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비도 다녀간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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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비도 다녀간 식당”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11.02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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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만난 회원 / 다오래 윤선규 회장

한류스타 성지순례 나선 말레이시아인들 열광
200평 규모 매장 12개 운영하는 최대 한식당


“누가 다녀갔냐고요?”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윤선규 대표(사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막상 다녀간 한류스타가 없다고 대답할까 아주 잠깐 기자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곳은 한류스타의 성지가 맞았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비, FT아일랜드 등 내로라하는 한류스타는 하나같이 ‘다오래’를 거쳐갔다.

“다 오시라고 다오래입니다”

2003년 테이블 8개 규모의 매장으로 에어콘, 냉장고도 없이 시작한 말레이시아 한식당 다오래. 그때만 해도 한국인들이 잘 다니지 않던 위치에 다오래가 들어서자 어떤 사람들은 서슴치않고 실패를 점쳤다.

“그곳은 현지인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었어요. 쿠알라룸푸르에 한식당은 여럿 있지만 대개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죠. 말레이시아인 부자들을 상대로 한식을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윤선규 대표는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현재 윤 대표는 ‘다오래’의 이름으로 200평 규모에 테이블을 4~50개씩 보유한 매장을 12개나 운영하고 있다. 해외 한식당 체인 중에는 독보적인 규모다. 특히 한식 메뉴를 한국식 조리법 그대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과 통큰 한국식 상차림이 주효했다고 윤선규 대표는 분석했다.

“값이 싼 데다가 음식을 몇 번이나 리필해주는 것에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그렇게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윤선규 대표와 임직원들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음식의 특성과 식사방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다오래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한류드라마 ‘대장금’이 일대 바람을 일으킨 후였다. 장금이의 인생역정을 다룬 사극 ‘대장금’은 특히 한식의 맛과 멋을 브라운관에 고스란히 살려낸 음식드라마로서 ‘한식붐’의 불쏘시개가 됐다. 게다가 ‘사스’ 열풍까지 더해지며 마침내 한식의 인기는 궤도에 올랐다. 한반도가 사스 무풍지대로 알려지며 그 원인이 김치 등 한국 전통요리에 있다는 믿음이 확산된 것.

“여러가지 호재가 있었어요. 지금은 젊은층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죠”

최근 다오래를 찾는 주요 고객층은 젊은 연인들이다. 과거 한국의 청춘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찾던 곳이 돈가스를 파는 경양식집이었던 것처럼, 지금 말레이시아의 젊은이들은 다오래를 찾아와 한식과 한국문화를 즐긴다.

한식과 한류가 함께하는 곳

윤선규 대표는 남다른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한식당 다오래를 운영할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에 공연차 방문하는 한류스타들의 현지 에이전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보수를 받고 하는 일은 아니다. 그동안 쌓인 인맥으로 ‘알음알음’ 그를 찾는 이들의 도움을 뿌리치지 못한 것.

“동남아 지역의 한류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아이돌부터 톱스타까지 이곳을 찾는 한류스타가 많아요. 그런데 이곳 여건이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기가 어렵죠”

한류스타 공연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를 맡는 현지 기획사가 터무니없는 신생 회사인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그러다보니 양쪽의 조건이 맞지 않아 공연이 틀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이럴 때 공연관계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윤선규 대표를 찾는다.

“이곳에 오면 다들 한번씩은 다오래에 들르니까 안면이 쌓이고 그렇다보니 어려울 때는 연락해 도움을 청하는 것이죠”

윤선규 대표는 최근 새로운 프랜차이즈 기획을 진행하고자 대형백화점 매장 입점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다오래가 200여평 가량의 대형규모로 운영되던 것에서 궤도를 수정해 작고 패셔너블한 매장 운영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다오래는 올 연말까지 30여개 매장으로 늘어난다.

“매장은 작게, 대신 좀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는 매장으로 운영하자는 생각이예요”

대형매장은 대형 매장대로 운영하면서 소규모 프랜차이즈를 확장하는 것. 여기에는 한류문화에 열광하는 현지 젊은이들을 상대로 하는 보다 정교한 전략이 숨어 있다. 음식 외에도 다양한 한류상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상품 뿐 아니라 실제로 한류스타를 만나도록 할 수도 있어요. 그럴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예요”

윤선규 대표의 이 같은 기획은 기존 다오래 매장을 찾는 말레이시아 젊은이들로부터 착안한 것이다.

“비와 그 스태프들이 한꺼번에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간 후 밖에 있던 400여명의 비 팬들이 일제히 매장 안으로 몰려 들어와 그가 썼던 숟가락까지 집어 나가더군요. 그냥 놔두라고 했어요. 너무 인상적이었죠. 스타가 먹었던 음식, 그들이 앉았던 자리, 그들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매장이 되겠죠”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는 윤선규 대표. 그가 있는 곳에는 한류가 있다. 그가 보여주는 또 다른 한류는 어떤 것일지 관심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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