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보는 세상인식] 호주 한인 자영업, 성공 비결은?
상태바
[시드니에서 보는 세상인식] 호주 한인 자영업, 성공 비결은?
  • 호주 동아닷컴
  • 승인 2004.02.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에 있을 때 읽은 한 기사에 따르면, 거기 한인들의 자영업 종사 비율은 다른 이민자 집단보다 높다. 그 이유로서 한인들은 남의 밑에서 일하기를 싫어한다는 점을 들었다.

벌써 30여년도 더 된 시절 얘기이다. 그 때 뉴욕에는 대표적인 한인 식품점으로는 삼복 (三福)외에 한 두개가 있었던 것 같다. 교민 수가 얼마 안됐다. 지금은 그 몆 십배로 늘어 났다. 그렇다면 지금의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L.A.)의 한인 자영업의 비율은 그때보다 훨씬 높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여기나 미국의 한인 기업 관련 공식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 인용할 만한 몆 가지 자료는 있다.

미국 한인사회를 연구해온 민병갑 교수에 의하면 L.A.가 위치한 남가주 지역 한인 세대주 중 자영업 종사자 비율이 1973년 25%에서 1977년 40%로 늘어났다. 1986년 그가 한 조사에 나타난 L.A.시의 한인 자영업자 비율은 53%였다.

그 후 1988년 가을 그가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뉴욕 거주 결혼한 한인 남자의 61%가, 또 결혼한 한인 여자의 49%가 자영업자 였다. 교포 수가 적은 다른 지역까지 포함한 미국 전체로는 35% 정도일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2002년 초 조선일보가 보도한 [미국 이민 100년] 특집에 따르면 코리안 아메리칸의 75%가 뉴욕, L.A., 워싱톤, 샌프란시스코, 휴스톤, 시카고 등 대도시와 주변 지역에 모여 살고, 이들의 50% 이상이 자영업을 하고 있었다.

여기 호주 한인들의 자기 사업 비율도 비슷하게 높다고 생각된다. 위에서 말한 바 자영업을 택하는 이유인 '남의 밑에서 일하기 싫어함'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매사에 자신감있고 독립적이어서 '자신이 장이 되어야 하는' (Being your own boss) 사람이 있을테고, 영어에 자신이 없어 그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자신이 장이 되는' 자기 사업(own business)을 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가 하면 리스크도 크다. 남의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고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실패의 확률도 높다.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책자들을 읽어보면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여기에 나타난 바, 자영업을 선택하기 전에 적성 테스트를 위하여 자문자답해야 할 사항 몇가지를 들어보자.



(1) 나는 창의력을 갖고 일을 만드는 사람 (self-starter)인가?

(2) 나는 일을 잘 조직해 나가는 사람인가?

(3) 자신감이 강하고 친화력있는 성격의 소유자인가?

(4) 남의 충고나 자문에 귀를 잘 기울이는 쪽인가?

(5)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와 결단력을 가졌는가?

(6) 리더쉽 능력 (직원의 채용과 해고, 그들에 대한 동기 부여)을 갖추었는가? 대화 능력, 대외 교섭 능력이 좋은가?

(7) 해당 사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익혔는가?



이런 적성 테스트에는 물론 기업을 하게 되는 나라의 사회경제적 여건도 함께 고여해야한다. 예를 들어 같은 자질과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미국과 호주와 중국 어디에서 일으키느냐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땅짚고 헤험치던 시설 미련을 버려야

성공적인 기업을 위한 조건으로 거론 되는 사항은 그 외에도 많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기업 경영 관련 책들이 그런 조건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칼럼에서 책에서야 물론, 기업인들 간 대화에서도 잘 거론되지 않는, 이민자들의 자기 사업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 하나를 들어보고자 한다.

다름이 아니라 이민자가 느끼는 거주국 생활에 대한 만족도이다. 주재국에서의 자신의 장래에 대한 전망(비관, 낙관 등)이라고 말해도 된다.

문헌을 읽어보면 미국의 이민 관련 사회학자들이 월남, 중국, 인도, 필립핀 등 아시아계 이민자 집단을 상대로 '앞으로 10년 후 미국 생활의 장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민 전보다 낳아질 것이라고 보십니가, 아닙니까?'식의 문항으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러한 문항이 깔고 있는 전제는 장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민자는 거주국에서의 삶에 만족하게 마련이고, 그럼으로써 강한 동기의식을 갖고 하는 일에 노력을 쏟아 붓게 된다는 가정(假定)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대부분인 집단은 성장과 발전이 더 빠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 반대의 결과는 물론 반대이다.

호주 한인 사회를 상대로 이런 만족도 비교 조사를 누가 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런 조사를 해본다면, 여기 한인들의 상황은 다른 아시아인 집단에 비하여 별로 좋지 않을 것으로 느껴진다.

나는 여기에 살면서 많은 교민들과 대화를 하면서 지내는 편인데, 그들 가운데 이민을 잘못왔다고 말하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자영업을 하는 한인들 가운데 는 사업할 맛이 안난다는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여러 가지이지만, 공통점 하나는 돈 벌 기회가 한국보다 썩 좋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최근까지 부동산 붐이 또 다시 일어났었다. 아파트 하나 잘 사고 팔아 몆억원 대의 횡재를 하고,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발표하기까지 일으니 호주로 떠나오기 전 30년전의 과거가 지금도 되풀이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뉴스를 접하며 '돈은 한국에 가서 벌어야 해'라고 한탄하는 여기 한인들의 심정도 이해할만하다.

사업의 이익률이 낮은 호주에서 가게를 벌이는 대부분 한인들은 부녀자들을 동원해서 꾸려나가야 한다. 한국에서 돈 벌어 관광 온 친지들이 보고 '이민 와서 겨우 저 정도인가?'하는 눈초리로 대하면 자존심이 팍 상한다. 떨어진 호주화 가치를 생각하면 여기 한인들이 받는 평균 년봉이 한국에서보다 낮다.

영주 귀국한 예도 적지 않지만, 자녀와 아내, 또는 자녀만 남겨 놓고 한국에 이미 가 있거나 갈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한국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사는 여기 한인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호주에서 사업에 성공할 수 없고 뿌리를 굳건히 내리기는 힘들다.

이게 월남이나 중국 이민자 집단과 비하여 다른 한인 사회의 특징이 아닌가 한다.

고국자랑

여기에서 주목해야야 할 중요한 사실은 해외 한인사회의 장래는 고국의 사정에 따라 알게 모르게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한국의 재외동포 관련 학자나 실무자들 간 전혀 거론된 적이 없으며, 당연히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에 고려되어 있지 않다.

한 예를 들어보겠다. 고국의 재외동포정책에는 동포의 정체성 유지와 민족 유대 강화를 위한다며 해외 동포들을 불러 들여 고국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현저히 많다. 모천제(母川祭)와 산업 시찰과 같은 그럴 듯한 말로 표현되는 이런 프로그램은 고국이 이처럼 잘사게 됐다고 과시함으로써 자칫 해외에서 큰 돈은 못벌어도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며 사는 이들로 하여금 '이민 잘못왔다'는 허상을 갖게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잘 따져보면 '잘사게 됐다'는 이 홍보도 모순이 많다. 나는 한국에 나가면 서울의 중심가인 강남에서 지하철로 1시간 반 (역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2시간까지도)은 걸리는 안산의 일부 지역에서 묵는다. 여기에는 빈집이 많아 불과 얼마에 전세나 월세로 내놓겠다는 안내가 여기 저기 붙어 있다. 20평 정도의 연립주택이면 4천만원 (호주와 6만불도 안된다) 정도에 살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강남의 개포동, 일원동, 양재동 등 지역의 13평, 30평 짜리 아파트 값은 3-6억원을 호가한다. 그런 차액이 나는데는 거리 요인이 있지만, 그와 함께 잘사는 지역에는 집중적으로 시설 투자를 하고 가난한 지역은 버려두는 정책이 그렇게 만든다.

가령 내가 묵는 지역에는 큰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분주한 산업도로 주변에 서민 들이 많이 모여 산다. 이들이 시장을 보기 위하여 이 길을 수시로 건너다녀야 하는데 노약자와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군데군데 구름다리 시설을 해 놓는다면 가난한 인명이 억을하게 희생되는 일이 줄 것이다. 그러자면 국제 교류와 시찰이라며 관리들이 나와 쓰는 돈, 상류층들이 잘 살게 됐다며 관광 나와 쓰는 돈을 아껴야 하고, 정부 고소득자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 돈은 누구의 돈이 됐든 나라의 돈이다. 그 대신 병원과 도서관도 더 많이 더 고르게 지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잘 살게 됐다고 자랑해야 할 것이다.

재외동포 정책 가운데는 '성공한 교포'를 포상하기 위한 '해외동포상'이나 고국 방문 프로가 있는데, 이런 선정 기준도 미국, 캐나다, 호주 할 것없이 큰 직함을 가졌어도 내실 없는 인사보다도 소리없이 현지에서 작은 기업을 잘 키워나가는 현지 한인 소시민들을 장려하는 쪽으로 정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해외 한인경제가 건실히 자랄 것이다.



김삼오/본지 편집고문, 한호지역문제연구소장,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sokim@hojudonga.com
2004/01/03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