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교육을 위한 인식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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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교육을 위한 인식의 전환
  • 장창기 편집위원
  • 승인 2012.03.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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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국가와 민족 간의 지리적, 문화적, 정치적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국경을 초월한 다양한 인적, 물적 교류의 확대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재외 동포 사회에도 영향을 끼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많은 영역에서 모국과 거주국 간의 활발한 교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민족 이주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시기별, 대륙별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진 이주의 역사는 이제 지리적, 문화적, 정치적 국경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장(場, fields)을 형성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변화 양상에도 불구하고 ‘재외동포 교육’의 차원에서는 ‘정체성’의 문제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이민 1세대가 거주 기간과 상관없이 대체로 강한 모국 지향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반해, 2~3세 이후(특히 거주국에서 태어나고 자란)세대들에게서는 모국의 문화적 유산과 거주국의 국민정체성이 혼용된 이중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를 외국어로, 한국문화를 외국문화로 이해하는 세대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중의 정체성을 지닌 후속세대들은 한편으로는 모국과 거주국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방황하는 주변인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양국을 매개하는 교량역할을 하거나 나아가 이중 언어와 이중 문화에 대한 이해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창조적 리더쉽을 발휘하면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들 이민 후속세대에게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 역사를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하겠다. 이들이 소속감을 잃은 ‘주변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 질서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와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은 재외동포 사회 뿐 아니라 국내에서 재외동포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주목하여 공주대학교에서는 지난 2007년에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한민족교육문화원’이라는 학내 총장 부속기관을 설립하여 지금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한민족 관련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지난 60여 년간 한국의 대표적인 중등교원양성 교육기관(사범대학)으로서 축적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매년 전 세계의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재외동포 및 외국인을 위한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 결과 2010년 공주시가 한국 정부로부터 한민족 특구로 지정을 받아 정부·충청남도·공주시·공주대학교가 협력하여 한민족 사업을 위한 호텔식 기숙사, 최신 설비의 강의실, 식당 및 조리실습실 및 컨벤션센터 등 기반 시설 조성을 위한 막대한 국가 예산을 마련해 집행 중에 있다. 향후 공주대학교가 명실상부한 한민족과 재외동포교육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공주대학교는 2008년 국립 국제교육원으로부터 ‘재외동포 장·단기 모국수학과정’ 사업 위탁기관으로 선정되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613명의 수료생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교육과정은 순수 재외동포를 위한 국내 유일의 교육과정으로 전 세계에 있는 재외동포와 그들의 자녀들이 한국어, 한국사, 한국문화 학습 뿐 아니라 다양한 현장·체험활동을 통해 모국의 발전상과 한민족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국내외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 대학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지원체계도 마련하여 희망자의 대부분이 국내대학에 입학하여 부모님의 나라에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세계 각국의 수료생들을 이어주는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지속적인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재외동포와 그들의 후속세대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대한민국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다. 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여 정치적, 일회적인 지원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차츰 수혜의 범위를 넓혀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 사회의 경쟁 구도 속에서 재외동포 사회와 모국과의 보다 활발한 교류와 소통이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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