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외우고 또 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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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외우고 또 외우고
  • 미주 중앙일보
  • 승인 200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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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대한부인회에서 열린 시민권졸업식 모습을 지켜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한인여성들로 구성된 봉사단체로서 미 정부로부터 예산을 따내 아시안등 소수인종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지속해온지 30여년 만에 번듯한 내건물에서 행사를 가진것이다.

그동안 시민권졸업시마다 행사할 장소가 없어 여기저기 기웃거려온 집없는 설움을 해결했고 음식조리도 자체 해결돼 대형부엌에서 마련된 음식이 수백명 참가자들에 제공했다.

주로 한인할머니들이 시민권공부에 열심히 노력해온 결실로서 예쁜 한복들을 입고 나와 새로 탄생한 시민권자로 보람을 만끽했는데 92세의 시애틀 할머니가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나이든 할머니들의 어려운점은 외우기 힘들어 이날도 시민권자 대표로 나온 한 할머니의 인사말에서 밝혔지만 외워봐야 자꾸 까먹어 몇 번씩 떨어졌다는 솔직한 고백이다.

기억력이 쇠진한 할머니들의 인터뷰에서 기상천외의 답이 나오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이다.

LA에서 시민권담당자가 초대 대통령 이름을 못외우는 할머니에 거리이름인 워싱턴불루바드 거리를 기억해 워싱턴을 대라고 가르쳐줬다.

인터뷰에서 그 할머니는 초대대통령 이름을 묻자 기억한대로 “워싱턴 불루바드”라고 힘차게 답변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시민권 인터뷰에서 한인할머니에 인터뷰 담당관이 현대통령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당시 클린턴이름을 하루 수백번씩 외운바 있어 용케 대답해 대통령 이름을 맞췄는데 이번에는 부통령 이름을 묻는게 아닌가.
알 고어 부통령 이름은 죽어도 기억못하는 할머니는 이번에도 틀렸구나의 낙심에 “아이고”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아이고 소리를 시험관은 알고어로 고맙게도 착각해서 들어 답이 맞다며 통과시켜주었다는 것이다.
어느 시민권담당자가 한 경험담으로 밝힌 실화에서 한예를 인용한것이다.

미국사는데 특히 노령층에는 시민권이 가장 필요한 조건이다.

한국국적 포기가 싫어 영주권을 소지한채 살아온 한인 1세대에 시민권은 필수적인 취득존재로 한인들을 압박한다.

자동적으로 취득이 아닌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인터뷰라는 관문을 통과해야하는 장애물앞에서 한인 노세대들은 외우고 또 외우며 미국에 살아야 하는 우선조건을 해결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민국인터뷰를 앞두고 할머니들은 쇠진한 기력에도 아늑한 기억을 더듬으며 오직 한가지목표를 향해 매진하는것이다.

그래도 아시안중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성적이 월등한 나라사람들이 한인할머니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민희 기자  


입력시간 :2003. 12. 03   10: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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