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의 세계화 위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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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의 세계화 위해 뛴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1.07.14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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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체전 20개 정식종목으로 도약, 100개 클럽 목표
미국인들에게도 호기심 대상, 웹사이트에 올리기도

미주체전 족구 일반부 결승전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인갑(53세)씨는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주말에 있었던 족구 리그전에서 상대 오뚜기팀 이관우 선수의 ‘발등 찍기’ 공격에 정확히 급소를 맞았던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

한동안 얼음처럼 굳어버렸던 치욕스런 장면을 생각하며 복수(?)를 다짐하는 이인갑 씨. 그는 요즘 요구르트 병을 세워놓고 공으로 이를 맞추는 맹연습을 반복하고 있다. 상대선수에게 똑같은 응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그러나 이러한 수모를 당해도 이인갑 씨의 생활은 활기에 넘친다.

그는 “매주 치고받는 불꽃 공방전을 펼칠 수 있는 족구가 있어 미국에서 유쾌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우울증 이런 것들은 남의 나라 얘기에요. 함께 플레이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생활합니다.”

시카고팀과 이관우 미주족구회 회장(오른쪽 첫번재).

이처럼 비인기 종목으로만 치부될 것 같은 족구가 최근 들어 미국 한인들에게 조금씩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열린 미주체전에서는 족구가 처음으로 20개 정식종목 중 하나로 채택돼 시행되는 이변까지 낳았다. 미국에서 회원단체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족구가 갖고 있는 한국고유의 스포츠라는 의미가 더해져 정식종목으로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주체전은 체육회의 내분으로 개최 전에 일부갈등이 있었지만, 족구는 10개 팀이 참가해서 페어플레이와 단합된 분위기로 경기가 펼쳐졌다. 2009년 15회 시범종목으로 시작된 족구가 앞으로 정식종목으로 계속 열릴 확률이 더욱 높아진 것.

미주체전 대회 직전까진 미국에는 총 6개의 미주족구회(AJA, American Jokball Association) 소속 지부(뉴욕, 댈라스, 시카고, 애틀란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가 있었지만 이번 체전을 계기로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2개의 지부가 더 생겨났다.

회원단체가 늘고 있고 각 지부 산하에는 각각 수개씩의 족구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미주족구회는 앞으로 100개 클럽을 회원사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짚 따위나 마른 풀로 공을 만들어 중간에 벽을 쌓고 공을 차 넘기는 경기를 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족구가 우리민족의 고유한 스포츠라는 증거이지요.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족구를 즐기는 한인들은 많아요. 사업가, 회사원, 주재원 그리고 유학생 등 전문직부터 비전문직까지 정말 다양해요.”

캘리포니아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미주족구회의 홍보를 담당하는 크리스 윤씨는 “족구가 세계적인 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는 또 “골프, 스키 등 여러 스포츠를 쉽게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족구가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족구의 매력이 많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미국인들에게도 족구는 호기심이 가는 스포츠다. 미국에서 족구경기가 펼쳐지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것. 사람들은 경기를 지켜보면서 “It's so cool game!!!”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리곤 한다고.


“족구는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마셜 아트(martial arts)와 구기종목이 합쳐져서 탄생한 스포츠이지요. 외국인들은 처음보는 운동이라 신기해 하면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히스패닉 노동자들도 공장 등지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족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 윤씨는 족구가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통과해야 할 관문이 많다고 지적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족구 팀이 미국에 있지만, 이들을 연대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다른 나라에 있는 동포들과도 네트워크를 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외국에 살다보면 고국이 늘 그립고 눈에 아른거립니다. 남자들은 군대시절을 잊지 못하고 추억을 함께 얘기하지요. 족구는 젊은 시절을 연상케해주고 모국의 향수를 달래주는 운동입니다.”

크리스 윤씨는 “AJA가 대한민국이 만든 유일한 구기종목 족구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에 소개해서 한국스포츠의 세계화를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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