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신문에 온 편지> 재일동포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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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신문에 온 편지> 재일동포 김희정
  • 김희정
  • 승인 2012.01.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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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 희정 입니다.

구정 설은 잘 보내셨나요?

2012년에는 소원하시던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시고 많이 행복한 한 해되시길 진심으로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메일 드립니다.

"엄마, 사랑해요~"

어제 구정 설 아침에 들은 이 행복한 한 마디에 저는 가슴이 찡~ 해 오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1년 전 부터 중국에 혼자 유학가서 공부하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짜리 아들이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와서 제게 해 준 말입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이기에 저도 낯선 타국 땅에서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힘들고 벅찼을텐데 더욱 씩씩해져서 돌아온 영특한 아들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엄마, 다른 아이들은 반항기라고 말도 잘 안 듣고 막 반항 하는데 나는 왜 엄마, 아빠 말 잘 듣는지 알아요?"

"왜?

"엄마, 아빠가 매일 매일 열심히 일하는데도, 우리 집이 너무 가난하니까..."하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어린아이 눈에도 제가 늦게까지 일하고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고 그런 부모에게 자기까지 속 상하게 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하지만 아이로 부터 의외의 말을 듣고 순간 저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본에서는 전세라는 개념이 없어서 집을 사던가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하는데 몇 달 전에 제가 하던 일이 조금 어렵게 되었고 살고 있던 아파트 월세도 좀 부담스러워져서 작은 아이가 중국에 가 있는 사이에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없는 사이에 더 작고 낡은 집으로 집이 바뀌었으니 아이가 보기에 우리 집 형편이 매우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어린아이에게 그런 걱정까지 하게 한 것이 미안하고 안쓰러워서 얼른 씩씩하게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걱정 하지마, 현아. 엄마 사실은 엄청 부자야. 낭비하지 않고 절약하며 사는 것이 좋은 생활 습관이니까 일부러 검소하게 사는 거란다."

아이가 믿든 말든 밝은 목소리로 말해주고 그 날 저녁에는 나베요리를 준비해서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앉아 즐거운 식사를 했습니다.

부모의 열심히 사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거울이 되겠지만 아이의 말을 듣고서 아이들이 어른들의 거울이 된다는 사실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아무튼 오랫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는데 TV에서 이지메로 자살한 아이의 뉴스가 흘러나왔습니다.

뉴스를 보며 고1 큰 아들이 말했습니다. " 도대체, 사람들이 왜 그러는 거지?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아이의 심리도 모르겠고 그걸로 자살하는 아이의 마음도 모르겠어.나는 사는게 매일 매일 즐거운데...죽을 용기로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나는 인류를 위해 무엇을 발명할 것인가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스스로 죽는 다는 것은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하고 말하자 작은 아들도 얼른 덩달아서 "나도! 나도. 매일 재미있고 신나는데....."하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부모로서 특별히 해 준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반에서 공부도 잘 하고 남을 잘 배려하며 학교 생활도 잘 하고 있는 기특한 두 아이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저는 너무나도 감사해서 마음 속으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신은 모든 것을 다 주시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있듯이 그동안 살면서 경제적 어려움도 마음 고생도 많이 겪었지만 이렇게 사려심도 깊고 건강하고 밝은 아이들로 잘 자라주고 있는 두 아들이 있기에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감을 맛 보며 저 또한 열심히 살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생겨 나는 것이고, 또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가질 수 있는 것이겠지요.

올 해는 가족사랑, 자신 사랑, 주변 사랑하기를 테마로 삼고 더욱 "사랑하는 일"에 마음을 모으며 살고 싶네요.

2012년 한 해를 마무리 할 즈음엔 후회하는 마음보다 멋지게 산 자신이 기특해서 스스로 어깨를 토닥거려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도록 잘 소통하는 삶으로 남을 먼저 배려하면서 열심히 살고 싶다고 다짐해 보는 2012년 구정 이틑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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