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빈라덴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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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빈라덴의 죽음
  • 이계송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 승인 2011.05.20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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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송 한인회장

지난달 중국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날, 시카고 공항에서 빈라덴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역사의 한 단원이 막을 내리고 이제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왜 한 사람의 죽음이 그토록 역사의 전환점을 마련한 것일까?

지구촌 현대사는 세계 최고의 권력자인 미국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변화를 가져왔다. 빈라덴의 죽음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고, 그 공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대통령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오바마는 미국이 10억의 무슬림과 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해왔다. 미국의 중동전쟁이 석유 확보를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전쟁에 이기더라도 석유는 공짜로 빼앗아 올 수 없고 돈 내고 구입해야 하는 것이라면 굳이 전쟁의 수단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 또한 오바마의 생각이다.

더불어 중동은 새로운 정치, 사회적 변화가 시작되었다. 아랍시민혁명은 독재자 축출과 경제적인 독립이라는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사회로의 문을 노크한 것이다. 특히 이 혁명이 온건한 일반 시민들에 의해서 주도되었음을 볼 때 알카에다와 같은 종교적 과격단체들의 정치적 사장(死藏)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오바마의 선택과 관심은 이제는 중동이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태평양 국가들이다. 이득도 없이 중동국가들을 상대로 힘을 빼기보다는 아시아 쪽에 눈을 돌리고, 중동 국가들은 자기들끼리 죽을 쑤든 말든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리비아의 경우 소극적인 미국의 개입이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선택은 옳은 것 같다. 경제적으로 떠오르는 동양 국가들과 외교적 관계를 강화함으로서 미국은 더 큰 것을 얻게 될 터이니 말이다.

빈라덴의 죽음을 두고 이런 저런 평가들이 많지만, 그의 죽음은 분명 원한에 사무쳤던 미국 시민의 한(恨)을 털어버리게 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죽음은 또한 전쟁 방식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다수의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전쟁이 아니라, 적의 수장(首長)만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조만간 신무기의 출현이 예상되고 있는데, 이 무기는 적장을 비롯한 적의 핵심만 정확히 조준하여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되면 핵무기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빈라덴은 이제 지나간 시대의 산물이 되었다. 그것이 빈라덴의 죽음의 핵심이다. 종교와 이념 갈등으로 인한 고통스러웠던 역사의 단원이 막을 내리고, 이제 지구촌은 나라와 민족간 경제와 문화의 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 3국은 앞으로 미국의 가장 큰 경쟁과 협동의 대상이 될 것이다.

변화의 시대, 조국 한반도의 선택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이런 변화를 정확히 읽어내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제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반쪽 조국인 북한 역시 이제 이런 변화의 물결을 타기 바란다. 북한은 인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 하지 않고는 아무 일도 못한다. 군량미만 신경을 쓰지 말고, 모든 인민들의 배부터 채워주어야 한다. 남한 역시 북한의 체면을 구기지 않은 선에서 인민들의 배를 채워주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북한을 개방시킬 수 있는 최대의 무기다. 이 세상에 핵무기를 가지고 동족과 세계를 위협하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는데, 이는 굶주림 때문이다. 북한에 풍선을 보내는 대신 식량을 보낸다면 북한이 굳이 핵무기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미국의 식량원조를 시작으로 모든 국민들이 베고픔에서 벗어나 경제대국을 이룩한 남한의 근대사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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