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와 재외동포 자녀의 한국어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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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와 재외동포 자녀의 한국어 능력
  • 조항록 본지 편집위원
  • 승인 2012.03.1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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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국제언어문화교육원장)

 우리나라는 재외동포의 수도 많지만 동포 후손에 대하여 혈통어(heritage language)를 전승시키고자 노력하는 민족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동포 후손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국가적 차원, 민족의 차원, 현지 교민 사회의 차원, 개인적 차원 등 여러 면에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의미를 갖는다. 이제 와서 재외동포 후손에 대한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은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필자는 이미 수없이 강조되어 온 재외동포 후손에 대한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현시대 전지구적 추세인 글로벌화의 진전과 관련하여 되새겨 보고자 한다.

  현 시대를 지칭하는 화두는 다양하다. 글로벌 시대라든가 정보화 시대라든가 지식 기반 사회라든가 하는 것처럼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전지구적 특성은 다양하게 도출된다. 그 중에서도 현 시대 인류 사회의 변화를 가장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글로벌 시대를 꼽는 이들이 많다. 글로벌 시대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오랫동안 인위적으로 쳐 놓았던 최대의 행동 반경인 국경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전지구를 사고와 행동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대부분의 인간은 국경으로 한정지어지는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고 협력하였다. 그래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도 국민으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키우는 일에 초점이 놓여졌다. 여기에 이데올로기가 작용할 땐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내부 단결력이 주요한 목표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데올로기가 사라지고 교통, 통신이 발달하면서 국경의 개념은 무의미해져 가고 있다. 여권과 티켓만 있으면 어느 지역이든 드나들 수 있고 책상 앞에 앉아서 전세계 오지 곳곳도 여행할 수 있고 세계인 모두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이제는 모바일 통신이 발달하고 SNS가 보편화되면서 깨어 있는 모든 순간 우리는 전세계와 맞닿아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싸고 좋은 원료가 있다면 국경을 넘어 전세계 어디에서든 가져오고 노동 인력도 기업의 논리에 따라 외국에서 얼마든지 들여올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하여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국경에 관계없이 세계 곳곳에 내다 팔면서 한 국가의 기업이 아닌 세계의 기업이 되곤 한다. 심지어 한국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사회의 가장 기초 단위인 가족의 구성조차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이루어지는 일이 예사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는 국경을 넘는 순간 맞닥뜨리는 생소한 언어와 문화이다. 국경을 넘는 일은 쉬워졌지만 그들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은 예나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우리는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하나의 언어가 아닌 두 개, 세 개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모어(제1언어)가 아닌 또다른 언어 능력은 개인적 영역에서도 중요하지만 직장 활동과 같은 사회적 영역에서는 더욱 중요해진다. 현 시대의 또다른 특징인 정보화와 지식기반화가 가속화되면서 언어는 이를 담아 내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에 현시대에 지구를 무대로 활동하고자 하는 일들에게 언어 능력을 갖추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아무리 외국어가 중요하다 해도 하나 이상의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고도의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여기에 교육 접근성이나 교육 공급의 효율성 등도 중요 변인이 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한 언어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선택하여 집중하게 된다. 그리 해도 일생 동안 하나의 외국어조차 자유자재로 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논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2~3세까지는 언어 흡수력이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에게 있어 언어 습득과 언어 사용을 지배하는 뇌의 발달이 활발하며 급속한 사회화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언어적 소통의 강력한 욕구는 몇몇 언어에 동시에 노출된다 해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생리적 메카니즘을 이끌어낸다. 결국 단일 언어로 이루어지는 정보 처리 체계가 굳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언어를 흡수하고 자아정체성도 점점 굳어지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어를 제1언어로 하지 않지만 한국어에 쉽게 노출되고 교육 접근성이나 학습 환경이 확보되어 있는 동포 사회에서 우리의 동포 후손이 한국어를 배우는 일은 전생애 최고의 자산을 얻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학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한국인으로서의 얼과 정신은 한민족의 후손으로서의 자아정체성 형성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결국 재외동포 후손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우리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의 지향점이 되어 있는 모국과의 연계, 현지 사회에서의 성공적 삶의 영위를 모두 가능하게 해 주는 중요한 가능을 수행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시대에 우리 후손들은 소중한 자산이 언어 능력의 확대를 자연스럽게 달성하는 일이 된다. 전에 비하여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역할이 증대되면서 한국어 사용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을 직시한다면, 한국어 능력의 확보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기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기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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