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재외선거와 동포사회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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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재외선거와 동포사회 분열
  • 김길남
  • 승인 2011.05.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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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에 파병된 군인들은 한국선거에 참여했다. 일시적이고 부분적이었지만, 국내투표가 해외체류 국민들에게도 실시 된 적이 있었다.

1972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해외체류 또는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의 투표권이 중단됐다. 그리고 재외동포가 제기한 헌법소원이 2007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 판결로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회복됐다. 2012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시작으로 재외국민 참정권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처음으로 실시되는 2012년 재외선거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2010년 10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실시한 모의재외선거 결과, 현지 재외동포단체, 국내 각 정당의 조사 등을 통해 대체로 파악된 상태이다. 그러나 문제해결 방안에는 선거관리위원회, 정치권 그리고 재외동포사회 당사자들의 의견이 모두 다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국내선거 경험만을 토대로 여야가 합의하여 마련한 개정 선거 법안이 지난 2009년 2월 5일 국회의결을 거처 개정됐지만, 실질적으로 다수의 재외국민들이 투표에 참여 할 수 없도록 돼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재외선거인들이 등록과 투표를 위하여 공관을 직접 두 번씩이나 방문해야 하고, 공관에 설치될 1개의 투표소는 재외국민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수용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등록신청과 국외 부재자 신고를 선거일 150일 전부터 60일 사이에 해야 하고, 국내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가 되어 있지 아니한 자들의 경우에는 공관을 직접 방문하여 등록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재외동포의 경우 직업상 또는 거주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대부분 선거당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때문에 재외동포단체들은 공관 이외에 투표소 설치 확대, 투표인 증명 신분증 범위 확대,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의 순회접수 및 신고기간의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핵심요구 사항은 우편투표와 인터넷투표이다.

하지만 선관위는 투표참여의 편의성보다 재외선거의 공정성 확보 부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불법 이중국적자의 선거참여 배재 문제, 재외선거사범의 단속과 처리 문제, 불법재외선거로 인한 선거불복에 대한 대책 등을 고민하고 있다. 선관위의 대책으로는 재외선거사범의 형의 시효연장, 법원의 관할구역 특례제정, 여권발급의 제한, 입국통보와 출국제한, 외국국적 동포 재외선거범죄 혐의자의 입국제한 등이다.

반면 정치권은 소속정당의 손익계산에 급급하여 정치 논리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다.

이미 정치권은 재외국민 참정권을 실시할 수 있는 공직선거법을 2008년 12월 30일까지 제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개정시한을 2개월이나 지나 의결한 바 있다. 정치권은 재외동포들이 보수 성향이라고 믿고 있었고, 영주권을 가진 재외국민을 선거에서 제외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충돌했다.

현재에도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들은 공식 당론이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인터넷과 우편투표 실시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앞으로 소집될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어떤 형태로 법안들을 조정할지 지켜볼 일이다.

OECD 상당수의 국가에서 인터넷과 우편투표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정치권이 이를 반대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성향이 검정되지 아니한 280만의 새로운 재외유권자들의 투표결과에 확신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궁색하게 찾아낸 또 다른 이유는 재외선거 도입 후 동포사회가 정치적 이해에 따라 갈가리 분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추측 하는 것처럼 동포사회는 그렇게 미개한 사회가 아니다.

재외공관이 설치되어 있지 않는 지역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호텔에 투숙하면서 투표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해놓고, 많은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는 우편 인터넷 투표는 직접 비밀 투표가 보장되지 않아 시행할 수 없다는 정치권이나, 한국정부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외국의 영토 내 에서 발생하는 재외선거사범 처리문제만을 현안으로 내세우는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렇다고 하지만 재외선거 때문에 동포사회가 갈가리 분열된다는 주장은 재외동포사회는 민주주의를 경험해보지 못한 미개사회로 매도하는 것으로 아주 잘못된 주장이다.

정권의 유지나 쟁취가 정당설립의 목적이라 하지만 헌법 24조에 규정한 국민의 참정권이 헌법적 기본권이라면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14조에 규정한 거주이전의 자유는 헌법적 자유권이라 할 수 있다.

김길남 / 18대 미주총연 회장, 단국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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