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 연구소의 한인과학자
상태바
스타인 연구소의 한인과학자
  • 최미자
  • 승인 2011.09.16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남가주 샌디에고에서 살고 있는 재미수필가 최미자씨가 미국 생활의 소박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레몬향기처럼>(2007) <샌디에고 암탉>(2010) 등의 수필집을 발간한 그는 재미동포들이 일상에서 겪는 삶을 그려낼 예정이다.<편집자주>

지난봄 여학교 때 친구가 샌디에고엘 다녀갔다. 수십 년 만에 보니 반가웠는데 친구의 특별한 미국방문 사연을 들으니 더욱 기뻤다. 샌디에고의 아름다운 태평양 연안 근처에 있는 주립대학교(UCSD) 의과대학의 스타인(STEIN CLINICAL RESEARCH)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친구 딸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다영 박사.
2007년 9월, 한국에서 8년 동안 연구를 해온 자료들을 이곳 연구소에 보내 박사후과정을 신청했는데 파란 눈의 과학자와 인연이 되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주립대학 의과대학교 부학장이고 당뇨병 연구로 세계적인 학자인 제럴드 올렢스키(DR. JERROLD OLEFSKY)교수에게 지도를 받을 기회가 닿는 행운은 대한민국의 자랑이요, 영광이라고 생각된다.

격주 발행인 생명과학분야 잡지 셀지(CELL)에 지난해 발표된 오박사와 공동연구팀은 대부분 세계에서 모여든 석학들이었다. 그 과학자들과 함께 오메가3 지방산이 어떻게 생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지를 발견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너무 많은 기름을 섭취할 때는 부작용도 있기에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처음으로 내가 샌디에고에서 만난 오다영(DA YOUNG OH) 박사는 자그마한 여장부 같은 느낌이 드는 그는 전남대학교에 있는 호르몬연구소 출신이다. 한국에서 어려운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까지 진출하여 차근차근 꿈을 이루는 그녀의 당찬 모습이 빛나 보이는 까닭은 웬일일까.

외손자의 출산을 보러 온 모친이 동창인 내가 이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고 연락을 해 와 뜻밖에 한인 여과학자를 만나게 되었으니 감동할 수밖에. 한때 고국에서 나는 과학과 화학을 가르쳤던 교사였지만 대학 시절 이공계 공부는 정말 힘든 분야였다. 아르이트로 가정교사를 하며 학교에 다니던 때라 재시험도 치러가며 도서실에서 공부했지만, B 아니면 C 학점이었다. 그런데 연구실에서 온종일 생쥐를 관찰하고 실험하는 연구원들이야 얼마나 분주할까.

연중 기후가 온화한 탓에 이곳 남가주 사람들처럼 오 박사는 간편한 옷을 입고 걸어서 연구소까지 출퇴근하다 보니 운동화 차림이다. 퇴근하면 젖먹이를 돌보고 직접 요리하는 주부여서인지 한국에서 입던 멋진 옷들을 입을 기회도 없단다. 지난봄에 엄마 친구인 나를 위해 만들어준 그녀의 돼지갈비구이 요리는 정말 일품이었다.

얼마 전에도 한국의 지방대학 출신 젊은 박사가 하버드대학의 교수로 임용되어 화제가 되었듯, 많은 인재가 대한민국에 꼭꼭 숨어 있을 것 같다. 오 박사처럼 세계적인 석학들에 발견되고 인연이 되어 더 많이 진출하여 국내에서 발휘하지 못한 능력을 발전시켰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종종 제자를 비서처럼 마구 부려 먹는 비인격적인 지도교수들이 있는 한국 대학의 풍조와 달리 스승과 제자가 수평적인 동료의 분위기로 서로 존중하고 아끼면서 전적으로 밀어주는 이곳 대학교나 연구실의 분위기는 참으로 자유롭다.

몇 달을 기다려 연락을 받고 그의 연구실을 찾아간 오후는 무료 주차가 허락되는 조용한 주말이었다. 유리벽 사이로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도록 개방된 올렢스키 교수의 사무실을 연구팀들은 어항이라고 부른다며 그는 낄낄 웃었다. 아직 부족한 자기 이름이 내 글 속에 나가는 것이 쑥스럽다면서 9월 덴마크와 그리스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게 되는 기쁨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앞으로 그의 오메가3 지방산 수용체 GPR 120(세포 표면 수용체)에 관한 연구가 더욱 기대된다.

미국인 재벌부부가 기증한 돈으로 지어진 멋진 연구소 건물을 다시 바라보았다. 내 생애에 그런 좋은 일 나도 할 수 있는 날이 언제나 올까. 바로 곁에 서 있는 유명한 UCSD 의과대학 건물을 쳐다보면서 라호야 빌리지 드라이브(La Jolla Village Drive)의 큰길로 빠져나왔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