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부터 ‘온정’까지... 울고 웃은 동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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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부터 ‘온정’까지... 울고 웃은 동포사회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12.26 20: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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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선정 '2011년 재외동포 10대 뉴스'

한인단체 ‘갈등’과 '통합'

미주지역 한인단체들이 분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미주지역 한인회 연합단체인 미주총연의 분열은 지난 5월 김재권 후보가 유진철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이긴 회장 선거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초 7월 공식임기를 시작할 예정이었던 김재권 당선자에 대해 유진철 후보 측이 “15만 달러 수표를 받았다”며 ‘금권선거’시비를 제기한 것이다. 김 당선자는 “위로금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미주총연 측은 지난 6월 30일 임시총회를 열고 유진철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유진철 후보는 신임회장으로 신속한 행보를 보임과 동시에 7월 14일 김재권 후보를 상대로 ‘미주총연 명칭과 로고 사용 및 활동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지난 11월 4일 “사실상 유진철 후보가 정식 회장으로서 모든 적법한 권한을 갖는다”는 취지의 재판 결과를 도출했다. 이에 김재권 후보 측이 다시 항소함으로써 미주총연 사태는 항소심 진행 결과에 따라 결정될 상황이다.

이외에도 미주지역은 미주체전을 주관해왔던 재미대한체육회가 내부분열에 휩싸이면서 일부 체육회만으로 체전을 치룬 초유의 결과를 낳았다. 미주지역 최대 상공인단체인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는 가장 최근인 지난 11월 세계한상대회 현장에서 이정형 회장과 권석대 회장 측으로 양분됐다. 상공인총연 회원들은 재단 측에 문제해결을 요구했지만, 재단을 비롯 한상대회운영위원회 등은 “내부적 문제 해결”을 원칙으로 하고 “분열이 마무리되지 않는 단체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인회·상공인·문화예술 등 각 분야 한인단체들이 일제히 분열에 휩싸인 가운데 미주지역 한인단체들의 분열이 본국에서까지 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11년 한 해 동안 동포사회에 일었던 통합의 움직임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실상 2011년을 ‘통합의 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각 지역에서 진통 끝 화합을 이끌어내는 한인단체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진통을 겪었던 유럽한인회총연합회는 박종범 회장을 필두로 새로운 조직과 기존의 조직을 연합해 정상화했다. 11월 18일 열린 박종범 회장의 취임식에는 김다현 전 재유럽한인총연합회 회장이 참석함으로써 화합의 상징적인 모습을 보였다. 1년 가까이 분란을 노출시켰던 LA한인회 역시 지난 5월 스칼렛엄 회장과 박요한 LA새한인회 회장이 공동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갈등을 마무리했다.

이 외에도 올 한 해 동안 동포사회와 관계한 주요뉴스들이 재외동포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본지가 선정한 10대뉴스를 소개한다.


재외선거 참정권 재개

2007년, 헌법재판소는 마침내 210만여 재외국민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인정하는 법률적 결정을 내렸다. 그로부터 4년만인 올해 마침내 역사적인 재외선거인 사전등록이 지난 11월 18일 시작됐다. 이번 사전등록은 2012년 4월 실시되는 총선에 앞서 재외선거인의 사실상 투표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선거인등록 한달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 등록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해 내외적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재외국민 유권자는 2012년 2월 11일까지 사전 선거인등록을 갖게 된다.


한미FTA 타결…동포사회 환영

11월 22일 한미FTA 비준안이 우리 국회를 통과함에따라 그동안 FTA 타결을 염원해 왔던 미주 동포사회를 비롯한 재외동포사회는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본지에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를 통해 205명의 응답자 중 178명이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미FTA 타결로 인해 대다수가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는 재미동포사회는 적잖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한미FTA가 신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우리 정부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체결됐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한다”는 의견도 일부 동포사회에서 제기됐다.


65세 이상 이중국적 허용

정초부터 복수국적의 사실상 허용이 가능한 ‘국적법 개정안’의 발효로 동포사회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개정된 법률안에 따라 만 65세가 넘는 외국인도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면 복수국적이 허용되게 됐다. 사할린 동포, 고려인, 재일한국인 등 과거 암울한 역사적 이유로 인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국을 떠나야 했던 고령의 동포들이 보다 자유롭게 모국에 내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65세 이상’의 전제조건이 확대돼 모든 동포들에 대해 ‘복수국적’이 허용돼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등은 “재외국민 복수국적 전면 확대”를 골자로 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10주년 맞은 세계한상대회

2002년 처음 실시된 세계한상대회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11월 2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한상대회는 10주년의 위상에 걸맞게 참가자 4,000명을 돌파하며 위용을 자랑했다. 대회장을 맡았던 삼문그룹 문대동 회장은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비전을 찾을 수 있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올 한상대회는 사상 최초로 운영위원회에 영비즈니스리더네트워크 임원이 자리를 배석받으며 세대교체의 씨앗을 심은 한편, 총 10개의 MOU가 체결되며 비즈니스의 장으로서 역할이 증명되기도 했다. 반면, 대회 규모가 커짐에 따라 한상대회 개최지가 해외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공식적으로 제기돼 10년 이후 한상대회 변화의 가능성에 불이 당겨지기도 했다.

방문취업제 유효기간 만료

지난 2007년 실시된 방문취업제가 올해로 만료시기를 맞게됨에따라 이 제도를 통해 국내에 들어와 있던 동포들이 마음을 졸였다.

재외동포법에서 제외된 중국동포 및 독립국가연합 동포들이 취업할 수 있는 발판으로 마련된 방문취업제도는 그러나 올해로 유효기간 5년이 만료됐다. 34만명이 동포들이 방문취업제를 통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 8월까지 뚜렷한 후속조치가 발표되지 않아 해당 동포들의 애를 태웠다.

법무부는 지난 8월 17일 마침내 “방문취업 비자로 입국한 55세 미만 동포들은 체류기간이 만료된 후 1년 경과 후 방문취업 사증으로 재입국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후속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동포들은 “이같은 후속조치가 사실상 55세 이상 동포들의 국내 취업과 내왕을 막는 대책으로 비합리적”이라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경근 제6대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취임

김경근 제6대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10월 10일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특별한 외부인사 없이 직원들과 가진 조촐한 취임식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재외동포들을 대하자”며 “내부적 혁신을 이뤄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취임사를 밝혔다.

짧지 않은 이사장 공백 상태를 빚은 끝에 취임하게 된 김 이사장은 1974년 외무부에 입부했으며, 외교통상부 법무담당관, 벨기에 참사관, 이스라엘 공사 참사관, 요르단 대사 등을 거쳤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주뉴욕총영사를 지냈으며, 재단이사장 발탁 직전까지 재단 기획이사를 지낸 바 있다. 앞으로 3년간 임기를 맡게 된다.


세계 곳곳 한인정치인 약진

뉴질랜드의 첫 한인정치인 멜리사리 국민당 의원이 11월 26일 재선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세계 각 지역 한인정치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해였다.

9월에는 첫 프랑스 한인 정치인이 탄생했다. 입양아 출신의 권오복(장 뱅상 플라세)씨가 상원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지난해 대거 정치권에 진입한 한인정치인들의 잇따른 연방 하원의원 출마소식도 전해졌다. 최준희 전 뉴저지 에디슨 시장은 지난 7월 제7선거구 뉴저지주 연방하원 출마를 선언하고 한인사회의 공식적인 지지를 당부했다. 현지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강석희 어바인 시장 역시 임기만료를 앞두고 하원의원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표적 한인정치인 마크김 버지니아주의회 의원은 올해 민주당의 ‘떠오르는 정치인’ 10인에 선정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반이민법 정서가 강한 조지아주에서 소수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서 훌륭하게 정치권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비제이박 의원은 국내외에서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동포사회 어른들 '타계'

다나다난 했던 한해. 유난히 동포사회 큰 어른들의 사망소식이 눈길을 끈다.

재일본대한민국 민단의 정신적 지주로 일컬어지는 박병헌 상임고문이 3월 7일 83세의 일기를 끝으로 별세했다. 1928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고 박병헌 선생은 재일동포 1세대로서 동포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조국의 중요한 시점마다 남다른 애국심을 발휘해 재외동포들의 귀감이 됐다. 한국전 발발 당시 학도의용군을 이끌고,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모국지원 기금을 조성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외규장각의궤 반환의 주역 박병선 박사의 타계 소식도 동포사회의 안타까움을 샀다. 고 박병선 박사는 지난 11월 23일 파리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의궤를 찾아내 고국에 반환되기까지 기여했던 고 박 박사는 직지심체요절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라는 점을 밝혀내는 등 21세기 독립운동이라 할 만한 역사적 결과들을 도출해낸 인물이다. 고인의 유해는 최근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뉴질랜드ㆍ일본 대지진에 동포사회 온정

올해는 유난히 세계적 재난들이 많은 해였다. 2월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을 덮친 진도 6.3의 강진은 동포사회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다행히 동포들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택과 사업장에 피해를 입은 동포들의 한숨이 깊었다. 이같은 소식이 본지 등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지면서 크라이스트처치 지역 동포들을 돕기 위한 재외동포사회의 온정이 이어졌다.

3월에는 일본 열도가 강도 높은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사상 최악의 재난에 휩싸였다.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동포사회 역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각국 한인사회가 주축이 돼 대대적인 모금운동이 벌어졌으며, 동포재단을 필두로 한 동포 관련 단체들도 팔을 걷어붙여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해마다 세계 각 지역의 재난에 동포사회의 움직임이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다. 비단 한민족에 대한 온정 뿐 아니라 인류애적인 나눔의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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