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가져온 3大 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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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가 가져온 3大 惡
  • 장동만
  • 승인 2004.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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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가 몰고온 3大惡

바야흐로 ‘세계화’의 시대다. 그런데 오늘 날 그 ‘세계화’란  곧 ‘미국화’에 다름 아니다. 지구촌 곳곳이 정치, 경제 체제를 비롯해 문화, 학문, 오락, 의식주, 생활 방식등 모두가 온통 ‘미국적’이 되었고, 또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그 ‘미국적’이란 것이 무엇인가?
청교도 정신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는 하지만, 한 마디로 돈 (資)이 ‘만물의 근본(本)’이자  ‘최상의 가치’를 지니는 자본주의다. 그리고 사람들의 인생관과 삶이 극히 관능주의, 쾌락주의, 찰나주의의  물질 지상 주의다.
이같은 ‘미국적’인 것이 인류의 이상이 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또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이 필자의 신념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모든 것이 ‘미국적’이 되기에 너무나 바쁘다. 거기에 가치 판단도, 취사 선택도 할 겨를이 없다. 그리해서 그 과정에서 숱한 시행 착오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골라 본다.

¨ ‘명품’이라는 것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산다. 그리고 외모에 그렇게들 신경을 쓰고 유행에 그렇게도 민감,  남이 하는 것을 따라 하려 한다.
이에 눈독, 세계 각종 명품 메이커들이 한국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고급 위스키/ 와인 제조 업자들이 쉴새 없이 한국에서 시음회를 여는가 하면,  심지어 어떤 화장품 회사는 새 제품 시장 조사 대상을 아예 한국 마켓으로 삼기 까지 한다.
오늘 날 한국의 좀 살만한 사람들에겐 의식주가 그 필요(성)의 충족만으론 모자란다.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 남과 무언가 달라야 한다. 남과의 차별성, 거기서 일종의 우월감을 맛보고, 자기 만족감을 느낀다. 그 손쉬운 방편의 하나가  소위 ‘명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냉철히 생각해 보자. ‘명품’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  약삭 빠른 장사꾼들의 소비자 현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한국에선 어린이들까지 ‘명품’이라는 것에 사족을 못 쓴다. 초등 학생조차 책가방, 옷, 신발등을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한다. 그들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그 부모들이다. 그러면 그 부모들은 또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세계화’ ‘미국화’ 물결에 따라 그 땅에 상륙한  ‘명품’ 제조 업자들이 아닌가. ‘세계화가 몰고 온 악’의 하나라는 생각이다.

¨ 크레딧 카드
자본주의 사회에서 크레딧 카드의 기능을 모르지 않는다. 필요할 때 급전을 마련할 수 있고, 지금 당장 목돈이 없어도 소유/점유욕을 충족시킬 수 있고…그리해서 돈이 돌아 전반적인 경제가 돌아가고…
그러나 우리 개인으로 볼 때는,  그 때 그 때 ‘수입(소득) 내 지출(소비)’이 최선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분할 상환에는 그 만한 이자가 붙어, 그 만큼 낭비이자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그 역사가 짧은 이 크레딧 카드 제도가 현재로선 그 순기능 보다 역기능이 너무나 크다. 우선 사람들의 근검 절약 정신을 무너뜨리고, 내일을 생각치 않는 낭비와 사치를 부채질 하는데에 큰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레딧 카드 신용 불량자가 몇 백 만에 이르고, 그 빚을 갚을 수 없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물론 이는 그 사람 잘못이다. 그러나 상황을 이렇게 만든 그 책임이 진정 크레딧 카드라는 제도엔 없을 것인가?
‘세계화’가  한국사회에 가져온 또 하나의 악 (惡)이라는 생각이다.

¨ 성 개방/높은 이혼율
작년도 한국의 이혼율은 결혼 100쌍 중 이혼 40쌍, 이혼율 세계 4위다. ‘미국적’ 관념 / 시각으로 보면, 뭐 대수롭지 않은 일이긴 한데, 만일 한국이 지금과 같이 ‘미국화’가  되지 않았어도 이혼율이 이렇게 높았을 것인가?
높은 이혼율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화’에 따른 사람들의 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다. 이제 남녀 간의  쎅스 (sex)는 어떤 신비함도 비밀스럼도 아니다. 오직 인생을 엔죠이 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거기에 윤리니 도덕이니 개입할 여지가 없다.  ”최대로 엔죠이만 하자” 미국 쾌락주의 풍조가  한국 젊은이들을 휩쓴다.
두째는, 미국의 개인주의를 잘못 받아들인 철저한 이기주의다. “자식들 때문에 차마…”하는 어떤 의무감, 구속감 같은 것은 아예 그들의 안중에는 없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이렇게 된데에는 ‘미국화’에 따른 양키문화의 관능주의, 쾌락주의, 개인주의 사상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중앙일보(뉴욕판) 01/04/04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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