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것이 싫어 최선을 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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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것이 싫어 최선을 다했습니다”
  • 오재범 기자
  • 승인 2011.10.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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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기 재필리핀체육회장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 일원에서 펼쳐진 제92회 전국체전 해외동포부 시합에는 모두 17개국 선수단이 메달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아무리 ‘친목’을 중심으로 하는 체전이라지만 1년에 한번씩 동포사회를 대표한 선수들이 나와 자웅을 겨룰 때는 어김없이 '자존심싸움'이 펼쳐진다.

“일본이 매년 우승을 차지하는 가운데, 뉴질랜드가 탁구, 축구 등의 강세를 앞세워 2008~9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니 부럽더군요. 저는 사업할 때도 그랬지만 지기 싫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재필리핀체육회 함종기 회장(56. 사진)은 지난 2009년 3월 처음 체육회장을 맡았다. 그동안 필리핀축구협회장, 전국체전 단장을 맡으면서 필리핀체육회의 현황을 꿰뚫고 있었던 것. 그는 취임 후 공약사항은 아니지만 동포사회에 두 가지 큰소리를 쳤다. 하나는 선수단 전국체전 참가시 국적기를 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체전 1위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2001년인가, 체전에 필리핀선수단이 처음 참가했을 때 유니폼을 맞출 시간이 없어 전통의상인 ‘바롱(Barong)’을 입고 나갔습니다. 그것을 보고 한국언론이 ‘가난한 필리핀선수단’이라고 하더군요”

속상했던 그는 회장에 오르자 매년 1억원의 자비를 털었다. 또 모자란 돈은 한인사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체육회의 역량을 높였다. 한인사회에서 축구 자체리그를 펼치고, 탁구, 스쿼시는 체육관 자체를 임대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체전에는 드디어 3위에 올라섰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올해경기를 위해 볼링은 게임비 지원만 40만 페소(한화 1천만원)을 들였고, 체전 1주일전 입국시켜 국내 볼링장에서 연습을 시켰습니다. 축구는 일로일로 축구유학생들에게 지원을 계속했고... 쉽지 않았습니다”
덕분인지 올해 필리핀선수단은 볼링에서만 금 8개를 따내며, 창단처음으로 체전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함 회장은 모든 공이 “선수들에게 있다”고 강조했지만, 주변에서 도와준 분들을 잊지 않았다.

“이동수 호남향우회장, 매제인 민정기 NY 싼 페텍스 사장, 윤상식 봉제협회장, 김영기 옥타회장 등 체육회를 도와주신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우승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벌써부터 내년 우승을 꿈꾸고 있었다. 금메달 포상금 50만원을 걸고, 각종 후원금을 걷는 수고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한편, 함 회장은 1986년 단돈 189달러를 들고 처음 필리핀에 건너가 고급여성복 제작공장인 바인드레서(vine dresser)를 25년간 운영했다. 현재 이 회사는 4,000여명의 종업원에 연매출이 5000만 달러에 이른다. 한국과 홍콩에 지사를 두고 치코스, 화이트&블랙 등을 수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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