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이 오르면 나라(國)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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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이 오르면 나라(國)도 오른다"
  • 김태구 기자
  • 승인 2012.04.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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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민현식 국립국어원 신임원장

지난 13일 제9대 국립국어원장으로 민현식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취임했다. 그는 "국립국어원을 세계적인 언어 정책기관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취임 각오를 밝혔다. 민 신임원장은 또 '한국어의 세계화',  '국‧내외 학생들의 이중 언어교육' 등에 대해서도 국어교육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들려주었다. 

▲ 지난 13일, 제9대 국립국어원장으로 취임한 민현식 서울대 교수.
-국립국어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간단하게 소감을 말하자면.
:국립국어원은 조선시대 세종대왕 시절 보좌 기능을 했던 집현전이 정신적 모태로 최고의 언어 정책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적인 언어 정책 기관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국민에게 다가가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실용적인 어문정책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글학교, 한국어 학교, 세종학당 등 한국어 교육기관을 효율성 측면에서 통합하자는 목소리가 있는데.
:각 학교들의 역할과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통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통합하는 것을 강제하기 보다는 브랜드화를 통한 대표적인 이미지 구축 후 교육 대상의 특성에 따른 교육기관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자생하는 기관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이 바람직하다.

-중도입국 다문화가정 자녀들이나 조기유학을 간 한국 학생들이 언어 문제로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언어의 역할과 함께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언어란 스스로 사고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도구를 넘어 사회‧문화적 배경을 전승하고 자아정체성 형성과 사고력 확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억지로 모국어를 못 쓰게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언어 발달 환경을 조성해 언어를 통한 자주적‧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결혼의 증가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늘고 있는데,  이중언어 습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중언어(혹은 다중언어)는 단순히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 이러한 힘이 있는 이중언어 습득 인재들이 우리나라와 해당 국가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할 수도 있고, 잠재능력을 개발해 국제화 시대의 주역이 될 수도 있다. 단,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모어(한국어)유지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 문화의 유입으로 이제는 외래어 상호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일상 대화에 영어가 자연스레 사용되기도 하는데.

▲ 민현식 국립국어원장. "언어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정체성 형성과 사고력 확장, 나아가 전통문화 전승과 나라발전의 기초"라고 말하고 있다.
:여러 나라들은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도 자국 문화와 언어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한글이라는 자랑스러운 고유 문자가 있으므로 이를 사용하는데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요즘 청소년들이 잘못된 언어 표현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곧 가족구성원 간의 대화 단절과 세대 간 격차로 이어져 국가 전체적으로도 문제시 되고 있다.

독립운동가 주시경 선생께서는 “문명 강대국은 모두 자기 나라의 문자를 사용한다”고 말씀하시며 “말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亡言亡國)”라는 속뜻을 담아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른다(興言興國)”는 말씀을 하셨는데 국립국어원은 이 말씀을 국어정책의 표어로 내세웠다. 국가발전의 기반은 곧 문화이고 그 문화의 기초가 바로 언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올바른 국어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어와 한글 등 국어교육에 힘쓰며 기억에 남을 만한 일화가 있다면.
:최근 강의를 하다 보면 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오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그중에 한국 학생들보다 더 예절바른 문체 형식으로 메일을 보내오는 중국인 유학생의 예의바른 모습, 한국에 와서 신앙을 가지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돌아간 학생 등이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는 국내 학생들의 글씨체가 오히려 외국 학생들보다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씁쓸한 얘기지만 그것도 기억에 남아 내게 국어교육의 과제를 던져 준다.

-대학 강의를 하며 주로 어떤 점을 강조하는지.
:한국어는 8천만이 쓰는 대국언어라는 점, 선진국민은 선진 국어생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학생들이 한국어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 까짓 거 쉽지’하는 생각으로 국어 공부에 소홀히 하는데, 앞서 언급한대로 기본적인 글씨체조차 엉망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전통문화를 중시하는 중국이나 일본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서예가 밑바탕이 되어 글씨에 힘이 있다. 글씨는 정서발달이나 인지발달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허나 초등교육부터 ‘유치원에서 이미 다 배우고 왔겠지’하는 생각에 글씨 쓰는 교육부터 소홀히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재외동포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한민족은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전통 있는 민족이다. 특히 한국어와 한글은 매우 우수한 말과 글로, 해외에 계시는 동포분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모국어를 소중히 보전하셨으면 한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세종학교 등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기관을 잘 활용해주셨으면 한다.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한국인이 살고 있는 모습에서 한국인의 투지를 느낄 수 있다. 서로 잘 화합하고 단결된 모습을 보여 앞으로도 국제화를 선도하는 주자로서 세계적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를 한 재외동포들의 선전과 성공을 기원한다.

세계속의 한국어, 한글의 세계화 등 우리나라의 말과 글도 한류(韓流)의 흐름에 따라 점차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이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즐기면서 덩달아 외국어를 익혔던 우리나라의 모습과 비슷하다.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른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의 말과 글을 소중히 여기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계속되는 한류의 바람은 물론 대한민국의 발전에도 바람이 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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