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좌담회> 대한민국, 다문화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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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좌담회> 대한민국, 다문화사회인가?
  • 정리=김민수 기자
  • 승인 2012.05.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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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외국인 매년 20만 이상씩 증가…“단일민족 주장은 이제 무의미”

▲ 본지는 지난 14일 본사 회의실에서 ‘대한민국, 다문화사회인가’를 주제로 쟁점별 의견을 나누는 좌담회를 가졌다.

본지는 지난 14일 본사 회의실에서 ‘대한민국, 다문화사회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조항록 상명대 국제언어문화교육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원장, 권오현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안순화 생각나무BB센터 공동대표 4명이 토론자로 참가했다. <편집자>
▶좌담회 참석자
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원장
권오현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안순화 생각나무BB센터 공동대표
사회: 조항록 상명대 국제언어문화교육원 원장


“다문화가족, 불편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가족’”

사회 : 먼저 다문화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먼저 제기하고 싶다. 요즘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것인지, 그렇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말해 달라. 만약에 엄밀히 보아 다문화사회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 우리가 현재 말하는 다문화사회의 실체는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김 대표 : 한국 사회는 크게 변하고 있다. 첫째, 국내 외국인 체류자가 무려 143만명을 넘어 섰다는 것이고, 문제는 이 숫자가 앞으로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 최저출산율 국가의 하나라는 점이다. 지금의 출산율이 2300년까지 지속된다면 남한인구가 약 5만명으로 줄어 멸종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러면 인구부족, 노동력부족으로 외국인 500만명 시대가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다문화가정의 급증이다. 결혼하는 10쌍 중 1쌍은 외국인과의 결혼이고, 농촌의 경우는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다민족, 다인종 사회 즉 다문화사회를 인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미 한국사회도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게 옳다고 본다.
사회 : 일반적으로 학계에서는 가장 구성 비율이 높은 민족 이외의 구성원이 전체 인구의 20% 정도는 돼야 다문화사회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또는 논자에 따라 5% 이상은 돼야 한다는 말도 있다. 김 대표는 우리사회의 외국인 인구가 143만을 넘어 계속 증가할 것이기에 다문화사회로 인정해도 무리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 같다.
고 원장 : 국제결혼가정의 증가가 우리의 민감한 부분인 ‘혈연적 배타성’을 건드렸다고 본다. 우리는 혈통을 매우 중시하는데,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성들의 경우 35~40%가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 물론 숫자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인이라는 인식의 범주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로 사람들이 불편함을 드러내는데, 외국인근로자의 경우와는 달리 다문화가족은 불편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문화차이를 느껴도 그들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모국 문화도 이해하며 아이들에게 양쪽 문화를 가르쳐야하는구나 깨닫게 된다. 다문화가족을 통해서 오히려 외국인에 대한 시각이 넓어짐을 깨닫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문화가족 증가는 많은 사람이 이것(다문화)이 ‘나’와 관련된 문제라는 의식을 갖게 하고, 사람들이 다문화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것은 우리가 풀어야 하는 과제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본다.
▲ 조항록 상명대 국제언어문화교육원 원장
사회 : 수치상의 숫자보다도 그 안의 다문화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적 의미나 역할이란 측면에서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영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다문화사회에 도래했다고 보시는 것 같다.
안 대표 : 주변에서 다문화사회, 다문화사회 그러는데 아직 한국은 다문화사회가 아니라고 본다. 한국은 다문화가 아니라 다문화 출신 이민자들의 한국화를 기본 방침으로 정하고 다문화정책을 펼쳐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권 처장 : 우리사회가 다문화사회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1년에 체류외국인이 20만~30만씩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불과 몇 년 전 체류외국인이 100만이었는데 어느새 140만을 넘었다. 우리가 인정을 하건 안하건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이주민들의 문화가 섞여서 같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 요즘 제노포비아 현상이 있는데 이런 것들도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반응이라고 본다.
사회 : 학술적으로 우리사회가 다문화사회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음에도 이미 다문화사회라고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다문화’라는 용어는 2000년대 학계에서 조금씩 대두가 되다가 2006년 노무현 정권 때 범정부차원에서 결혼이주여성 대책이 논의되면서 현재의 다문화정책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게 됐다. 이런 과정 때문에 다문화 실체가 조금 부풀려진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 만약 우리가 진짜 다문화사회라면 국가정책부터 하위의 여러 분야까지 다문화적인 아젠다가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김 대표 :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하면 관광객이나 우리나라에 와서 돈벌고 돌아가는 외국인노동자만을 생각했다. 그런데 외국인이 가족구성원이 되니 충격이고, ‘단일민족이 깨진다’는 생각에 외국인혐오증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정부정책도 그 대상이 시대에 따라 외국인노동자에서 결혼이주여성으로, 다시 다문화로 바뀌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다. 외국인이 가족이 되는 것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또한 이들이 감싸야할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자, 모든 정부정책들이 결혼이민자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고 외국인노동자들은 갑자기 외면을 받게 됐다.
고 원장 : 아무리 외국인근로자가 늘어도 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에 맞춰서 정부가 다문화정책을 제공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었다. 하지만 가족으로 들어오니 그건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다문화가족을 받아들이면서 더불어 외국인근로자 문제도 고려할 수 있는 시점이 비로소 됐다고 본다.

“다문화사회 선언하면서 국민적 합의 도출할 시점 아닌가”

사회 : 우리사회가 정말 다문화사회인가에 대한 대담자들의 의견 잘 들었다. 아직 다문화라고 말하기에는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다문화사회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다문화사회는 결국 한국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적 다문화사회라는 개념의 정립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의견을 묻고 싶다.
김 대표 : 김대중 또는 노무현 정부와 같은 인권친화적인 정부가 있어서 문화 논의가 급속히 진행된 부분이 있다고 본다. 고용허가제 같은 제도도 빠르게 진행됐다. 또 외국인이 점점 많아지면서 외국인혐오증 같은 문제들이 반대급부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 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원장
권 처장 : 보통 노동취업비자를 가진 사람을 80만 정도로 본다. 작년까지만 해도 체류기간이 최대 4년 10개월로 그 기간을 다 채우면 모두 돌아가야 했다. 방문취업제로 오는 동포가 35만 정도고 고용허가제로 오는 동남아인은 23만 정도다. 그런데 이제 동포도 방문취업제로 입국했다가 기간을 다 채워도 자진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60세 이상은 재외동포비자를 발급받아 들어올 수 있다. 재외동포비자 발급요건도 완화되고 있다. 4년 10개월을 채우고 출국해도 다른 사람이 국내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출국했던 사람들이 재입국해서 다시 4년 10개월을 체류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제는 외국인이 짧게 몇 년 한국에 와서 일하고 가는 게 아니라 10년 정도 장기간 한국에 체류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따라서 결혼이주민에게 신경 쓰는 만큼 외국인근로자에게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또 한국적 다문화사회라는 말에서 ‘한국적’이라는 말과 ‘다문화’라는 말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인 것 같다. 시민단체에서는 한국의 외국인 관련 정책을 외국인을 체류 자격에 따라서 차별하는 정책이라고 본다. 가장 우대하는 것은 ‘투자자’이고 정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소위 ‘다문화가족’이지만 실상은 ‘결혼이주여성’이다. 통계적으로 결혼이주여성이 12만명 조금 넘는데, 결혼이주남성도 2만명을 넘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정책에서 결혼이주남성은 항상 배제돼 있었다. 한국적 다문화사회라는 말은 남성 중심, 혈통중심, 가부장적 사회를 기초로 하는 다문화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안 대표 : 나 같은 경우 중국동포이지만 내가 한국국적을 취득했다고 설명을 해도 그래도 교포가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직 결혼이주민을 완전한 한국 사람으로 받아주지 않으려는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특히 중국동포의 경우 조상이 같음에도 같은 한국 사람으로 받아들이질 않고 다문화가족은 피부색이 다른 동남아인들이라고 보니,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사회 : 안 대표의 경우나 주변의 결혼이민자 중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과 후의 행복지수 같은 것에 차이가 있는지?
안 대표 : 주변 친구들은 대체로 잘 살고 있지만 행복하게 산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일단 한국을 제 2의 고향으로 선택했고 자식도 있으니 마음을 잘 다스려 열심히 살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항상 이야기를 나눈다.

“무조건적 지원보다는 사회 적응에 필요한 것 선별 지원해야”

사회 : 처음에 한국인의 단일민족 특유의 배타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사실 그 특성이 어느 사회보다도 강한 편이다. 이런 사회에 이주민이 들어와서 생활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 권오현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
김 대표 :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한국남자가 외국여성과 결혼을 하면 6개월 만에 국적을 줬고, 그 자녀들도 한국 국적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여성이 외국남성과 결혼을 하면 외국남성에게 국적을 주지 않았고, 그 자녀도 국적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여성이 자신의 아버지 호적에 자식을 올려 모자지간이 형제지간이 되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한국적 다문화주의는 일부 존재한다고 본다. 외국의 경우 100년 이상의 오랜 기간을 거쳐 다문화사회가 형성됐지만 우리는 그 기간이 매우 짧다. 그 과정이 급속하다보니 장단점도 있다. 그런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서가 다문화정책에도 반영되어 한국식 다문화주의가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우리보다 먼저 다문화사회가 된 외국의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다문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 없잖아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 다문화사회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있다. 다문화가족에게 쓰이는 세금 문제도 그 중 하나라고 본다. 내가 본 설문은 모두 다문화가족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에 50% 이상 찬성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결혼이주여성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국민적 합의 없이 외국인근로자를 위해 세금이 쓰이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지금도 제노포비아 현상이 있지만, 그 이상의 사회적 갈등도 나타날 수 있는 있다고 본다.
김 대표 : 아무리 정부와 민간이 합의를 하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 해도 제노포비아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친 다문화적인 사회분위기가 형성돼 갈 때 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한국에서 임금체불, 산재 등을 당하고 한국인의 차별을 받고 귀국했을 때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 리 없다. 이것이야 말로 소탐대실이다.
고 원장 : 다문화 정책에 대한 합의를 하는 것과 다문화가족이라는 특정 대상을 드러내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문화가족’ 정책이라는 것은 ‘다문화’ 정책과 ‘가족’ 정책이라는 것 두 가지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분, 가족을 유지하고 가족이 기능할 수 있는 것의 어디까지 과연 국가가 책임을 질지 합의가 우선되야 한다. 그런 연 후에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언어가 다르고, 두 사람이 사전에 소통이 없어 이해가 부족한 경우라면 어떤 부분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다문화가족을 제외한 사회구성원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문화가족이라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과부하된 기능을 나누어야 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가족이기 때문에 지원받는다는 기본 전제위에 다문화가족이라 생기는 문제가 더해져 그에 맞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이루어질 수 있다. 같은 다문화가족이어도 모두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다문화가족만이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것 또한 아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혼합되다 보니 다문화가족지원에 대한 정책이나 예산은 실제로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 비다문화가족(ex: 한국인가족 중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에게 지원되는 정부 재원이 훨씬 많지만, 우리는 그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문화가족에게 지원되는 재원만 따로 떼어놓고, 단지 외국인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에게 들어가는 예산은 특별한 예산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 비교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문화라고 하는 것은 사회 전체시스템이 그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의 인식을 개선하거나 시스템 안에서 그것들에게 특별한 장애가 가지 않도록 다른 것을 개선하는 것, 그것은 외국인 정책과 함께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합의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사회 : 관점과 쟁점에 따른 인식 차이인 것 같다. 다문화가족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문화가족이 사회적 소수자이기에 복지정책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우에 따라서 다문화사회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고려해야 하는 계층이 생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가능하다고 본다.
고 원장 : 다문화가족 정책으로의 지원과 문화적인 다문화가족 지원이 있다 보니 일반인들로서는 왜 특별하게 다문화가족에게만 저런 지원이 있는가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역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사회 : 안 대표는 결혼이민자로서 정부라든가 시민단체, 기업 등에서 특별한 지원 또는 관리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안 대표 : 결혼이민자 지원이 많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작년에 딱 한번 김치 한 박스 받은 게 전부다. (웃음) 한 친구는 옆집 한국인가정과 매우 친했는데, 다문화가족에게만 돌아가는 지원 때문에 사이가 서먹해졌다고 한다. 다문화가족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의 경제적 여유와 상관없이 무조건 지원하기 보다는 한국 사회 정착에 꼭 필요한 것을 선별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어 교육 지원은 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다문화가족 자녀라 해서 한국인가정의 아이들은 하지 않는 영화 관람과 같은 역차별적 지원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그런 지원은 다문화가족의 자녀를 한국인가족 자녀와 구별하고 특별하게 여기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김 대표 : 예전에 크레파스의 살색 없애기 캠페인을 위해 그 문제를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했을 때 진정인 5명 중에 서양인 목사 2명이 포함돼 있었다. 담당자가 서양인은 차별과 무관한 듯 해 진정 이유를 물으니, 신부들은 “피부색이 까만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도 차별이지만 우리에게 특별히 잘해주는 것도 차별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잘못해주는 것만 차별이고 잘해주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방금 안 대표의 이야기에서 두 가지가 동시에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 : 다문화가족을 특수집단으로 분리해서 그 집단에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전달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일반 국민들의 보편적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지 의견을 묻고 싶다.
고 원장 : 사실 활동을 하다보면 다문화가족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비다문화가족들이 갖고 있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면 다문화가족의 아이들의 언어 발달이 조금 늦는 것에 대해 문제시 되는 경우가 있는데, 중도입국자녀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다문화가족 자녀의 경우 자녀양육에 다른 가족이 많이 참여한다면 한국어 발달이 뒤처지지 않는다. 한국말이 서툰 아이들이 많다면, 언어발달에 대한 지원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자녀양육에 엄마 이외의 가족이 참여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 :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을 대하는 시선이나 태도, 또는 정부의 정책 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권 처장 : 이주노동자들은 정부의 대책이나 한국인의 태도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더 매달린다. 체류기간 동안 돈을 벌어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에 다른 문제를 생각하기가 힘든 것이다. 다만, 결혼이주남성은 결혼이민자이면서 동시에 노동자이기 때문에 결혼이주여성 위주의 다문화정책들에 대해 아무래도 소외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아직도 결혼이주남성은 출입국당국이 의심하면서 기준자체를 매우 까다롭게 적용하기 때문에 영주권을 획득하거나 귀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사회 : 마지막으로 다문화사회로 진전돼가는 과정을 거부할 수 없고 우리 스스로도 거부하지 않는 그런 상태라 할 때, 결국 기존의 구성원은 물론이고 또 새로운 편입되는 이주민 모두다 상호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향해 간다는 것이 명제가 되는 것 같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모두 분야도 다르신데 각자가 생각하시는 우리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각자 생각을 말씀해주시길 바란다.
▲ 안순화 생각나무BB센터 공동대표
고 원장 : 다문화가족지원정책은 초기에는 결혼이주민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데 이분들이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자녀를 키우고 하다 보니 이제는 가족생애주기에 맞춰서 서비스를 진행하게 됐다. 그 다음에는 결혼이주민의 배우자와 그 가족들이 어떻게 이주민들을 받아들여야 하고 어떻게 같이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이제는 이들 다문화가족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자생력이 있는 건강한 가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어가 서툴 뿐이지 이들은 기존의 한국가족이 갖지 못하는 문화와 경험을 가진, 우리사회의 소중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가공하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듯이 우리가 다문화가족이라는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어 몰라 ‘불편함’있더라도 생활에 ‘어려움’ 없어야”

권 처장 : 앞서 언급된 사회적 합의는 매우 중요한 일이고, 그 합의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정부의 다문화정책은 결혼이민자들이 빨리 한국어를 배워 빨리 한국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한국어가 중요하지만 한국어를 잘 못해도 한국 생활에 ‘불편함’은 있어도 ‘어려움’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식으로 정부정책부터 바꿔야 국민들의 인식도 개선시키기가 더 쉽지 않나 싶다. 몇 년 전에 나왔던 공익광고가 있다. 한국인 아주머니가 옆집 결혼이민자 자녀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광고였다. 그 광고의 의도는 ‘우리는 이렇게 이웃이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겠지만, 실제 그 광고를 보고, “결혼이민자들은 아이 숙제도 못 봐주고 알림장도 봐주지 못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구나”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이런 식으로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만 대상화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외국인 혐오증이라든가 비판적 문제의식들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고 본다.
안 대표 : 그 때 그 공익광고를 가지고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서 토의한 적이 있는데, 결혼이민자를 너무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만 만든 것 같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아까 거론됐던 다문화가족에 쓰이는 세금에 대한 반감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결혼이민자들도 할 말이 있다. 우리 다문화가족도 세금을 내기 때문이다. 한국 가정과 다문화가족이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김 대표 : 한국 사회는 과대포장이나 과대억측이 많다고 본다. 얼마 전 수원 살인사건과 영등포 직업소개소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중국동포들을 모두 살인자로 치부하는 듯 한 여론이 있었다. 언론에서는 외국인 범죄가 점점 증가하고 흉포해진다 등의 기사들이 많이 나갔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10만 명 당 폭력사건 범죄가 676건인 반면 외국인 범죄는 10만 명 당 120여건으로 거의 5분의 1 수준이다. 그리고 외국인 범죄 발생률은 오히려 줄고 있다. 그런데도 외국인 강력 범죄 사건이 크게 보도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우선 한국인들이 외국인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부터 바꿔야 하지 않나 싶다. 인종차별적인 인식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다문화사회로서 한국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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