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뻬째르’가 러시아의 관문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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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째르’가 러시아의 관문될 것”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1.05.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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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종수 상트페테르부르크한인회 초대회장

박종수 상트페테르부르크한인회장
지난 4월 2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이하 뻬째르)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한인회가 설립됐다. 초대회장은 박종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교수(정치·경제학).

3명 후보가 참여한 선거에서 그는 전체 유권자의 60%가 넘는 표를 획득했다.

2000년대 모스크바에서 일한 그는 뻬째르에서 오래 터전을 닦은 후보가 아니다. 그의 당선은 때문에 조금 예상을 깼다.

“손학규 대표가 최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것과 비슷해요. 당초 40~50명일 것으로 예상됐던 회장선거에는 뜻밖에 200명 넘게 참여했어요. 선거에 관심밖일 것 같던 현대차 직원들과 유학생 등 부동표 층이 참여했고, 제 공약에 표를 던져준 덕분에 당선된 것 같아요."

그는 지난 4일 “러시아와 한국의 정치·역사적 관계를 설명하는 책을 출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러시아와 한국이 수교를 맺은 1990년에 뻬째르대에서 정치·경제학과에 입학한 1세대 유학파이다. 때문에 러시아 인맥이 누구보다 두터운 강점을 가졌다. 그는 러시아 대사관에서 1급 서기관, 참사관으로도 일한 바 있다.

“‘모스크바의 시대는 끝났다. 뻬째르의 시대가 개막될 것이다’고 주장했어요. 그리고 한국과 러시아의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공약했어요. 모스크바 한인들이 들으면 불쾌해 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뻬째르 시대를 선언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푸틴, 메드베데프 그리고 주요관직 인물들이 모두 뻬째르 국립대 출신이에요. 러시아는 ‘짜르’ 즉 왕권주의 통치제도가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에요. 한번 통치권을 가지면 쉽게 무너지지 않지요. 푸틴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신망은 제정 러시아 ‘뾰드르’ 대제 이후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어요. 뻬째르 시대는 최소 70년 이상 지속될 것입니다.”

박 회장은 “이곳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설립된 것은 한-러 관계 행운”이라고 말했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유일하게 현대가 투자를 했고 이 점이 러시아에 신뢰를 줄 수 있었다면서.

한편 한인사회도 현대 및 관련사 직원과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400~500명에 불과했던 수치가 1년 사이에 1300명 수준으로 급속히 커졌다. 또한 러시아 정부투자가 모스크바에서 뻬째르로 이동하면서 한인사회도 크게 팽창할 것이라고 그는 보았다.

박 회장은 이번 회장 선거에서 자녀들의 한국어교육문제, 한국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 한국 항공사 직항 문제 등을 거론했다. 교민들이 실생활에서 갖고 있는 문제점을 파고들은 것. 또한 “이범진 초대 러시아 공사를 비롯한 구한말 선조들의 활동지역을 성역화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뻬째르는 세계 최초인 1897년, 김병옥 당시 서기관이 한국학을 가르쳤던 곳입니다. 한러관계에 유서 깊은 곳이 많아요. 또한 이곳은 아관파천을 단행, 친일파를 몰아낸 이범진 공사가 1910년 국권피탈 때 자결한 역사를 갖고 있어요. 어렵게 지난 10년 동안 노력해서 이분이 묻힌 부근을 찾고 묘비를 세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범진 공사가 돌아가셨던 아파트가 보존이 제대로 안된 채 현지인들이 살고 있어요. 우리정부가 그의 뜻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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