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毒)과 약(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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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毒)과 약(藥)
  • 박상석 편집국장
  • 승인 2011.11.1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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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박상석 편집국장

박상석 편집국장
동포사회가 바야흐로 선거정국에 놓였다. 13일 국외부재자신고를 시작으로 재외선거 주요 일정이 시작된 것이다. 700만 재외동포가 얼마나 손 모아 바라고 희망했던 일인가. 하지만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설레는 마음보다 걱정이 커진다. 동포사회 움직임을 지켜보는 마음이 영 무겁고 착찹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재외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관위와 검찰 쪽에서부터 가장 먼저 소란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국내 한 정치인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수사한다는 것이다. 살얼음판 걷 듯 조마조마 긴장하던 마음 안의 줄 한가닥이 ‘툭!’ 끊어지고 만다. 걱정과 우려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그 뿐 아니다. 미주총련과 미주상공인총련, 유럽총연 등 일련의 분열과 갈등의 징후가 보이더니 동포단체 어디에도 담론의 장은 없고, 정치권에 줄 댄 일부 전ㆍ현직 동포단체장을 중심으로 패거리 정치집단을 흉내내 벌이는 이전투구만 난무하고 있다. 무섭고 참담하다.

누군가 그랬다. 같은 맹물이라도 마시는 주체에 따라 독(毒)이 되기도, 또 약(藥)이 되기도 한다고. 아시아지역 동포사회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인 그는 재외동포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동포사회의 분열을 부추기는 행위’라 했다. 해외에서 뿌리내린 동포들이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은 ‘거주국 국민들과 함께’, ‘거주국 정치에 관심을 갖는 일’이라 떠들었다.

다른 누군가 그랬다. 재외국민선거가 동포사회 분열을 가져온다는 비판이야말로 민주주의 바른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유럽에서 다양한 비영리단체 활동을 펼쳐 온 지도자 중 한 사람인 그는 재외국민선거 과정에서 다소의 문제점이 노출되더라도, 결국 바람직한 형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그리하여 끝내는 동포사회를 발전시키는 강력한 힘, 아름다운 칼이 될 것이라 말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랬다. 700만 재외동포 중 80%가 보수층이다. 그래서 투표율이 높을수록 보수층에 득이 될 것이다. 반면에 투표율이 낮을수록 진보적 정치집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신 내린 무당 수준이다. 동포들 앞에서 그 얼마나 모욕스러운 언사인지 모르고 사람 모인 곳마다 잘도 떠들어댄다. 심지어 어느 전직 단체장은 그 치욕스러운 언사 앞에서 칭찬을 듣는 아이처럼 기뻐 어쩔줄 몰라 했다. 코메디가 따로 없다.
여기서 사리와 분별을 가리려 애쓰지 말자.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무엇이 참된 생각인지, 어떤 말이 재외국민선거에 임하는 대다수 동포들의 심정인지 주석 달아가며 설명할 필요까지 없다. 누가 더 동포를 사랑하는 사람인지 따져 묻느라 힘 뺄 필요도 없다. 제 아무리 논리가 약해도, 화술이 한참 딸려도, 우리 모두의 가슴 안에 이미 답이 쓰여 있다는 것,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투표해야 한다. 260만 재외국민 유권자 모두가. 아니 700만 동포 모두가 뉴욕총영사관, 심양총영사관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관으로. 한마음으로 몰려가 다 같이 투표해야 한다. 투표를 통해 모국의 바른 길을 열어야 한다. 동참해 이 땅의 잘못된 구습을 일신해야 한다. 동포청 만들고, 동포 권익을 획기적으로 신장시키려는 대열에 손 맞잡고 함께 서야 한다. 재외동포예산 1,000억원을 확보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어 무상교육을 실시하도록 호되게 꾸짖어야 한다. 재외동포비례대표의원 공천을 실현함으로써 동포정책을 우리 스스로 수립ㆍ추진할 수 있도록 크게 외쳐야 한다.

화살은 과녁으로 향했다. 2012년 4월 11일 제 19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나면 이제 누구도 우리 자신의 답지(答紙)를 덮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아들 딸 앞에서, 700만 재외동포와 남ㆍ북한 7,300만 민족 앞에 그동안 우리가 만든 것이 독인지, 약인지 발거벗고 다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과 150일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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