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안 겪은 조선족사업가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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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안 겪은 조선족사업가 없을 거예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1.05.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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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산 심양시고과모상무역유한공사 사장

“중국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장사는 (같이) 안 해도 정은 (계속) 나누자’. 현지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이 꼭 새겨 두어야할 말이죠. 친구나 사업 모두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해요.”

연변 출신인 김동산 심양시고과모상무역유한공사 사장도 산전수전을 다 겪어야 했다.

일찍부터 장사에 눈을 떴지만 성공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했다. 20여년 전, 옷 장사를 시작으로 그는 냉면장사 김치장사 물장사 등 안 해 본 장사가 없다. 시골출신이기에 밑천도 없고 현지사회의 장벽도 컸기 때문. 연변에서 시작해 흑룡강성 요녕성 등 각지를 돌아다녔다.

이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때는 90년대 말이었다.

“IMF 때 도산하는 한국중소기업들이 볼펜, 수성펜 등을 중국에 헐값으로 넘겼어요. 마침 제가 문구 사업을 할 때였지요. 중국은 90년대 후반에도 ‘모나미’같은 볼펜을 안 썼어요. 붓을 쓰거나 잉크를 묻혀 쓰는 펜이 전부였지요. 운 좋게도 저는 한국으로부터 물량을 싸게 공급받을 수 있었고, 볼펜은 없어서 못 팔정도로 불티나게 나갔어요.”

그를 만난 때는 19일. 김 사장은 한중경제포럼이 열린 워커힐호텔에서 “참가자 모두가 자신과 비슷한 무용담이 있을 것”이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 사장은 IMF 때 모은 돈으로 심양에 호텔을 건설했다. 그리고 한국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아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 도난경보기, 비디오 폰 등을 아파트나 현대식 건물에 설치하는 ‘홈 오토’ 시스템이었다. 2~3년 전 이를 확장한 그는 ‘홈 네트워크’에 도전했는데, 이 사업이 또 다시 대박이 났다고 한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강성해지고 잘 사는 중국인들이 많이 늘어났을 때였죠. 중국인들은 한국보다 훨씬 더 고가의 주택을 지으려고 했어요. 홈 네트워크에도 완전히 최고급 설비를 원했지요. 한국은 이 분야에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고 운때가 또 맞아 제게는 한국과의 네트워크가 있었어요. 성공이 자연스럽게 뒤따라왔던 것이지요.”

그는 심양에 홈 네트워크로 건설되는 아파트 중 절반이 자신의 사업체와 거래를 한다고 했다. 지난해 그는 이 사업에서만 우리 돈으로 15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규모도 괜찮고 설비 단가도 높은 편이다.

그는 “조선족동포로는 유일하게 심양에서 이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전체에도 이사업을 하는 동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공생공존이라는 말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 사업의 첫 번째 철학이에요. 경쟁업체들과 오히려 더 자주 만나고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만 잘되려고 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곳이 중국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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