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재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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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재팬드림
  • 원 코리아
  • 승인 2004.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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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도쿄 아자부에 있는 한국 영사관에 두 번이나 갔다 왔다. 특별한 볼일이 있는 경우에도 1년에 한번 갈까 말까 한 영사관을 하루에 두 번이나 갔다 온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 선배로부터 갑작스러운 전화가 와서 일본에 돈 벌러 왔던 젊은 여자분이 일하던 가게에서 도망 나와 한국으로 귀국하려고 하는데 일본어도 모르고 길도 모르는 관계로, 또한 신변상의 불안으로 동행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같이 영사관에 가서 여권을 재발급 받는 일을 도운 것이다.



그런데 오전에 갔을 때는 당장 내일이면 여권이 재발급되는 관계로 내일 오전에 연락하고 오라고 하더니만, 오후 시간에 급하게 전화가 와서는 분실한 여권을 위조하여 이미 다른 사람이 출국을 하여 조사가 필요하니 다시 방문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그래서 오후에 다시 영사관을 방문하여 여러 가지 서류를 쓰고 확인절차를 거친 다음 일주일 정도 지나서 재발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무튼 이런 저런 사정으로 다음주에 다시 방문을 하기로 하고 돌아왔다.



아무튼 낯 모르는 젊은 여자와 두 번씩 영사관을 오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에 가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일본어도 알지 못하면서 무조건 일본으로 왔고, 일본에 도착하는 즉시 한국의 소개소를 통하여 미리 연락이 닿아있던 술집으로 갔다고 했다.



도쿄에서 3시간 정도 가는 동북의 조그만 도시에서 두 달간 동료 세 사람과 함께 일을 하였지만 월급은 커녕 동료 세 사람을 서로 감시하게 하고 한 사람이 중간에 월급문제 등으로 도망을 가자 그 사람을 잘 감시하지 못한 죄로 그 사람의 빚까지 떠 안아야 하는 불행을 당하였다고 한다.



일은 일대로 하고 이미 오면서부터 한국의 소개소에 술집 주인이 소개비를 지불했다는 이유로 얼마인지도 모르는 빚은 안고서 일을 해야 했고 월급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문제는 일본 도착 즉시 여권과 비행기 표를 압수 당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있다가 생일이라고 쇼핑을 하고 싶다고 10만 엔을 가불하여 도망을 쳤다고 했다.



도망을 쳐 도쿄로 와서는 친구 집에 며칠 머물다가 한국에 돌아가기 위해 도움을 청한 것이고 우연히 선배가 그 도움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맡게 되어 나를 동반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영사관에서 여권재발급을 신청하고 돌아왔을 때, 다시 연락이 와서 자신의 여권을 위조해 이미 출국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돈을 벌기 위해 왔지만 여권도 비행기표도 압수 당하고 돈도 없이 생활을 해야 했고 월급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어렵게 도쿄로 도주해 여권을 만들려고 하니 이미 자신의 여권을 위조해 출국한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이미 계획적인 행동이며 한국의 소개소와 일본의 술집이 미리 사전 계획을 하고서 사람을 모집하여 보내고 그들을 빚이라는 굴레를 씌우고는 일을 시킨 것이다.



처음부터 공짜로 일을 시키고, 여권과 비행기 표는 가짜를 만드는 브로커들에게 비싼 값으로 팔고 사람을 혹사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이런 허울 좋은 구슬림에 속아 일본에 오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것에 놀랐고, 여권도 비행기표도 압수해 팔아넘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에도 마음이 아팠다.  

  





P.S

안타깝게도 그는 다음날 술집주인에게 잡혀서 어디론가 끌려갔다.내일 아침부터 그를 찾아 도쿄 시내를 한번 둘러보려고 한다. 전화를 받고 눈물이 났다.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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