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외국인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한국어’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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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외국인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한국어’를 생각한다.
  • 조항록 교수
  • 승인 2011.07.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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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록 상명대학교 교수, 전 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

조항록 본지 편집위원
최근 국내외에서 한국어 학습 열기가 높아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00년대에 들어 와서 한국어 교육과 관련한 주변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한국어 학습자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런데 최근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한국어 학습자의 변인을 보면 이전과 크게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국내외의 한국어 교육 현장은 주요 대학 내 강좌와 한글학교로 대별되어 왔다. 2000년대 이전까지 세계 각지의 일반 현지인(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그리 주목할 만한 규모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는 재외동포 자녀를 예외로 할 때 한국어 능력을 직무 수행 능력 제고와 같이 사회적 이익, 경제적 이익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인식함으로써 학습 동기가 강하였다. 여기에 이들의 인지적 배경, 사회경제적 배경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급격하게 늘어난 한국어 학습자의 대부분은 한류 기반, 고용허가제를 통한 한국 내 취업 이주,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통한 한국 이주 적응을 목적으로 한다. 한류 기반 학습자는 개인적 이익, 경제적 이익의 실현 목적이 강하지 않아 학습의 진정성이 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한국 내 취업 이주를 목적으로 하는 학습자는 취업 이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격 인증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내적 동기가 그리 강하지 않다.

또한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한 한국 이주 적응 목적의 학습자는 환경제약으로 인하여 한국어 학습에 전념하기 어렵다. 이렇게 볼 때 최근의 학습자 집단의 확대는 어찌 보면 실질적인 학습자 집단의 형성이라기보다는 입문 단계 학습자, 잠재적 학습자 집단의 확대로 이해할 수도 있다.

즉 한국어 학습에 대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도전을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우리는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 있다. 정규 교육, 체계적인 교육 중심으로 발전해 온 기존의 한국어 교육계의 경험과 이론이 최근의 새로운 한국어 교육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폭발적인 학습 수요를 감당할 교육기관의 설립과 운영, 교사의 조달에 여러 이유로 국가와 기존 한국어 교육기관의 참여도 쉽지 않았다.

결국 새롭게 형성되는 한국어 교육현장은 시장 논리에 의하여 비전문적인 한국어 교육기관, 충분히 훈련받지 아니한 교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규모의 확대에 비하여 내실 있는 교육의 실시가 뒤따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국가에 요구하고 싶다. 세종학당과 같은 국가 주도의 한국어 교육기관이 설치되고 세종교실을 지정하는 등 능동적인 대응을 엿볼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현장 요구를 다 수용할 수 없다.

세계 곳곳의 잠재적 학습자 집단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의 개발, 한국어 교재의 개발, 전문 교사의 육성 등이 시급하다. 기존의 한국어 교육계가 구축해 온 한국어 교육 전문성은 비교적 학습 능력을 갖춘 학습자, 효율적 교육이 보장되는 대학 내 교육 등이 중심이 되었던 만큼 최근의 학습자의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볼 때 현시점에서 잠재적 학습자를 실질적인 학습자로 전환시키는 데에는 국가와 교육 전문가 집단의 좀 더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기존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 체계는 이들에게 분명히 어려운 문법 체계로 인식될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한국어 교육 방식을 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한다면 재미없는 한국어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의 한류 기반 학습자, 한국 내 취업 목적의 학습자의 특성이 어떠한지, 이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쉽고 재있는 한국어 교육 체계를 구축할 때 진정한 학습자 집단의 형성이 가능할 것이다.

세계 곳곳의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입문 또는 초급 단계의 학습자가 상위 단계로 진급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음을 국가와 한국어 교육계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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