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제로'…동포사회 뿔났다
상태바
비례대표 '제로'…동포사회 뿔났다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03.28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주총연·민단·대양주총연·월드옥타, '실망·유감' 한 목소리

이번 총선에서 양대 정당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재외동포를 대표할 수 있는 비례대표 후보를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지난 20일,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후보 46명 발표에 이어 민주통합당도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40명을 확정·발표했다. 새누리당이 이공계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배치했다면, 민주당 비례대표 명단에는 대체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대거 포진됐다.

공천반납, 취소, 후보사퇴 등으로 선관위에 최종 등록된 20개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는 총 188명(정원 54명/경쟁률 3.5:1)이다. 정당별 등록후보자 수는 △새누리당 44명 △민주통합당 38명 △자유선진당 16명 △통합진보당 20명 △창조한국당 4명 △국민생각 7명 △가자!대국민중심당 7명 △친박연합 4명 △국민행복당 6명 △기독당 8명 △녹색당 3명 △대한국당 3명 등이다.

올해 총선부터 재외선거가 처음 실시됨에 따라 재외동포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도 최소 1~2명은 비례대표 후보로 배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민주통합당 세계한인민주회의 정광일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4.11총선에서 재외동포 비례대표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상당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역시 최종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면면을 보면 재외동포를 실질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후보는 없었다.

통합진보당 비례후보로서 재일동포 2세인 강종헌(60) 와세다대학 객원교수(한국문제연구소 대표·비례 18번), 자유선진당의 장동학 (전)미 실리콘밸리 한미상공회의소 회장(비례 12번) 등이 눈에 띄지만 비례순위로 봐서 당선은 희박하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재외선거 등록률이 낮다는 인식이 각 정당 공천심사위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낮은 등록률은 총선에 대한 무관심을 의미하는 것이고, 굳이 총선에서 재외동포들을 의식해 비례대표를 배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배희철 회장은 "재외선거 선거인등록 과정에서 우편등록이 가능하도록 강력히 요구했지만 정치권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는 각 정당들이 애당초 재외동포 대표를 낼 의지가 없었다는 반증이다"고 주장했다.

동포사회 "동포 기대 저버린 배신… 사과해야"
"재외국민은 소중한 자산… 관심과 배려 필요"

이번 총선 과정에서 해외 동포들의 열망이 반영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동포사회는 실망을 넘어 분노로 이어졌다.

미주총연(총회장 유진철)은 지난 21일 '재미동포 비례대표 명단 배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명단에 재외동포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재미동포 비례대표 배제와 관련해 "여야를 막론하고 미주 250만 한인을 대표할 인사를 단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동포들의 기대를 저버린 배신행위이자 동포들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재외국민들의 애환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인사가 국회에 등용될 길을 정당이 보장하지 않는다면 동포들의 목소리가 국회에 제대로 전달될 수 없다는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미주총연은 각 정당에 △재외동포 비례대표 배제에 대한 사과 △서병수 의원과 김성곤 의원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재외동포위원장직 사퇴 △재외동포들의 목소리가 국회에 바르게 전달될 수 있는 대안 제시 등을 요구했다.

재일본대한민국단 중앙본부 기획실 배철은 차장은 "일부 당에서 재일동포 비례대표를 냈으나 유감스럽게도 하위후보라서 당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모처럼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할수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배 차장은 "이번 재외선거가 재일동포, 특히 젊은 새대들이 한국의 여러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동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다음 기회에 좀 더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해외동포경제인 단체인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OKTA) 권병하 회장은 "이번에 국회의원 공천과 관련해 재외국민에 대한 무관심을 볼 수 있어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정치권의) 재외국민에 대한 관심 부족에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올 지에 대해서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글로벌 시대에 있어 재외국민은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에 소중한 자산이라 생각한다"며 "우수한 해외인력이며, 지역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는 재외국민들에 대해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오바마 미 대통령이 세계은행 총재로 추천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동포사회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있다"며 "혈연, 지연, 학연의 도움조차 기대할 수 없는 이국 땅에서 난관을 극복하고 우뚝선 인재들이야 말로 조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자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양주한인회총연합회 홍영표 회장은 "정치권이나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은 한마디로 미래를 내다보는 중장기적인 전략이나 종합적인 기획안이 없는 시늉만 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홍 회장은 "재외동포의 참정권 허용도 헌법소원 결과의 부산물"이라며 "관련 선거법도 실질적인 선거참여를 독려하는 제도이기는커녕 비행기를 타고 와야하는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제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홍 회장은 "재외동포의 권익과 복지, 권리를 대표하는 직능 비례대표를 정치권에서 공천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해외동포 모두가 가지고 있던 희망이고 바람이었다"며 "이번에 재외동포 비례대표를 내지 않음으로 인해 동포들은 고국에 대한 실망, 좌절감 등 심리적으로 소외 의식을 크게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회장은 "하지만 이번 일로 고국의 정치권과 해외동포사회 간에 골이 깊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