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인종차별금지법' 제정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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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인종차별금지법' 제정 검토해야"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05.1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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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 진입… '제노포비아' 확산 방지 정책 필요

국회입법조사처 조규범 조사관, '이슈와 논점' 통해 제기

외국인 노동자 대거 유입, 국제결혼 통한 이주민 증가 등으로 우리나라도 '제노포비아'(Xenophobia) 현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최근 수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와 관계가 깊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문화 사회로 본격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유럽 주요 국가들처럼 외국인 및 출입국 관리제도를 개선하고, '인종차별금지법'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 조규범 입법조사관은 15일 '제노포비아 현상에 대한 정책적 대응방향'이란 제목의 '이슈와 논점'(제451호)을 발표하며 "제노포비아 현상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갈등과 외교적인 마찰까지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예방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규범 조사관에 따르면 '인종주의'는 특정한 인종이나 민족이 다른 인종·민족보다 우월하다는 정서나 의식과 관련된 개념인 반면에 '제노포비아'는 인종이나 민족에 관계없이 '이질성'에 바탕을 둔 정서나 의식과 연관되는 개념이다.

조 조사관은 "제노포비아가 단순히 '외국인'이 아닌 '낯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제노포비아 현상 및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입국한 재외동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동포'와 이질적인 사회체제 속에서 생활하다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을 연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범죄와 관련해서는 "범죄에 대한 대응 및 처벌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지를 불문하고 범죄 자체에 대한 엄정한 대응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특정 사건이 외국인의 범죄이기 때문에 외국동포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무분별한 반감이나 혐오의 표시로 이어지는 현상은 사회통합을 위하여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조언했다.

제노포비아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곳은 유럽 지역이며, 2000년 이후로 무수한 사건들이 인종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영국, 프랑스 등의 국가는 '이민통제'와 '인종차별 억제'(또는 '동화정책')이라는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대규모 외국인들의 유입으로 제노포비아 현상이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영국 정부는 이민억제 정책을 집행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인종차별 억제정책(1965년 인종차별금지법 제정, 1976년 인종평등위원회 설치)을 실시해왔다.

프랑스는 국경강화를 통한 이민통제와 동화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동화정책은 1984년 '이민법'을 통해 제도화 됐다. 이민법에 따르면 3년 이상 프랑스에 거주한 모든 외국인은 10년 장기체류증을 발급받을 수 있고, 자동 갱신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주권 발급과도 같다.

독일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국적권 부여와 지방정치에서의 참정권 허용 등을 통해 외국인 통합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 거주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국적법은 혈통주의에서 벗어나 속지주의 요소들을 대폭 수용하는 획기적인 정책적 변화를 보여줬다.

조규범 조사관은 유럽 각국에서 '이민정책 강화'와 '인종차별 금지법 제정'을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두 가지 정책을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인종이 대등한 인간으로서 공존해야 하는 동료라는 사회적 인식과 확산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 및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규범 조사관은 특히 "북한이탈주민을 포함한 이주민들과 그 아동들이 안전하고 차별없는 교육을 받아야 하며, 학교생활 적응 실패가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는 정책도 제노포비아 현상 방지에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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