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역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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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역사 전쟁
  • 장동만
  • 승인 2004.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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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역사’ 전쟁

초중고대  학생 때 “고구려/발해는 우리 나라 (역사)” 로 배웠다. 그 때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 했어야 했는데~” 너무나 큰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지금까지 조금도 의구심이 없었다. 이는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품고 있는 역사 인식인 줄 안다.

그런데 요즘 중국이 난데 없이 “고구려/발해는 중국의 역사”라는 기치를 들고 나왔다. 고구려/발해사를 자기네 역사에 포함 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 중이다. 그 첫 단계로, 우선 중국 동북 3성에 있는 고분벽화, 장군총, 고인돌 등 고구려 사적을 UN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시키려는 운동을 적극 펴고 있다고 한다.

너무나 놀라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구려 역사가 중국의 역사” 라니? 그러면 우리가 그렇게 배우고,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는 고구려/신라/백제 삼국사가 어떻게 되는 것 인가?

이에 대해, 한국 역사(고대사) 학자들의 반론/반박이 치열함은 물론이다. 허나, 애석한 것은 우리에게 그 사료(史料)가 너무나 빈약 하다고 한다. 기껏해야 김부식이 고려 인종 23년 (1145년)에 고려 초에 편찬된 ‘구 삼국사’를 다시 쓴 ‘삼국사기’와, 그리고 일연이 충렬왕 8년 (1281년) 에 쓴 ‘삼국 유사’등이 고작인데, 이 모두가 삼국의 시조들이 “신비 속에서 태어 났다”는 식으로 신화/전설/야사 (野史)로 엮어져 있다고 한다.

그러면 한국 역사 학자들이 어떻게 중국의 이 ‘동북공정’에 맞서 싸울 것 인가?
아무래도 세가 불리하다는 생각인데, 여기서 맹목적인 민족주의 (chauvinism)를 초월해 이 문제를 한 번 냉철히 검토해 본다..

# 고구려 땅  어디였나?

지금의 만주 일대와 내몽고 지역이다. 그리고 최전성기에는 압록강 건너 한반도에 까지 미쳐, 한때 지금의 평양이 그 도웁지 였다. 이에는 한국 학자들도 의견이 일치한다.
그렇다면, 그 만주 일대와 내몽고 지역이 지금 어느 나라 국토인가?  중국의 영토다. 중국 입장으로 볼 때, 우리 나라 땅 안에 세워졌던  고대 국가, “우리의 역사”가 아닌가?

# 고구려 사람들 어디로?

고구려 사람들은 주류 ‘한족(漢族)’이 아닌 ‘이(異) 민족’이었다는 것이 한국 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면 그 ‘이민족’이 순수 우리 한족(韓族)이었다는 것을  1천 5백여 년이 지난 이제 어떻게 규명/거증 (擧證)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고구려 사람들은 거의가 한족 (漢族)에 흡수, 동화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측은 사료에 근거, “고구려 멸망 뒤 고구려 유민 (70여 만 명) 대다수는 한족으로 흡수/융합 되었거나 말갈의 발해에 망명했다 그 후엔 여진족/돌궐족에 융합/흡수되었다, 그 중 일부 (10여 만 명) 만이 포로 형태로 신라에 투항, 흡수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뒤엎을 만한 반론을 우리가 제시하지 못하는 한, 그 후손들이 “우리 조상이 세웠던 나라” 라고 주장하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 고구려 말과 글은?

우리 나라 언어의 단일성은 통일 신라 시대 쯤 일 것이라는 것이 한국 학자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 때 까지 고구려는 ‘부여계 언어’,  삼한 (三韓) 지역은 ‘한계 언어’ 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구려 사람들은 문자는 어떤 문자를 사용 했을까?  문외한의 추리로, 글자는 한자(漢字)를 사용했을 것 같은데,  오늘날 한자가 어느 나라 문자인가?  중국으로선, 지금 우리의 문자를 썼던 우리 조상들, “우리의 역사”라고 주장할만 하지 않은가?

이렇게 볼 때, 중국측에서 “우리 땅 안에, 우리 글자를 썼던, 우리 조상에 의해 세워진 나라”, 고구려/발해가 자기네들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도 억지는 아니라는 생각인데, 바야흐로 동북아 중심 시대를 앞두고  “우리의 역사 였다”  (한국 측)와 “우리의 역사 이다 “ (중국 측)라는 ‘과거 회귀’와 ‘미래 지향’의 이 싸움,  과연 한국 학자들이 이에 어떻게 대처/대응해 나갈찌,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P.S. 이 글은 한중 관계에 “이런 분규도 있다”는 것을 소개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관(史觀)에 따른 이론(異論 / 이설(異說) / 반론은 전문 분야 학자들의 몫 입니다.)
                                                                                                                                      
                                                                                          <01/16/04: 중앙일보 (뉴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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