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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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깃발
  • 김제완
  • 승인 2003.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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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은 간절한 마음을 담은 염원을 연상시킨다면 깃발은 무언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구호와 함성을 연상시킨다. 촛불을 든 사람들은 보다 심정적이며 정적인데 반해 깃발은 보다 이념적이고 동적이다.    지난 12월31일 광화문에 나가 보니 촛불을 든 사람들중에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직장인들과 친구와 함께 나온 중고등학생들도 다수 보였다. 깃발에는 미군철수, 양키 고홈 등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그중에는 민주노동당 깃발이 가장 많았으며 한총련등 사회단체들의 깃발도 보였다.    

  지금 사이버 공간에서는 12월31일 저녁의 광화문시위를 계기로 당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과 깃발을 들었던 사람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마침내 1월4일 광화문 시위때는 촛불과 깃발이 세종문화회관 앞과 교보 건물 부근에 따로 모여서 집회를 갖았다. 온라인 상에서 대립해왔던 촛불과 깃발은 이날을 계기로 오프라인에서도 이슈화되어 TV 토론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

  촛불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촛불추모시위를 처음 제안했던 앙마라는 아이디를 쓰는 김기보씨이다. 김씨는 30세의 학원강사로 오마이뉴스에 의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었다. 김씨는 범대위가 추모객들을 무리하게 미국대사관으로 이끌고 가고 있어 불필요하게 경찰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고 불만을 표명하고 있다. 그는 반미가 아니라 반전과 평화를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이렇게 해야 다수의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위 ꡐ촛불논쟁ꡑ으로 불리는 촛불-깃발의 대립은 월드컵 이후 조성된 한국사회의 새로운 통합된 힘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듯하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경험이 별로 없다. 일체화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는 생각이 의식의 바닥에 깔려있는 것같다. 과거에 들어왔던 총화, 국론통일과 같은 말들의 영향때문이 아닐까.    필자가 보기에는 양쪽의 사람들이 둘 사이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분열이 발생하고 있는 것같다. 상대방을 자기의 생각으로 일체화시킬 수 있다는 의욕이 갈등과 분열을 낳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해결책도 여기서 나온다. 촛불과 깃발은 각기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연대해야 한다. 토론을 통해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복속시키려 하지 말고 어떻게 다른가를 구별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끼리 모이는 자리에서는 굳이 연대라고 말할 것이 없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경우 같은 목적 하에 연대를 하는 것이다. 다만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는 그 상황이 결정해줄 것이다. 미국이 소파개정에 대해서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면 촛불의 입지가 넓어질 것이고 반대로 더 완강하게 나오면 깃발이 설득력을 더 얻게 될 것이다. 이런 역할 분담을 통해 두진영의 가장 화해로운 관계에 놓일 수 있다.  

  지난해 봄 프랑스 대선 당시 극우파 후보 장마리 르뺑이 1차 선거에 통과했을 때 르뺑 반대시위가 전국적으로 펼쳐졌었다. 필자도 빠리 레퓌블릭 광장에 모여든 시위대 틈에 끼여서 숨을 못쉴 정도로 혼이 났던 경험이 있다. 극우의 발호에 대항하여 모여든 시위대에는 당연히 중도우파와 좌파가 함께 있었다. 이들은 서로가 같은 목적때문에 한자리에 서있지만 서로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단지 입장이 같을 뿐이다.

  촛불과 깃발도 그 속성이 명백히 다르다는 것은 이미 확인이 됐다. 단지 소파 개정과 부시의 사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입장이 같은 것이다. 광화문에서 촛불과 깃발이 한데 어울려 있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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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간절한 마음을 담은 염원을 연상시킨다면 깃발은 무언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구호와 함성을 연상시킨다. 촛불을 든 사람들은 보다 심정적이며 정적인데 반해 깃발은 보다 이념적이고 동적이다.  

지난 12월31일 광화문에 나가 보니 촛불을 든 사람들중에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직장인들,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보였다. 깃발에는 미군철수, 반미 등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그중에는 민주노동당 깃발이 가장 많았으며 한총련등 사회단체들의 깃발도 보였다.   

지금 오마이뉴스, 여중생 범대위, 앙마의 홈페이지등 사이버 공간에서는 12월31일 저녁의 광화문시위를 계기로 당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과 깃발을 들었던 사람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마침내 1월4일 광화문 시위에는 촛불과 깃발이 세종문화회관 앞과 교보 건물 부근에 따로 모여서 집회를 갖았다. 온라인 상에서 대립해왔던 촛불과 깃발이 이날을 계기로 오프라인에서도 갈등을 드러내 TV뉴스에까지 이 사실이 전해지고 있다.

촛불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촛불추모시위를 처음 제안했던 앙마라는 아이디를 쓰는 김기보씨이다. 김씨는 30세의 학원강사로 오마이뉴스에 의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었다. 김씨는 반미로 이끌고 가는 범대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이들에게 광화문 다른 쪽에 따로 모이자고 제안했다. 그는 반미가 아니라 반전과 평화를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범대위는 추모객들을 왜 미대사관으로 이끌어서 경찰과 충돌을 일으키느냐고 항변한다. 그는 경찰이 가로막으면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추모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앙마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31일 집회에서 깃발이 시위대를 주도하며 반미를 외치자 촛불을 든 사람들은 참여를 주저하며 길가로 밀려났다고 주장한다.  

소위 ‘촛불논쟁’으로 불리는 촛불-깃발의 대립은 월드컵 이후 조성된 새로운 한국사회의 통합된 힘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듯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그 원인은 무엇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양쪽의 사람들이 둘 사이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분열이 발생하고 있는 것같다. 상대방을 자기의 생각으로 일체화시킬 수 있다는 의욕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렇다면 해결책도 여기서 나온다. 촛불과 깃발은 각기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연대를 해야 한다. 토론을 통해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복속시키려 하지 말고 어떻게 다른가를 구별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끼리 모이는 자리에서는 굳이 연대라고 말할 것이 없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경우 같은 목적 하에 연대를 하는 것이다. 다만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는 그 상황이 결정해줄 것이다. 미국이 소파개정에 대해서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면 촛불의 입지가 넓어질 것이고 반대로 더 완강하게 나오면 깃발이 설득력을 더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경험이 별로 없다. 일체화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는 생각이 의식의 바닥에 깔려있다. 과거 시기에 늘 들어왔던 총화, 국론통일과 같은 말들의 영향때문이 아닐까.   

지난해 봄 프랑스 대선 당시 극우파 후보 장마리 르뺑이 1차 선거에 통과했을 때 르뺑 반대시위가 전국적으로 펼쳐졌었다. 필자도 빠리 레퓌블릭 광장에 모여든 시위대 틈에 끼여서 숨을 못쉴 정도로 혼이 났던 기억이 있다. 극우의 발호에 대항하여 모여든 시위대에는 당연히 중도우파와 좌파가 함께 있었다. 이들은 서로가 같은 목적때문에 한자리에 서있지만 서로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입장이 같을 뿐이다.

미국의 조지 부시대통령은 공화당출신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민주당보다 더 보수적이다. 유럽의 이념 스펙트럼에 비춰보면 극우파로 보인다. 부시에 반대하는 광화문의 촛불과 깃발도 자유주의자들과 좌파들이 함께 모여있었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좌파니 중도우파니 이런 말을 쓰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념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는데 왜 그런 말을 쓰느냐고 되묻는다. 이념이란 다름아닌 세계관으로서 복잡다기한 사람들의 생각을 구별하는 가장 좋은 잣대로 그 효용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유용한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니 지금과 같은 혼란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참고로 노무현당선자도 프랑스 르몽드등 주요언론에서는 '좌파'라고 불린다.)

지난 87년 6월항쟁 과정에서도 좌파와 중도우파 자유주의자가 함께 했었다. 당시에는 전두환 극우정권에 지금은 미국 부시정권에 대항하고 있다. 87년에도 형태는 다르지만 촛불-깃발의 대립과 같은 리버럴리스트와 이데올로그간의 대립과 불일치가 나타나 민주역량을 소진시켰었다.  

(아직 미완성인 원고입니다. 다른 곳에 퍼날르지 마십시요. 미완성 원고를 올린 이유는 요즘 제가 서울에서 집필 공간이 여의치 않아 시간이 날때마다 PC방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의견있는 분은 리플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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