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은 사치스럽고 의존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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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은 사치스럽고 의존적이라고?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08.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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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를 만나다] 한인유학생연합회 GLA의장 황복연씨

“유학생과 모국 잇는 다리 역할하겠다”

외교통상부가 발행한 2011 외교백서에 따르면 2008년 현재 해외에서 수학하고 있는 한인유학생 숫자는 34만 4,000여명에 이른다. 2005년 24만여명에서 무려 10만여명이 늘어난 숫자다. 2000년대 초반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다소 주춤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해외로 나가고 있는 한인유학생 숫자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에서 결성된 한인유학생 연합회 GLA(Global Leaders Association)는 이제 겨우 1년여의 설립기간을 거친 신생단체에 불과한데도 2,000여명의 한인유학생들이 가입된 거의 유일한 단체로서 그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에 8월 임기 만료를 한달 앞둔 황복연 GLA 의장을 만나 GLA의 지향점과 가능성을 들어봤다.

GLA 결성 1년만에 관심집중

GLA는 현재 의장을 제외한 주요임원을 선출하지 않고 각 대학의 한인학생회장들이 실무를 맡고 있다. 대부분 10대 중후반 유학을 감행한 이들로 이 중 일부는 현지에 남고 일부는 모국으로 돌아와 학업을 잇거나 취업에 나선다. 어디에 있든 이들이 한민족의 자산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17살에 노스캐롤라이나의 사립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유학생활을 시작했어요. 여느 유학생들처럼 저도 기숙사에서 생활했죠.” 황복연씨의 설명이다. 유학은 본인 스스로의 결정이었으며, 유학 이후 자립심과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 스스로 내린 5년 유학생활의 중간점검 결과다.

현재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성적보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미국식 교육방법이 높은 사회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물론 미국에서의 입시 스트레스가 한국의 학생들의 그것보다 크게 덜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과는 달리 성적만큼 과외활동이 중요해 한인 친구들과 만나면 늘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얘기했다”는 그는 특히 “언어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거나, 아예 언어를 포기하고 한국 친구들과의 관계만 유지하려는 경우도 있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씨는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이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키우고, 개인적인 방향성을 성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판단했다.

“독도를 주제로 미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자주 있었어요. 이전에는 그저 당연했던 문제들이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에 충격을 느꼈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문제였기 때문에 때때로 이것(독도 문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지 한계를 느끼기도 했어요.”

문화적인 차이를 깨달아가는 과정은 동시에 한국인으로서의 자각이 확립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졸업 후에도 미국에 정착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복수국적이 시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굳이 우리 국적을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물론 미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진로에 일종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만큼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인 친구들은 우리 한인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조국과 관련된 것들을 주장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고 말해요. 그런 점들이 장기적으로는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황복연 씨는 지난해 GLA의 2기 의장이 됐다. 1년 동안 취업박람회를 비롯한 몇가지 주요행사들을 치렀다. 특히 지난 겨울 진행했던 취업박람회는 국내 주요기업들의 관심을 받았다. 해외파 우수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구미를 자극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나 기업들의 연락을 자주 받는다”는 황씨의 설명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한인유학생들에 대한 높은 관심은 지금까지 그들과의 연결할 만한 대표성을 띤 단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해외 한인유학생과 모국을 잇는 것이 GLA가 존립하는 중요한 이유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GLA 존재의 이유

“한인유학생과 모국을 연결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죠.”

GLA의 역할에 대해 황복연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단지 현지에서의 한인유학생의 편의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모국과의 접점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1년 간 GLA를 이끌어 온 황복연씨가 생각하는 GLA의 방향성이다.

그는 “누가 다음 기수를 이끌게 될지 모르겠지만, 조직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계획들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다음 기수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하반기를 맞아 3기에 접어드는 GLA는 최근 한인 밀집지역인 캘리포니아 지역 대학 한인학생회들까지 합류하면서 그 규모가 더욱 커졌다. 지난해 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던 취업박람회는 벌써부터 국내외 대기업들까지 관심을 보이며 지난해보다 더 큰 규모로 진행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에서 전시회 및 공연 등으로 연례행사를 가진 GLA는 주변의 높은 관심이 다소 당황스럽다면서도 리더십캠프 등 또 다른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반기문 총장 등 해외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는 한인들을 볼 때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가 분명해진다”는 황복연 씨. 그는 무엇보다 한인유학생들에 대한 국내의 시각을 바로잡는 데 소임을 다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유학생이라고 하면 유약하고, 부모님에 대해 의존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사치스러운 모습으로 비치기도 하고요. 하지만 유학생들은 굉장히 절제된 생활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그런 생활을 해야만 하고요. 유학생에 대한 이미지를 바로잡고 이들이 보다 모국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간다리 역할이 우리 GLA의 비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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