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외국경력은 '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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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외국경력은 '휴지'
  • 캐나다 한국일보
  • 승인 2004.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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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에서 엔지니어 관련 학위를 3개나 이수한 후 18년간 사업체를 운영하던 거밋 뱀브라씨는 3년전 더 큰 꿈을 안고 토론토로 이민을 결심했으나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련한 직업을 구할 수 없었다.

이민전 월드뱅크가 지원하는 수질관리 및 개발 프로젝트에서 중책을 맡기도 했던 뱀브라씨는 품위단정하고 호감가는 인상은 물론 영어구사력까지 나무랄 데 없지만 국내 경력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온주전문엔지니어(The Professional Engineers of Ontario)는 국내에서 1년 이상의 경력을 쌓지 않을 경우 엔지니어 자격증을 지급하지 않으며, 자격증 없이는 18년 이상의 화려한 모국 경력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는 수 없이 경력을 쌓기 위해 지난 사스(SARS)사태 기간동안 자원봉사일을 해온 뱀브라씨는 결국 온주전문엔지니어 기준점수를 넘지 못한 채 케냐로 돌아갔다. 이후 지난해 다시 토론토로 돌아온 그녀는 이제는 엔지니어가 아닌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는 투자가로 활동하지만 정부에서 나의 진정한 전문분야를 허락했었더라면 국내 경제에도 커다란 이득이었을 것』이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뱀브라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민자들이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토론토대학 법학부는 30일 사회학자 및 법학과 교수·의사·관련업무 정부직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민자들의 취업난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취업난을 겪고 있는 이민자들 가운데는 불리하게 대우를 받는다는 이유로 인권침해를 호소하거나 법적대응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토론토대의 한 법학과 교수는 이민자들의 취업에 대한 연방이민성의 이민정책과 주정부의 이민규정이 서로 어긋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주가 기술이민자들을 유치하고자 하는 이유는 기술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기술인력들이 모국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94∼2000년 사이 온주내 이민자들 가운데 73%가 엔지니어 또는 엔지니어기술자였다. 그러나 온주에서 엔지니어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으려면 관련시험을 치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국내 교육기관에서의 학위를 이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Saturday/Sunday, Jan 31/Feb 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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