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평통’의 분발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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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평통’의 분발을 기대하며…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1.05.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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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봉섭 / 전 재외동포재단 전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출범 30년을 맞는다. “삼십에 스스로 섰다”(三十而立)는 공자(孔子)의 말을 빗대지 않더라도 평통은 대한민국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 정책자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세울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2년 전, 이명박 대통령은 평통 국내지역회의 개회사(2008.9.23)에서 “제2의 창립, 조직 일신, 일하는 조직, 통일과 통일 이후 준비 조직, 건강한 조직”으로 평통이 쇄신되길 희망했다. “대통령과 국민이 소통하는 창구, 평화통일시대를 여는 국민운동 중심체, 8천만 한민족 통일역량 결집, 700만 재외동포를 묶는 글로벌 네트워크 중심”의 역할도 주문했다. 이런 대통령의 의지가 오는 7월 1일부터 활동할 제15기(∼2013.6.30) 평통, 그 중에서도 해외평통에서 어떻게 구현될지가 궁금하다.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불과 몇 개월 남지 않은 미묘한 시점에 ‘해외동포대표’ 자격으로 자문위원에 위촉된 3,400여 인사들의 면모가 어떨지, 본연의 임무에 얼마나 충실할지, 자신이 속한 정파·지역·계층의 이해나 압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인지도 궁금하다.

따라서 향후 2년간 통일정책과 관련된 “여론 수렴, 국민적 합의 도출, 범민족적 의지·역량 결집, 기타 자문·건의”를 감당할 평통 해외지역회의·협의회의 진군(進軍)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다음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우선, 해외평통은 존재감부터 회복해야 한다. “유력정치인의 사조직, 특정정당의 선거조직, 어설픈 관변단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는 일이 급선무다. 글로벌시대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되 정부정책의 일방통행식 선전통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둘째, 조직 자율성, 지역 대표성, 직능 전문성, 풀뿌리참여, 노·장·청(老壯靑) 조화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가 가감 없이 상향 전달되어야 한다. 의제(agenda)의 범위와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킴으로써 민족통일이나 국가안보 관련 이슈뿐만 아니라 차세대양성, 민족교육과 같은 미래이슈들까지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

셋째, 해외자문위원 개개인이 축적해 놓은 최첨단지식·정보의 가치를 존중하고, 거주국 주류사회와 상호소통할 수 있는 민간외교역량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재외사회와 모국관계를 유연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유태인 디아스포라(diaspora)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때, 현 단계에서의 역할모델(role model)로는 세계유태인회의(World Jewish Congress, 1936년 제네바 창립. 현재 본부는 미국 뉴욕)가 가장 적합하다. 북미, 남미, 유럽, 유로-아시아, 이스라엘 등 5개 대륙지부와 120여 국가의 유태인공동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 네트워크조직의 맨 파워·외교력·자금동원력을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넷째, 오랜 해외거주 경험과 생존 노하우를 갖고 있는 민족일수록 자민족생존과 민간주도, 모국과 해외디아스포라 파트너십, 현지 정치력신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후속세대의 정체성 약화, 민족교육 쇠퇴, 현지동화 확산으로 인한 공동체미래의 불확실성에도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우리 재외동포사회도 예외일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플랜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섯째,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재외동포사회가 이민1세 중심에서 현지 출생자 중심으로 리더십이 넘어가고 있다. 현지 주류화에 성공한 이민2세 이하 세대의 의견들을 최대한 수렴하여 해외평통의 활용가치를 극대화해 나가지 않는다면 그 존재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재외동포 핵심거주지역에 재외사무처를 설치하여 해외지역회의와 협의회를 상시 네트워크하는 지원시스템을 갖추며, 중장기적으로는 해외평통을 평통 조직에서 완전히 분리·독립시키는 방안까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내국인의 시각에서 재외동포사회를 몰(沒)역사적으로 재단하던 예전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을 만큼 성숙해졌다. 해외거주자들에게 일방적인 충성과 기여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한민국과 700만 재외동포사회, 그리고 8천만 한민족의 미래를 해외평통의 환골탈태(換骨奪胎)에서 엿본다면 너무 지나친 욕심일까. 제15기 해외평통의 분투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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