사람이 모든 책무를 맡아 뛰어다니고도 보람을 얻기 어려운 현 체제의 한계는 극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총회가 회장 한사람만을 선출하고 선출된 회장이 임원을 구성하는 현 조직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한인회의 현 조직체제를 서둘러 과감하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 총회가 기준에 따라 정해진 숫자의 임원들을 직접 선출하고 이들이 모인 임원회(Conseil)가 중심이 되는 체제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출된 임원들이 회장, 사무국장, 재무 그리고 위원회나 부서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물론 회장은 직접 선출 할 수도 있고 대안적인 방법은 다양하게 구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회장 혼자서 모든 책무를 감당하는 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명의 임원들이 함께 책무를 나누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처럼 선출된 회장이 혼자 임원을 혼자  임명하는 체제 아래서는 적합한 인물을 찾는 일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찾아서 임명한다해도 임원들 스스로가 책임과 권한에 대해 충분한 정당성과 인식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총회에서 직접 선출된 여러 명의 임원체제에서는 과제들을 놓고 함께 토론하고 책임을 나눠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줄 수 있다. 또 결정된 사항을 추진하기 위해서 여러 임원들이 함께 움직여줄 수 도 있다. 일부에서는 상근직원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현재의 예산규모에서는 논할 단계가 아니고 적절한 대안도 아니다

  이러한 조직개편과 더불어 한인회의 목적과 역할도 다시 정립해야한다. 이번 총회에서  신임회장에 당선된 김현주 후보의 정견발표를 들어보면 서글픈 심정마저 든다. 그는 구정에 떡 잔치 하고, 봄에 체육대회 열고 그 옛날 정겨웠던 불고기 파티의 부활을 외쳤다. 마을 친목회 회장후보도 이런 수준은 아닐 것이다. 요즘에는 친목의 의미를 고민하고 봉사활동도 논의하는 성숙한 시민들의 모임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김현주 신임회장은 한인회 회칙에 정해진 내용에 충실하려는 했는지도 모른다.

  한인회의 목적을 정의한 회칙 제2조에는 회원 상호간의 돈친과 상부상조를 도모한다는 규정이 나와 잇다. 이런 목적을 실천하기 위해 떡 잔치, 불고기 잔치, 체육대회 등등을 개최하는 것은 모두 가능한 수단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돈친을 위해 먹고 노는 방법 이외에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하는 궁색함과 무성의함이다. 그 다음에 언급된 한인사회의 창성발전에 전력을 다한다는 목적에 대해서는 창성발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자신의 해석도 생략한 채 후보는 여하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인회 회칙은  목적실현을 위해 제4조의 사업내용을 규정하고있다. 1. 상부상조 의식계발 및 정서순화의 기풍 진작을 목적한 재불한인야유회 (춘계개최)개최 2. 재불한인체육회와의 공동주관 재불한인체육대회 개최 및 제반 체육 활동지원 3. 한인문화 활동 및 학술활동 지원 4. 한불우호중진 사업지원 5. 대한민국의 평화통일 사업추진에 관계한 업무공조 6. ...기타 관련사업 등이다.

  다소 촌스럽기 조차한 이상의 규정을 놓고 보면 한인회의 역할은 야유회와 체육대회 준비단체 그리고 체육활동과 이것저것을 지원하는 지원단체로 정의된 셈이다. 이런 사업내용 규정 때문에 후보의 공약에 잔치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재불한인회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대표하는 단체라는 정의가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상식이 아닐까? 또 역할에 대해 정의한 개념들이 현실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구체적인 사업내용들은 총회와 임원회가 필요에 따라 정하는 것은 아닐까?  

  그 밖에 조직과 회원 등에 대한 규정들의 문제점들을 고려하면 회칙의  손질작업이 시급하다. 현재의 회칙은 처음 만들어 질 당시의 동포사회의 주어진 여건을 반영한 내용들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현재의 시각으로 비판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현실에 맞게 서둘러 고치는 일이 핵심과제다. 신임 김현주 회장이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선거공약인 구정 떡 잔치행사조직 보다는 확실히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총회에 참석자들 가운데는 상당수가 젊은 층들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실을 파악하고 한인회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일이 서둘러 요구된다. 요즘 한국정당들은 변화를 모색할 때 흔히 특별위원회를 만든다. 김 신임회장도 참고하기 바란다.

  김 회장이 구정 때까지 서둘러 할 일이 있다면 조직개혁과 역할 재정립을 위해 건전한 생각과 발상을 가진 인사들을 모아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동포들의 의견들을 구하는 일이다. 그리고 결론과 방향이 나오면 과감하게 실천해야한다. 신임회장은 이일에 시간을 우선 투자하기 바란다. 떡은 그 다음에 먹어도 늦지 않다.   하석건 편집위원

<김현주 씨 신임 재불한인회장에 선출>

  새로운 재불한인회장에 김현주(60세) 씨가 선출됐다. 지난 29일 열린 재불한인회 총회에서 김현주씨는 총투표참가자 71명중 42표를 얻었고 함께 입후보했던 김필영 후보는 26표를 얻었다(기권 3표).

  김현주 씨는 전남 여수 출생(1943년), 서강대학교 신방과를 졸업한 뒤 1976년부터 프랑스생활을 시작했다. 신임 김 회장은 후보정견발표에서 설날(구정)한인하례회, 체육대회, 한인야유회 등 재불한인들의 친목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관영 아카데미에서 열린 이날 총회에는 약 100여명의 한인들이 참가해 예년에 비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이관영 전임회장은 인사말에서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의 활성화를 통해 재불한인회의 새로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지난 2년 동안 노력했다고 회고한 뒤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참석한 회원들은 이관영 회장의 노고에 뜨거운 박수로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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