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바람' 부는 중국동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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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바람' 부는 중국동포사회
  • 오재범 기자
  • 승인 2011.11.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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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단체들 정치력 신장 위해 통합 시도


중국동포가 많이 모여사는 서울 대림역 인근. 직업소개소 간판이 유독 많아 보인다.

총선, 대선이 있는 2012년이 다가오면서 국내거주 50만 중국(조선족)동포가 정치적인 단합을 꾀하는 등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한국국적을 가진 중국동포들 사이에는 이상한(?) 이야기가 돌았다. “박원순 후보가 중국동포들에게 호의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밀어야 한다”는 것. 이 때문이었을까. 당시 거론됐던 박원순 야권통합후보는 서울시장으로 당선됐고, 대림, 영등포, 구로지역 내 한국 국적을 보유한 13만 중국동포들은 아직도 이 사실을 회자하며 중국동포사회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곽재석 이주동포정책연구소 소장은 “3D, 쪽방, 차별대우로 얼룩진 중국동포사회가 이제 스스로 국내 한국인들의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치적인 단합을 꾀하고 있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중국동포 처우개선을 시도할 것”이라고 일련의 움직임을 예상했다.

실제 몇몇 중국동포단체 임원진들은 국내 동포 관련단체를 통합해 내년 4월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운동을 실천에 옮기고 실제로 당선시켜야, 적어도 2016년 선거에는 중국동포를 대표하는 비례대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동포한마음협회가 지구촌사랑나눔 무료급식 봉사에 참가했다.

진정한 한국사람 되려면 ‘문화’ 익혀야

중국동포 중에는 한국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다음(Daum)카페를 중심으로 회원 3,000명이 모인 ‘중국동포한마음협회(회장 이림빈)’는 매달 고아, 독거노인, 노숙자 등에 대한 목욕봉사, 무료급식 등 다양한 정기봉사를 한다.

중국동포 관계자들 역시 동포사회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 중국동포들이 일찍부터 진출했던 건설업, 여행업, 요식업 등지에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기업인이 중심이 되는 리더가 나오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중국동포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체류신분마저 불투명한 상태가 많아서인지 모래알처럼 단합이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중국동포를 이끌 수 있는 재력을 바탕으로 한 리더가 나온다면 (통합은)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중국동포들의 이런 희망이 언제 실현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젊은 동포를 중심으로 가능성의 미풍이 조금씩 불고 있다. 지난 20일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 신임 회장선거가 있었다. 이 모임은 한국에서 석박사 이상의 과정을 공부하는 1,000여명의 유학생 친목모임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중국 서남정법대학 출신으로 중국 법학고시를 합격하고 서울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문길씨가 회장으로 선임됐다. 중요한 것은 이 선거가 그동안 유학생네트워크를 이끌었던 박우 전 회장이 얼마전 한성대 전임강사로 채용됐기 때문에 열렸다는 것이다.

외국인유학생은 일반적으로 D-2비자가 주어지고 이 비자 소지자는 대학졸업 후 바로 한국을 떠나야 해 취업하기 쉽지않다. 반면 중국동포는 한민족 우대 차원에서 2008년부터 F-2비자를 줬고, 덕분에 체류신분이 안정되자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이렇게 중국동포 출신으로 한국 내 대학에 전임강사로 취업한 경우가 거의 10여명에 달한다. 부경대 예동근 교수 역시 그 중 한사람으로 ‘미래지향모임’이라는 중국동포청년모임을 결성해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적극적이다.

단순노동력 아닌 같은민족으로 봐야

우리정부도 동포에 대한 우대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방문취업(H-2)제로 들어와 노동력으로만 평가받던 중국동포들을 한국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이 실제로 조금씩 열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국동포들이 이를 체감하기엔 너무 멀다. 어렵게 한국에 들어온 동포 대부분 우리사회 내에서 하층민으로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길도 회장은 동포들 사이에 떠도는 뼈있는 농담 한마디를 소개했다.

“방문취업(H-2)제로 온 사람은 처음 1년은 한국사회에 매우 부정적입니다. 그러다가 3년이 지나면 한국사회에 매우 잘 적응해 삽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생활 5년이 넘어 중국에 돌아가면 중국사회에 적응을 못해 매우 힘들어 하고, 다시 한국에 와서 살고 싶어합니다.”

현재 우리정부는 방문취업제 만기가 도래한 동포들을 귀국시키고, 신규로 1만 2,000여명의 24~48세 사이 젊은 동포들을 모집해 비자를 부여하려 한다. 중국동포들을 인력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귀국 대상인 2006~ 2007년 사이 입국자가 6~7만명이 되는데 이중 3~4만명은 만 55세가 넘어가고, 이들은 다시 방문취업제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에 출국하지 않고 불법체류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방문취업제가 실패한 정책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많은 중국동포들은 자유왕래가 가능한 재외동포법 전면시행을 원했다. 우리정부가 국내 인력시장의 불안 해소를 위해 동포들을 제한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다른편으로는 중국동포를 같은 한민족으로 생각해주지 않는 한국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는 이유에 대해 이제는 정부도 다시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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