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선거 등록률 5%, 어떻게 해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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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선거 등록률 5%, 어떻게 해석해야?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02.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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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선거는 애물단지" VS "결코 낮지 않은 수치"

선거홍보, 등록절차 등 제도적 개선은 필수

4월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재외선거 등록률을 분석했을 때, 영주권자 등록률은 극히 저조했고, 부재자 등록률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즉 등록한 재외국민 가운데 영주권자인 재외선거인에 비해 유학생, 주재원 등 단기체류자인 국외부재자의 수가 훨씬 많았다는 의미다.

재외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마감일이 다가올 수록 등록하는 재외국민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7일) 등록률에서 1~2%정도 상승한 5~6%정도에서 재외선거 총선 최종 등록률이 마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외국민선거 등록률이 5~6%대로 마감된다고 가정할 때 이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종 등록률을 높게 평가하든 그렇지 않든 중요한 것은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다.

◇등록률 5%에 대한 상반된 해석=재외선관위에 따르면 제19대 국회의원 재외선거관리 최종 예산은 185억 7,20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여기에 운영비, 계도 및 홍보비 등을 추가하면 재외국민선거에서 국회의원 선거만 213억여원이 소요된다.

일부 언론들은 "외교통상부와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9월, 158개 재외공관에 재외선관위를 설치했으며 관련 예산만 수백억원을 배정했다"며 "선거 등록률이 4~5% 수준에 그칠 경우 1인당 투표비용은 내국인 대비 10배 수준인 19만원에서 24만까지 달한다"으로 분석했다.

또한 저조한 선거등록률은 예상과 다르게 이번 총선에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고, 비용 대비 실효성을 따질 때 재외선거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내국인의 경우, 1인당 투표비용은 17대 대선이 3,870원, 18대 총선은 8,427원이었고, 올해 총선은 아무리 높게 잡더라도 2만원대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곧 재외선거 등록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내국인 선거비용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선규 선거연수원 교수는 재외한인학회가 주최한 연례학술회에서 "선거는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가장 최소한의 정치적 절차이므로 어떠한 상황에서든 비용을 불문하고 선거는 도입·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재외선거는 재외국민의 보다 고차원적인 권리로서 참정권을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하는 획기적인 제도"라는 의견이다.

김종법 서울대 교수는 "무엇보다 거의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관리와 홍보 수준에서 보면 이 정도의 등록률은 향후 제도 개선 여지에 따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요건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등록률을 높일 수 있는 선결요건으로 "우선 현재 등록된 재외국민 선거인명부를 데이타 베이스화 하여 향후 지속적으로 갱신과 보강만으로 관리를 가능하게 해야하며, 향후 발생할 신규 재외국민 선거인 명부는 출국 과정에서 이미 걸러내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재외국민에게 제한적이고 특정한 등록기간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공관을 이용할때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단기적 제도개선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먼저 국내 선거법 개정을 통하여 해외에서나 국내에서 동일한 수준과 강도로 홍보와 관리가 가능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선 관심도 저하 및 홍보 부족 문제=영주권자들의 등록률이 단기체류자들에 비해 낮은 결정적 이유는 타국에서의 긴 이민생활로 한국 정치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총선보다는 대선에서의 관심도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이며 등록률도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배희철 회장은 "총선에 대한 동포들의 관심도가 낮은 것도 원인이지만 선관위의 소극적인 홍보전략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 회장은 "특히 미주지역의 경우, 한인회장을 포함해 시민권을 가진 동포들이 상당수인데 한인회 주도의 선거홍보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종법 교수도 "총선과 달리 대선에서는 지금보다 더 나은 등록률을 유지할 것이고,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재외공관이나 특정 단체가 주도하는 재외국민선거관리와 홍보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무엇보다도 홍보 면에서 재외국민으로서 이중국적을 갖고 있지 않은 동포들을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벌여야 할 것이며, 해외동포들이 자주 다니는 곳, 한국식품점이나 식당 그리고 종교시설 및 각종 동포단체들을 거점으로 홍보활동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적어도 홍보만큼은 인터넷 등을 통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등록절차, 공정성 등 제도적 개선 시급=이번에 등록률이 5%대에 그친 것은 유학생·주재원 등 단기체류자들은 우편이나 현장 등록이 가능한 반면에 영주권자들은 반드시 직접 공관을 방문해 등록을 해야하는 절차적 규정이 영주권자들의 등록률을 떨어뜨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독일 아헨이라는 지역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독일교육 관련 글들을 쓰고 있는 파워블로거(http://pssyyt.tistory.com), 박성숙 씨는 "선거인 등록을 하고 투표하는 비용이 교통비만 따져도 적게는 10만원에서 50만원이 든다"며 "한국에서는 바로 집 옆에 투표소가 있어도 외면하는 사람들이 허다한 마당에 한 번 투표하는데 자기 돈을 50만원이나 들여야 한다면 누가 하겠냐"며 지적했다.

박성숙 씨는 "100명이 움직이는 것보다 1명이 움직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며 "공관에서 공무원들이 노트북 하나들고 한 도시에 하루만 찾아와도 해결될 수 있도록 재외선거인 등록절차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재외국민의 총선에 대한 관심 부족도 있지만 현지 공관에서만 이뤄지는 재외선거인 등록과 투표행사 등 불합리한 재외선거 절차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12월 대선은 물론 이후 지속적으로 실시되는 선거를 위해서라도 제도적 개선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김종법 교수는 "다양한 개선책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국내에서 적용하는 선거법이나 선거관리의 포괄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대선의 경우, 이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삼당히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제도 개선과 준비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김 교수는 "재외국민선거를 담당하는 전문기관을 법무부, 외교통상부, 선거관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설립해야 한다"며 "이 부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고, 특정한 해외동포단체나 이익단체 등으로부터 공정성을 담보받을 수 있는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재외선거와 IT를 결합하는 것과 관련해 김 교수는 "은행이나 공공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는 공인인증서 제도를 담보로 '해외투표인증서'와 같은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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