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아가는 저 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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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아가는 저 새들은
  • 최미자(재미 수필가)
  • 승인 2011.06.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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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자 / 재미 수필가

미국 남가주 샌디에고에서 살고 있는 재미수필가 최미자씨가 미국 생활의 소박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레몬향기처럼>(2007) <샌디에고 암탉>(2010) 등의 수필집을 발간한 그는 재미동포들이 일상에서 겪는 삶을 그려낼 예정이다.[편집자주]

작가가 손수 가꾸는 집 안뜰에 노란 쑥갓 꽃이 피어있다.
오월 하순 조용한 토요일이다. 길의 자동차 소리도 거의 없으니 새들의 노랫소리가 또렷하게 귀가에 다가온다. 얼마 전 ‘분노한 지구’라는 미국방송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텍사스 토네이도가 스쳐 간 동네의 처절함은 3월에 일어난 일본의 해일처럼 참혹했다.

샌디에고는 기온이 온화한 편이지만 올해는 봄이 왔는가 하면 밤 기온은 쌀쌀해 새둥지 속 새끼들이 걱정된다. 하긴 도심지 빌딩 모퉁이에서 담요 한두 장에 웅크리고 잠을 자는 집 없는 미국인 노숙자들도 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그리 살아가야 하는지. 제각각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나에게 늘 철학이다.

변하는 기후 때문인지 예전에 듣지 못했던 새들의 울음소리에 호기심이 생긴 나는 디지털 사진기를 들고 뜰로 나간다. 후각과 시각이 발달한 녀석들에게 발각될까 봐 조심조심. 휘파람새뿐 아니라 이름 모르는 새들과 꼬리 깃털이 쫑긋 솟은 굴뚝새도 종종 나타난다.

요즈음 세간의 화제는 추문의 남자들이다. 자손들을 많이 퍼뜨린다며 젊은 여자들만 거느렸던 빈 라덴. 오사마 빈 라덴은 그의 아내와 자식들도 복수심 강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의 뜻에 복종하며 자랄 것인지 생각해 보았을까.

프랑스 차기 대통령 후보감이라는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호텔 종업원 성희롱 사건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케네디가 출신 마리아 슈라이버의 별거와 영화배우 출신 캘리포니아 전 주지사 슈워제네거의 외도는 세상의 여성들에게 충격이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클린턴 대통령이 바람을 피울 때도 일부 남자들은 힐러리 클린턴을 비난했다. 변호사인 부인이 남편이 바람나도록 원인을 제공했을 거라고. 역시 지혜로운 아내 힐러리 클린턴은 남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딸 첼시와 가정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권력을 이용한 파렴치한 성추행이 만연한 세상이지만, 힐러리처럼 남편의 실수를 포용하며 살아가는 속 깊은 아내들이 세상에는 더 많다.

어릴 적 나는 한 친척 어른이 나이 60에 바람나는 걸 보고 놀랐다. 어머니하고만 살아가는 성실한 친정아버지만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지난날 고국에서 교직 생활할 때 가정방문을 가던 날, 한 학생의 집에 두 부인과 가족이 함께 사는 걸 보고 그날 친정어머니와 밤새도록 남자들의 생리에 대하여 흥미로운 토론도 했다.

하긴 잘 산다는 양반 아저씨들은 첩을 거느렸고, 우리나라 역대 임금들도 세손을 얻기 위해 여러 아내와 후궁들을 거느리며 대부분 단명했지 않던가. 내가 알던 어느 여교사의 남편도 슈워제네거처럼 대낮에 가정부와 정사를 나누던 일도 있었다. 당시 그런 이야기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던 나를 무척 서글프게 했다.

인과응보인가. 아내들의 반란인가. 미국에 내가 이민 와 사는 동안 대한민국은 참 많이 변했다. 요즈음은 아내들도 바람피우고 남편에게 폭력까지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비도덕적인 환경에서 자녀는 무슨 생각을 하며 자랄까. 중상층이 사는 내 이웃의 미국 남편들은 주말이면 정원 일과 집 수선으로 허리가 휘도록 일한다. 맞벌이 아내를 돕느라 요리까지 하는 남편도 많다.

변덕스런 날씨 아래 작은 새 한 쌍이 둥지를 오가며 가족을 지키는 애처로운 모습을 보면서 잠시 세상을 더럽히는 인간들을 생각해보았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랑도 좀 나누어주고 살아가면 복과 덕이라도 쌓을 터인데, 호강에 겨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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