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창을 새롭게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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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창을 새롭게 열겠습니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1.08.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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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원일 신임 모스크바한인회장

“러시아에는 국내 기자가 1명밖에 상근하고 있지 않아요. 2008년 금융위기가 불기 시작하면서 조선, 동아, MBC 등 국내 언론들이 모두 이곳을 떠났어요. 제가 ‘모스크바 프레스’라는 신문을 발행한 것은 이 때문이에요.”

김원일 신임 모스크바한인회장은 사업가인 동시에 학자다. 그리고 최근에는 언론인이라는 호칭을 듣게됐다.

그는 30대 초반이었던 98년, 모스크바로 갔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호텔업을 하고 있으니 분명 사업가이다. 친구와 함께 모스크바에 위치한 콜스톤호텔 중 한 층을 인수했고, 리모델링을 한 후 호텔이용객을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90년대는 러시아에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기 이전이었을 때. 그는 콜스톤호텔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로 또 다른 호텔 ‘스프트닉’ 9층을 인수했다.

그는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국제학회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올해 3월에는 모스크바 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을, 6월에는 모스크바 프레스라는 지면신문을 발행했다.

“러시아에는 현대 기아차가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국내 50대 기업이 모두 들어와 있어요. 그런데도 요즘 국내 매체에서 러시아 뉴스를 찾기 힘든 것이 이상하지 않나요? 러시아에 대한 최근 뉴스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러시아 조사단에 관한 소식 정도이니까요.”

이처럼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것은 한인사회 위축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모스크바에는 약 5~6,000명의 한인이 있지만, 장기체류자의 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러시아의 고공 물가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곳에 터전을 잡기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

그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도 이제는 그가 운영하는 콜스톤호텔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비영어권 국가이고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있는 것도 영향을 준다.

지난 7~8년 동안 이러한 문제는 더욱 커져갔으며, 한인회에 대한 존재감도 낮아졌다. 모스크바한인회는 지난 10년 동안 회장선거도 없이, 추대형식으로 회장을 선출했다. 한인회에 관심이 적었고 한인회장에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올해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10년만에 회장 선거가 실시됐다.

“선거 초반에는 아무도 제가 이기리라 생각 못했죠. 아마 상대후보도 본인이 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번 선거에는 당초 150~200명만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의 1.5배 정도인 모스크바에서 많은 한인들이 투표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약 2배 많은 329명이 선거에 참여했고, 그는 총 194표를 얻었다. 10년만의 선거라는 점이 관심을 불렀던 것.

“어떻게 보면 저는 한인사회에 꼭 나설 필요는 없는 사람이에요. 아내도 러시아인이고 완벽히 현지화됐으니까요. 하지만 한국과 러시아의 교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컸어요.”

그는 “모스크바대학 철학과에 다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 현재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는 그를 만난 후 한국학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올해 9월 러시아국립고급경제대학교 한국학 부교수로 임명됐다고 한다.

“지금이 한-러 관계에서 매우 중요할 때입니다. 내년에는 한국, 러시아 모두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실시되지요.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이해와 관심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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