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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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사람입니다.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1.10.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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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병영체험기> 최현길 / 공주대 재외동포교육센터, 중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군대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생각뿐만 아니라 군인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남자도 많다. 남자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대부분은 군대와 관련이 있고, 어른이 되어서 직업으로써의 군인,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군대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중에 병영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를 들었다. 군대에 호기심을 많았기 때문에 곧바로 신청하게 되었다. 병영체험 안내 책자를 보면서 앞으로 3박4일을 기대했다.

첫날 발대식에서 나와 같은 재외동포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고, 앞으로 4일이 더욱 궁금해졌다. 8사단에 도착하여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입소식을 마치고 총을 쏘러 간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난생 처음 총을 접할 기회가 온 것이다. 총을 잡는 방법과 조준하는 방법, 자세 등을 교육받고 몇 명의 친구들이 사격을 했다. 작은 총이었지만 소리와 파괴력은 정말 대단했다.

부대에서 첫 식사시간이 되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주걱과 국자를 들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첫날 모든 일정이 끝나는 저녁 시간, 점호라는 것을 처음 경험에 보았다. 통역병들의 설명으로는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인원을 점검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점호를 마치고 피곤함에 금새 잠이 들었다. 새벽녘 다른 친구가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불침번이었다. 군대에서는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불침번을 선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이 자는 동안 친구들을 지킨다고 생각하니 오늘 처음 만난 친구지만 소중하게 느껴졌다.

둘째 날은 힘든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격훈련과 각개전투였다. 언젠가 한국문화 수업시간에 한국의 군대에 대해 수업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때 선생님들의 말로는 군대에서 가장 힘든 훈련 중에 유격훈련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힘든 훈련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하려니 걱정이 밀려왔다. 훈련조교들의 시범을 보고 하나하나 따라하니 재미있었다. 물론 처음 하는 동작이 어색하고 장애물을 통과할 때는 무섭기도 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훈련을 마치고 전차부대 견학을 하게 되었다. 가장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전차에 대한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앞에 버티고 있는 큰 전차, 잠시 후에 탈 수 있다는 말에 설명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설명이 끝나자 기다리던 순간이 다가왔다. 전차에 오르자 큰 기계음을 내면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큰 쇳덩어리가 이렇게 빨리 움직인다니 신기했다. 곧 전차 사격시범이 있다는 소리에 다시 놀랐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일이 눈앞에 나타났다. 전차가 빠르게 움직이며 쏘는 대포 소리는 산 전체를 울리고도 남았다. 귀가 아플 정도로 대단했다. 한국 군대의 위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셋째 날의 안보견학은 어제까지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도라산 전망대, 제3땅굴, 판문점을 돌아보면서 어제의 신기함, 재미는 사라졌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멀리 펄럭이는 북한의 깃발이 보였다. 분단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에서 살면서,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서로 갈라져 다른 이념과 체제를 가지고 사는 한국과 북한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중국에서 한국과 북한을 배울 때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직접 와서 보니 가슴이 아팠다. 판문점에 도착했을 때는 삼엄한 경비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동상처럼 굳어서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의 헌병과 북한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북한 경비병을 보면서 무섭기도 했지만 이 분단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 민족이 서로를 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

4일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한국군과 군대 안의 모든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키면서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함을 느꼈다. 전쟁을 멈춘 지 6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갈라져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이번 병영체험으로 한국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나의 국적은 중국이다. 하지만 저는 한국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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