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출산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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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출산파업
  • 송옥진 기자
  • 승인 2004.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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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의 출산률은 세계 최하인 1.17명을 기록했다. 이미 2000년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한데 이어 출산률마저 낮아지자 ‘출산파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정부는 지난해말 2007년부터 만 5살 어린이가 무상으로 유치원이나 보육원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영유아보육법을 통과시켰다. 또 모든 근로자, 자영업자에 대해 영유아 소득공제를 자녀 1인당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하고 보육비에 대한 소득공제한도도 연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한편 2007년까지 출산률을 1.30명까지 올리기 위해 2006년부터 둘째아이를 낳을 경우 월5만원, 셋째아이는 월7만원을 지급하는 방안, 출산시 산모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 육아휴직급여 인상 등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저출산의 원인은 단순히 아이를 낳는데 드는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난 1월 중순 여성부가 발표한 가족보고서에 따르면 기혼남자의 24.9%, 기혼여자의 35.1%가 아이가 필요없다고 대답했다. 여성과 남성 모두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63.2%의 가족이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보고도 눈여겨 봐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자녀 1인당 평균 양육비는 월 75만1,000원이다. 아이 1명을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이 지난해 3분기 도시근로자의 월평균소득 301만9,000원의 25%에 해당하는 셈이다. 더욱이 여성의 경우 결혼과 출산은 곧바로 퇴직으로 이어져 경제활동이 중단되어 가정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된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25세에서 64세 사이 여성의 58.2%가 결혼 후 퇴직했다. 특히 여성노동자의 76%가 비정규직임에도 유급 출산휴가와 양육휴가가 보장된 모성보호법에 ‘비정규직노동자’에 관한 규정이 없어 임신은 곧 ‘해고’로 이어진다. 현실적으로 임신한 여성이 직장에서 근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출산장려금, 보육료 지원 등의 우수한 법제도는 언발에 오줌누기밖에 안된다.
또 취업주부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0.8시간으로 아버지들만큼 오래 일하지만 가사일을 전담하고 있다. 여성부에 따르면 취업여성의 93.1%가 가사일을 전담하고 있고 유치원, 보육원에 다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어머니가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68.4%에 달한다. 직장보육시설 설치율도 설치대상 기업의 45.5%에 불과하다. 여성의 노동력이 우리 경제활동의 주요 동력이 되면서 보육문제는 더 이상 여성만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 보육문제를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출산률 저하는 우리 사회 공동의 책임인 만큼 해결방안도 공동체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의 금전적 지원 이전에 우리 사회가 출산률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한 출산파업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고매수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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