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ACT회사와 전산예약 개척한 우성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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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ACT회사와 전산예약 개척한 우성화씨
  • 토론토 인터넷 신문
  • 승인 2004.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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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 잘 웃지 않아요. 함부로 웃다가는 미인계로 비지니스 한다는 악성 루머에 시달리기 십상이지요."전산망을 통해 공연.운동경기.영화표를 예매하는 ㈜티켓링크의 우성화(禹星華.40)대표. 그는 사진촬영을 위해 활짝 웃어보라는 요청에 웃음 대신 여성 CEO로서 겪었던 애환을 쏟아냈다.

"예약 문화란 말도, 여성 경영인이란 말도 다 생소하던 시절에 시작했어요. 한국에 예약문화를 뿌리내리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차분하고 깔끔한 인상. 신뢰감과 전문성이 느껴지는 말솜씨. 맨손으로 시작해 연간 5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CEO답게 그는 인터뷰 내내 한치도 빈틈없는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숙명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그가 티켓링크를 설립하기까지는 참 사연이 많았다. 졸업 1년 후 이벤트 회사를 차렸는데 번번이 티켓 판매가 문제였다. 티켓마다 검인 도장을 일일리 손으로 찍고 예매처를 찾아다니며 표를 배포해야했다. 분실도 많아 담당 직원이 사표를 내밀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뉴욕 브로드웨이의 출장길에서 컴퓨터 티켓팅 시스템을 발견하고 "이거다" 싶었단다. 시스템 도입을 위해 2년간 30여개국을 돌아다녔다.


LA에서는 지진을, 시카고에서는 섭씨 영하 40도의 혹한을 만나 부모님의 애간장을 태웠다. 한글로 전환이 가능한 캐나다 ACT사의 프로그램을 겨우 발견했지만 그 회사는 기술 이전을 거절했다.

"회사 사장이 88서울올림픽 홍보물에서 민속촌의 물동이를 인 여인과 초가집을 기억하곤 한국을 아프리카 비슷하게 생각하더군요." 이후 태평양을 건너기를 10여차례. 우대표의 열정에 감복한 캐나다 ACT사가 "OK"를 했다.

우대표는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당장 돈이 없으니 로열티는 줄 수 없고 나중에 성공하면 회사지분의 5%를 주겠다"고 제안했던 것. 1천만불(당시 70억원 상당)을 투자해 기술 개발을 했던 ACT사는 어이없어 했지만 그의 끈질긴 설득에 단돈 1달러를 받고 99년간 기술을 전수해준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우대표는 "후에 사장이 한국에 와 발전상을 보고 가슴을 쳤다"며 아껴뒀던 웃음을 웃었다.

하지만 난관은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엔 공연장.영화관 등이 티켓 전산 판매를 외면했던 것. 96년 티켓링크를 설립할 때만 해도 인터넷은 커녕 전산망도 잘 구비돼있지 않던 시절이었다. 관람객들도 매표소에 와서 직접 표를 사야 안심을 했다.

"발이 닳도록 공연장과 영화관 등을 방문해 설득했지요. 저만 보면 도망가던 한 영화관 사장님은 요즘엔 저의 팬이 됐어요." 예매처에 컴퓨터를 사다주고 전산망을 깔며 기술교육까지 직접 했다. 때문에 2002년까지 적자를 면치못했다. 그 와중에 전산망이 다운돼 1천장의 야구경기 표값을 물어주는 사고 등도 겪어야했다.

97년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경쟁해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입장권 통합전산망 업체로 선정됐다. "뒤에 든든한 백이 있다더라" "미인계를 썼다"는 등의 음해가 난무했지만 우대표는 실력이라는 정공법으로 이를 헤쳐나왔다. "거래업체 사람과는 저녁식사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성을 키웠지요." 그의 능력을 알고 난 뒤엔 대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앞다투어 투자했다.

일에 빠져 사느라 결혼도 미뤘던 그는 젊은 싱글 여성이 겪어야하는 마음고생에 화가 나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단다. 명지대 교수로 재직 중인 남편 최환수(43)씨와는 컨설팅을 받기위해 만났다가 35살에 결혼해 '평생 컨설팅'을 받게됐다.

현재 티켓링크사는 국내 티켓 예약시장의 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한 티켓수만 해도 약7천만장. 수십억원대의 순수입도 올렸다. ACT의 시스템이 한국과 잘 맞지 않아 자체 기술개발도 해냈고 올부터는 해외 공연 예약도 하고 있다.

"네살된 아들을 봐주시는 어머니께서는 최근까지도 일 그만하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며칠 전 '네 회사가 꽤 유망할 것 같다'고 하시데요. 그럼 저도 꽤 괜찮은 일을 하고 있는거죠?"그의 입가에 또 한번의 미소가 번졌다. @2004 아이코리안
0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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