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매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동포출신 연예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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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매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동포출신 연예인들
  • 김정희 기자
  • 승인 2004.02.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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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서구문화 익히며 재능 키워  
병역, 취업제한기간 등 관심사로 부각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자라난 동포2세들의 국내 연예계 활동이 활발하다. 부모를 통해 한국의 정서를 느끼며 자란 동포2세들은 해외 생활에서 자유롭게 키워 온 끼를 인정받아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동포 출신 연예인들의 활동들과 그들만의 장점, 어려움들을 살펴본다<편집자글>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 출신 연예인들은 몇 명이나 될까?
기껏해야 잘 알려진 가수 몇 명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놀랍게도 그 수는 가수, 연기자 모델 등을 합쳐 약 200여명에 이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약 200여명의 연예인들 중 미국 출신 연예인이 거의 80%에 육박한다. 이들은 국내에 '아메리칸 드림' 열풍이 불 당시 부모를 따라 이민을 떠났거나 혹은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동포2세들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군입대 논란으로 온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유승준과 영화배우 김윤진, 원타임의 대니 등을 꼽을 수 있다. 영화배우 김윤진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가족들과 같이 어린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원타임의 대니는 1978년에 온 가족이 미국으로 건너가 그 후 2년 뒤인 1980년 미국 LA에서 태어났다.

특히 10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김윤진은 1997년 한국에서 데뷔한 이래 드라마,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펼치며 많은 상을 수상했다. 뛰어난 연기력과 영어실력을 모두 갖춘 그녀는 미국 ABC방송사에서 올 3월부터 방송 예정인 드라마 시리즈물에 출연할 예정이어서 미국 안방극장까지 연예인들이 진출하게 될 교두보를 마련하였다. 이 외에도 인기그룹 god의 대니, 박준형과 신화의 에릭, 앤디 등도 동포 출신 연예인 돌풍의 주역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개방적인 서구 문화, 빠른 적응력 등 장점

이처럼 동포 출신 연예인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들이 익숙하게 접한 서구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서구의 개방적이고 다양한 문화에 노출되었다. 때문에 한국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분야나 시도해보지 않은 분야에 대한 지식이 높고, 적응력도 훨씬 빠르다.

한편 해외 출신 연예인들이 제일 많이 데뷔한 1990년대 후반에는 국내 경제를 따라 연예계 역시 매우 침체되어 있던 시기다. 때문에 국내 연예 기획자들은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개선시킬 수 있는 참신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같은 국내 연예계의 상황은 외국에서 자신들의 끼를 발산할 곳을 찾고 있던 동포2세 연예인 지망생들과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한 예로 1995년에 '이 밤의 끝을 잡고' 라는 노래로 대중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R&B그룹 '솔리드'는 당시 기존의 몇몇 국내 음악인에 의해 시도되었던 R&B음악의 차원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는 평을 받으며 국내 R&B음악 활성화에 큰 기폭제가 되었다.

언어, 탁월한 리듬감 살려 가수 활동이 주류

하지만 해외 출신 연예인들의 활동분야를 살펴보면 연기자보다 가수의 수가 월등히 많다. 이들의 활동이 가수에 치중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언어'문제 때문이다. 가수는 곡을 받고 해당가사만 연습하여 부르면 되지만 배우는 대본을 받은 뒤 극의 상황을 이해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대사 하나 하나에 감정을 실어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매우 크다. 당연히 오랜 외국생활로 한국말이 익숙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힘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연기자 김민, 한고은은 처음 데뷔했을 때 어색한 말투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었다.

또 한가지 이들이 음악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대중음악의 뿌리가 바로 서양의 흑인 음악, 재즈 등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이 가운데서 자라난 2세들은 국내파에 비해 리듬감과 감각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이다. 흑인과 백인 모두의 음악을 듣고 즐기며 자라난 만큼 풍부한 소양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개방적인 문화속에서 자라난만큼 춤에서도 그 끼를 자유롭게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댄스 그룹이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음악계에서 이처럼 음악과 춤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동포 출신 연예인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최근 국내 연예인들의 해외 진출이 붐을 이루고 있는 분위기에 따라 한국말엔 서툴러도 외국어에는 능통한 이들은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병역, 취업기간 제한 등 국내 활동상 제약 심화

독특하고 개성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해외 출신 연예인들은 그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지만, 이들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병역을 비롯한 문제들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 정상급 가수의 위치까지 올랐던 가수 유승준이 2002년 1월 미국시민권 취득에 의한 병역기피 의혹 문제로 한국 연예계를 떠나면서 외국국적을 가진 남자 연예인들의 병역문제가 사회 이슈화되고 있다. 2003년 11월 병무청의 발표에 따르면 남자 연예인 중 국외영주권자나 이중국적을 지닌 시민권자가 연간 6개월이상 국내에 체류하면 병역의무가 바로 부과된다고 한다.

때문에 미국 영주권자인 JTL의 토니안과 신화의 에릭 앤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토니안은 2001년 영주권을 포기하고 징병신체검사를 받았고, 에릭과 앤디는 아직 영주권을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2002년에 모두 징병신체검사를 받은 상태다.
국내 남자 연예인들의 활동에 있어 큰 이슈인 병역문제를 피하기 위해 연예제작자들은 다소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동포 출신 연예인 발굴로 경지 침체 상황을 타개해 왔지만 이번 병역법 개정으로 인해 앞으로 이러한 방법도 여의치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몇몇 주에서는 대마초 흡연을 범법 행위로 간주하지 않고, 생산과 공급 행위만 처벌하기 때문에 대마초에 대한 경계심이 적은 해외출신 가수 몇 명이 이를 외국으로부터 직접 들여오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한 예로 재작년 인기 댄스그룹 코요태의 전 멤버이자 미국시민권자인 김구가 마약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결국 문화적 차이로 인한 독특한 매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충분히 이해되지 못한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동포의 경우 국내 취업 활동 제한 기간으로 인해 1년에 1~2회씩 해외를 다녀와야 한다는 것도 활동상의 어려움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해외 출신 연예인들은 각자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고국 땅에서 제2의 인생을 펼쳐가고 있다. 안방 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해외파 연예인들이 동포들과 고국을 잇는 다리 역할로, 한국 연예계의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주인공으로 자리잡아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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