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경찰을 친구로 둔 ‘한인회’
상태바
현지 경찰을 친구로 둔 ‘한인회’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1.07.05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별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

모국이 아닌 지역에서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재외동포들. 치안 문제는 공통의 관심사다. 이에 일부 지역 한인회들은 현지 경찰 당국과 관계를 맺으며 한인사회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롱아일랜드시티를 관할하는 108경찰서에 ‘올해의 경찰상’을 수여하는 미국 퀸즈한인회, 중국 북경 공안국 경찰을 초청해 재중한인들이 알아야 할 중국 법규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는 재중국한국인회 등이 대표적인 예. 현지 경찰 관계자들과 주기적인 모임을 갖는 타코마한인회 역시 현지 경찰과의 네트워크를 도모하는 한인회 중 하나다.

하지만 각 지역 한인회의 이 같은 노력들은 현지 환경을 고려해 복잡하게 얽히기도 한다.

시드니한인회, 조심스럽게

다민족 국가에서 어느 한 민족에 대한 특별대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칫 민족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다민족 국가로 일컬어지는 호주의 한인사회는 경찰 당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되, 조심성을 견지하고자 한다.

시드니한인회 우동훈 사무총장은 “호주 경찰들에게 한인들의 질서를 유지하게끔 노력해달라는 부탁은 자칫 내부 간섭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한인회는) 경찰에 상황을 전달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 사무총장은 또한 “다민족 국가에서 한인들은 자기 민족의 이익만을 추구할 수 없다”며 “단지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드니한인회는 호주 경찰 당국이 3개월에 1번 진행하는 안전대책회의에 참석해 경찰들의 중점 업무, 범죄유형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방범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매년 ‘한국의 날’ 지역 경찰들을 초청해 어울리는 것도 눈길을 끈다.


필리핀한인총연, 적극적으로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필리핀. 그 어느 때보다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필리핀 한인사회는 현지 경찰 당국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무엇보다 한인사회 안전 제고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필리핀 경찰 당국의 특징이다.

필리핀 경찰청에는 지역 한인회와 연계되는 ‘한인특별연락소’(Special Liasing Post for Korean)가 설치돼 한인 안전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경찰청 중앙에 ‘KOREAN DESK’가 설치돼 한인들의 안전을 위한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8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필리핀 아키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인들의 안전에 대해 적극 협조해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키노 대통령은 경찰청장에게 한인 안전을 위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현재 필리핀 경찰청은 필리핀한인총연합회 산하 한인회들과 함께 정기적인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 내무부 역시 필리핀대한민국대사관과 공동으로 매 분기마다 한인안전대책확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각도에서 한인사회 안전 도모에 힘쓰고 있는 것. 이 같은 필리핀 경찰들의 적극적인 조치에는 모국의 외교적 성과가 뒷받침돼 있다.

필리핀한인총연 이종섭 수석부회장은 “전에 비해 한인사건사고 발생 시 상황파악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지 경찰들은 각 지역 한인회 담당자와 동행형식으로 사건, 사고를 처리하도록 협조를 잘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재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지난 4월 교민친선 축구대회에서 교민 최대 주거지역인 한인타운 관할 '38경찰'과 최대 사업지역 아베자네다 관할'50경찰'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아르헨티나한인회, 가깝게 또 멀리

만성적인 고용 및 경제불안, 빈곤층 증가 등의 요인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취약한 치안 상황을 보이고 있는 아르헨티나. 이 때문에 현지 한인회에 있어 경찰과의 관계는 비껴갈 수 없는 숙제다.

아르헨티나한인회는 구역별(아베자네다, 백구지역)로 3,4개의 경찰서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베자네다 지역은 아베자네다상조회를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장과 면담을 갖고 지원을 받는다. 백구의 경우에는 한인자치회에서 현지 경찰에 특별경비를 지원해줌으로써 한인지역 치안에 신경을 쓰도록 압력을 넣는다.

하지만 현지 경찰들에 대해 한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아르헨티나 경찰은 지난 3월 아르헨티나 축구장에서 발생한 관중 난동 진압 중 일반인을 구타해 사망케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외국인 노숙자 단속 중 무리한 진압으로 노숙인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현지 대중들로부터 신뢰도가 현저히 실추된 상황이다.

이 같은 경찰 당국에 대한 인식은 현지 한인사회에도 퍼져 있다. 아르헨티나한인회는 “이곳 경찰은 한국과 달리 근본적인 믿음이 없기에(도둑과 같다는 개념 때문) 멀리도 가까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인회와 현지 경찰들과의 관계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칫 한인사회가 현지 정치문제에 개입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좋지 않다는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한인회는 현지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며 한인사회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 취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

시드니한인회 우동훈 사무총장은 “한인회는 경찰에 압력을 가는 입장이 아니라 한인들의 권익을 보호 받기 위한 입장”이라며 “소관 경찰서에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하는 창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