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할 것 많지만 동포자격 운운은 섭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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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할 것 많지만 동포자격 운운은 섭섭...”
  • 이계송
  • 승인 2011.06.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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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계송 / 본지 해외편집위원,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이계송 회장
- 정광일 민주회의 사무총장 글을 읽고…

“교포로 사시나요? 동포로 사시나요?” 최근 민주당의 해외조직으로 알려진 세계한인민주회의(의장 손학규) 정광일 사무총장이 쓴 칼럼의 제목이다. 이 글을 요약하면 “모든 동포들은 잘 하고 있는데, 미국 교포들만은 형편없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정 총장은 “동포와 교포가 왜 다른가?”를 길게 설명하면서, “교포”를 “동포”라고 고쳐 부르도록 하는 데 자기가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전세계에 "더부살이 교(僑)자 추방 캠페인“을 벌인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불과 4개월 전이라고 한다.

교포냐? 동포냐? 이미 수십년전부터 나온 얘기다. 그리고 이미 오래 전부터 교포대신 동포로 사용하는 곳이 많다. 1989년도에 창간, 2년여 생존했다가 폐간한 본국 <한겨레>신문 미주판이 아마도 본격적으로 “재미동포”라는 말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동포”라는 용어 사용 때문에 한겨레신문이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지 모른다. 그 당시 “동포”라는 말은 북한이 사용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동포 여러분!”이라는 말은 “북한 빨강이들이나 쓰는 말인데, 너 빨갱이 XX 아니냐?”라고 비난을 받았던 무서운 시대에 <한겨레신문>이 감히 “동포”라고 썼던 것이다. 그것이 폐간 사유의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필자는 추측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군사독제가 <한겨레신문>을 빨갱이 신문으로 악선전하고, 현지 공관은 동포사회 사업가들에게 광고를 싣지 않도록 무언의 압력을 넣었던 시대에 <한겨레신문>이 “동포”라는 말을 사용했으니 더더욱 빨갱이 신문을 자임했던 것이다. 색깔 노이로제에 걸려 있던 한국의 민주당이 20년 전이었다면 “동포”라는 말을 감히 사용할 수 있었을까?

시대가 좋아져 언제부터인가 “동포”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크게 거부감이 없게 되었다. 그것이 불과 10년 안팎이다. 우리 해외 동포들은 그런 아픔을 안고 있다. 누군들 “교포”로 살고 싶겠는가? 어떻게 보면 교포냐 동포냐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교포란 말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고, 우리는 “곁다리 떠돌이”처럼 살아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새삼 동포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다만, 지금부터라도 동포라고 통일해서 쓰자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말장난(?)보다 본질이다. 진짜 동포를 아낀다면 동포끼리 상처나 주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 정 총장 말대로 “같은 어머니 배 속에서 태어났다는 한 핏줄 한 형제를 뜻하는 '동포(同胞)'가 아닌가?

교포들 때문에 한인동포들이 창피하다?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면 한국의 정치권은 어떤가? 정 총장이 “내년 4월 재외국민 선거를 앞두고 미주 한인사회가 동포사회 수준이 될지 교포사회 수준이 될지도 두고 볼 일이다.”라며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너무 일방적인 얘기다. 이미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미주동포사회를 분할해 놓고 있다는 소문은 그냥 소문일까? 미주동포들이야말로 이 두 당이 선거를 전후해서 동포사회를 어떻게 할지 지켜볼 것이다.

어느 사회든 정치라는 것이 있다. 본국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서로 싸우면서 정치를 하듯이, 해외동포사회도 자리싸움도 하고, 어떤 문제를 두고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끼리 패거리 싸움도 한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게 정치의 영역이니 어쩌랴. 정 총장은 "맨날 싸움만 하는 곳에서는 동포라는 표현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 그런 곳에서는 차라리 교포가 맞다"고 남의 얘기처럼 쏘아 붙였는데, 참으로 가슴을 도려내는 말이다. 우리가 동포가 맞다면 서로 상처 주는 말만은 삼가 했으면 좋겠다.

물론 재미동포가 해외동포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타 지역 동포사회에 대한 아량과 포용력도 필요하고, 고쳐가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충고는 고맙고, 당연히 그렇게 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모두가 잘해보자고 하는 얘기인줄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동포자격”까지 운운하는 것은 듣기가 좀 거북스럽다. 동포사회를 한인회가 대표한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훨씬 더 큰 영역들이 있고, 잘 하고 있는 한인단체들도 수없이 많다. “집단퇴장”, 비난 받을 일이었지만, 재미동포사회의 전체의 모습은 아니다. 대한민국도 정치권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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