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힘든 모국초청 프로그램은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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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든 모국초청 프로그램은 처음이에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1.07.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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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국, 일본, 중국 동포요리사 10일 간의 ‘특훈’


“기억하세요. 기름의 온도는 높지 않은 은근한 불, 100도예요. 달걀 프라이를 하듯 튀기면 한과를 망쳐요. 여러분 몇 도?”

7월 13일. 창덕궁 인근 전통한식음식연구소 6층 강당.

요리 모자를 쓴 10여명의 학생들이 한식요리 ‘비법’을 전수하는 강사를 둥그렇게 감싸고 있다.

“매작과(梅雀果)는 세로가 4.5cm 가로가 1.5cm예요. 생강즙을 넣으면 좋아요. 바삭바삭해지거든요. 기억해두세요. 생강즙~”

30대 초반부터 60대에 이르는 남녀 학생들. 흰색 조리사 복장에는 프랑스, 미국, 일본, 중국 등 나라이름이 각각 적혀있다.

“스파르타 교육이 따로 없어요. 매일 11시간씩 강행군이에요. 교육이 끝난 저녁에도 자율시간은 없어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학생이 다음 실습은 떡 만들기라면서 살며시 일러준다.

“7일 더 이런 생활은 계속될 거예요. 자는 것 빼고는 강의와 실습이 반복돼요.”

소금을 채에 거르고 반죽을 하면서 끈기를 찬찬히 살피는 임형수 씨가 말한다.

그는 영국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두부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요리사.

옆에는 강사의 손동작과 다른 학생들의 요리과정을 캠코더로 기록하고 있는 송현동 주불한국요식업협회 회장이 보인다.

“한상대회 등 모국초청 프로그램에 여러번 참가했지만, 이렇게 쉴 틈 없이 진행되는 행사는 처음이에요. 다른 동포행사가 네트워크에 의의를 두었다면 한식요리강사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것을 배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해요.”

재영요식업협회 회장이며 영국에서 국일관을 운영하는 오현영 회장의 설명이다.

‘2011 해외요리강사 업그레이드’ 교육이 지난 10일부터 10일간에 걸쳐 진행됐다. 초청된 학생들은 32명. 모두가 재외동포 요리사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 따르면, 이 교육은 농림수산식품부와 전통한식음식연구소가 올해 처음 기획해서 실행한 프로그램. 한식을 세계화기 위해 세계 각국 동포 요리사들을 초청한 것이다.

학생들은 최소 10년 이상, 평균 20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는 요리의 달인들.

그러나 3일째인 이날 교육처럼, 학생들은 A조와 B조로 나뉘어 실습위주로 강의를 받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날 10여명의 A조 학생들에게 부여된 ‘미션’은 와인을 이용한 우리나라의 전통 떡 만들기. 전통한식에 서양인들의 입맛을 당길 수 있는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연구소가 심혈을 기울인 프로그램이에요. 동포 요리사들은 20일에 멋진 피날레를 보여줄 것입니다.”

이날 강의를 맡은 윤숙자 전통한식음식연구소 소장의 설명이다.

“사실 척하면 척하고 알아들어요. 초청된 동포들은 수십 년씩 요리를 한 전문가들이니까요.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손맛의 요리가 아니라 통일된 ‘레서피’를 배우는 것이지요.”

이날 저녁 7시. 강의가 끝나고 한식당 체험길에 오른 버스에서 박화출 아사달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영국 뉴 멀든에서 2개의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모든 학생들인 사실 이곳에 오기까지도 상당한 경쟁률을 뚫고 왔다"고 얘기했다.

학생들은 현지로 돌아가 다른 요리사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야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

따라서 강사의 사소해 보이는 '잔소리'에도 불평한마디 없이 진지하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

“건강음식인 비빔밥이 서양인들에게 안 맞을 수도 있어요. 질척거리며 비비고 나면 예쁘지 않게 흐트러지니까요. 그러나 극복할 수 있어요. 밥의 끈기는 조절할 수 있고 다양한 ‘데코레이션’을 통해 아름답게 만들 수 있어요. 건강음식 한식을 세계화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프랑스에서 비빔밥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영철 'bibimap' 레스토랑 사장의 말.

그는 전통 떡 만들기 이외에도 수십개의 전통요리를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의 말처럼 동포요리사들은 프로그램이 끝나는 20일에 총 32종 요리가 전시되는 품평회를 열며 힘들었던 교육과정을 마무리했다.

런던, 파리, 뉴욕, LA, 도쿄, 연변, 홍콩 등 총 7개 도시에서 온 32명 재외동포 요리사들의 작품들.

전삼탕(런던), 대하냉채(파리), 김치타코(뉴욕), 무지개 비빔밥 만두(LA), 옥수수 온면(옌볜), 고추순대(홍콩), 오곡 단호박밥찜(도쿄) 등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는 음식들을 국내 기자들 앞에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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