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과 미움을 내려놓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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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과 미움을 내려놓을 때...
  • 이계송 회장
  • 승인 2011.12.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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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계송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이계송 회장
해마다 10월이면 한상대회 참가 겸 한국을 방문한다. 이번 한국 방문은 아주 특별했다. 내가 사는 세인트루이스 지역의 한국 명예영사 쥬디 드레퍼 판사와 함께 방문했기 때문이다. 드레퍼 영사는 흑인 아버지와 한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법조인이 되기까지 온갖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서 살아남아 성공한 사람이다. 그의 한국 방문은 한국 정부(외교통상부)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방문 기간 중 쥬디 판사의 특별한 소망이 이루어졌다. 유명한 혼혈인 가수 인순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동병상린 똑 같은 처지의 인순이를 통해서 자신을 보고싶어 했던 것일까? 외교통상부의 주선으로 성사된 두 사람의 만남은 극적인 사건이었다. 그들은 만나자 마자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고, 금방 “언니” “동생”이라 부르며 친자매처럼 가까워졌다. 신문기자가 동석한 자리에서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을 소개해 본다.

인순이: "상처를 곱씹기만 하면 더 큰 고통밖에 안 되잖아요? 그래도 그 고통이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만드는 게 결국 자기하고 모두에게 좋은 거지요. 혼혈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150을 노력하면 70은 알아줘요. 그리고 그런 노력이 쌓이면 70만 노력을 했는데도 90을 알아주는 과분한 사랑을 받을 때도 생기고요"

쥬디 판사 : "상처를 마음속에 오래 두면 원한이 되잖아요. 마음속 원한은 결국 내 발목을 잡게 되는 거예요. 그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줘야 훨훨 날아갈 수 있더라고요"

고통과 시련을 통해서 득도한 도인들의 말이었다. 미움과 원망은 자신에게 더 깊은 상처만 남길 뿐이라는 것, 자신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일 뿐이라는 것, 우리 주위에는 이런 걸림돌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기독교에서는 용서를 가르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인순이와 쥬디 판사가 돋보이는 이유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시련과 고통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다. 또한 지난 일을 빨리 잊고 앞을 향해서만 뛰었던 사람들이다. 사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앞을 향에서만 나가도 턱없이 짧다. 뒤를 돌아보며 누구를 탓하기 보다는 그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내 디딛는 편이 훨씬 낫다. 시간은 원망하고 미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참아주고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원망의 감정을 내려놓고 묵묵히 전진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 그들은 긍정적인 면만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또한 행복하다. 항상 밝은 쪽, 밝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들의 얼굴은 늘 평화롭다. 마음이 편한 하기 때문이다.

쥬디 판사와 일주간의 시간을 함께 하면서 나는 그에게서 그런 점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어렸을 적에 “쥬디야, 엄마를 믿어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믿고, 어머니의 말씀대로만 했다고 한다. 어머니에 대한 그의 믿음이 신뢰를 낳았고, 신뢰가 곧 그에게 모든 일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다 주었다.

"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다. 피곤한 사람에게 길은 멀다". 법구경의 구절이다. 원망과 미움은 굽은 칼날과 같다. 우리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으면 오히려 나를 향해서 나를 해친다. 배신, 패배, 왕따, 미움, 편견, 오해....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괴로워하고만 있다면 그것들이 결국은 자신을 파멸할 뿐이다. 그러나 쥬디나 인순이는 그런 고통스러운 것들을 용서, 용기, 자신감으로 바꾸어 자신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쥬디 만세! 인순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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