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일군 한상의 꿈”
상태바
“유럽에서 일군 한상의 꿈”
  • 오재범 기자
  • 승인 2011.03.24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한상포럼 실황중계 1탄. 오스트리아 영산 박종범 회장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김우전 전 대우그룹 회장이 90년대 초 세상에 외치던 ‘세계화’의 구호였다. 하지만 김회장의 대우그룹은 IMF를 겪으면서 한순간에 공중분해됐다. 그가 몸소 실천했던 '세계화'는 대우그룹의 해체와 함께 흔적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그 가능성을 곳곳에 남겨뒀고 지금은 그 후배들이 활약하고 있다.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한상(韓商). 당신이 주인공이다.”

영산그룹 박종범 회장(사진)은 동유럽을 대상으로 무역, 제조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전세계가 그의 무대다. 불과 12년전 그는 IMF 때문에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하고, 맨손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사업을 시작해 단숨에 거상이 된 것이다.

그가 지난 17일 고향을 방문해 전남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한상포럼 첫 번째 강사로 나서 노하우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가)아직은 더 뛰어야 하기에 감히 여러 후배들에게 조언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기회도 흔치 않은 법이라 제가 겪었던 현지 사례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그는 우선 회사명이 만들어진 연유부터 설명했다.

“영산강과 제 세례명인 카르멜로(영스러운 산)에서 그룹명을 따왔습니다.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과 더불어 사는 목표를 가지고 지었습니다.”

그는 98년 이전에는 KIA그룹에서 근무했다. 유럽 지사장으로 나온 회사 내 인재였다. 하지만 IMF가 발생했고, 회사는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직급이 높던 그는 구조조정 1순위였다고.

“이렇게 한국으로 돌아갈 순 없었습니다. 또한 여기에서 교육받던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시켜보자는 마음에서 독립을 선언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이미 탄탄한 사회구조가 구성돼 있어 외국인이 사업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 그는 독일어가 가능한 여직원 1명. 자본금 10만 달러로 사무실을 차리고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유럽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동구권에 주목했다. 1992년 동구권 개방됐기 때문에 아직까지 틈새시장이 남아있었다.

“KIA 빼지를 때자... 옛날에 내가 법인장(부장)이었어... 모든 것을 잊자”

그는 처음 남들에게 쉽게 보이지 않지만, 접근이 가능한 제품을 다루기로 했다. 그러다가 찾아낸 아이템은 ‘사탕포장지’. 한국에서 제작해 납품하는 일을 처음 시작했다.

처음에는 순조로왔다. 하지만 위기가 바로 다가왔다. 인쇄를 맡았던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에 하자가 발생했지만, 이를 모르고 선적했던 것이다.

“무려 163만 달러의 클레임이 걸렸습니다. 제 초기 자본의 15배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었지요. 게다가 저에게 물건을 대주던 한국 업체는 도망갔습니다. 앞이 깜깜했지요.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바이어를 만나 통사정을 했습니다. 그렇게 클레임을 조금씩 줄여나갔고 남은 금액도 한번에 다 갚을 수 없으니 2년간 상환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 회장은 이를 악물고 노력해 갚았다. 덕분에 바이어에게 신뢰를 샀다. 그것이 사업에 순풍을 탄 직접적 계기였다. 그 바이어가 앞장서서 다른 아이템을 소개시켜주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무리하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연관제품부터 관심을 가졌다. 그중 한 가지가 ‘자동차’였다. 그래서 2002년부터 자동차부품을 시작으로 타이어까지 동구권에 팔기 시작했다. 익숙한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전환점이 왔다.

“당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동구권 각 국가에 대리점을 오픈하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국내기업은 LC를 받아야 제품을 선적하는데, 현지 대리점은 재정이 약해 여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에 착안해 중간자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은행을 설득해 대리점들을 위한 ‘자동차금융상품’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 대리점에 팔았습니다.”

이렇게 틈새시상을 공략한 결과가 좋았다. 사업이 안정화 되자 자동차 분해, 조립을 시작했다.

“자동차 제조업체 중 버스, 트럭 등 왼쪽, 오른쪽 핸들을 만들지 않습니다. 이는 승용차와 달리 제작수량이 적기 때문입니다. 또 완성차는 세금이 높지만, 부속은 세금이 낮은 것에 착안했습니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그러나 꼭 필요한 제품을 다루는 사업들은 지금 궤도에 올라 지금은 슬로바키아 자동차 부품조립공장을 짓고 있으며, 칼린그라드에는 국내 모 기업과 함께 합작 보일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등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한국, 러시아 등 15개국 20여개 사업장으로 늘어났다.

영산그룹 1년 매출은 얼마나 될까. 2008년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이래 2009년 리먼 사태를 겪으면서 회사 매출이 약간 주춤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5000만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직원에 대한 인간적 대우, 아프리카, 한국 경쟁력 응용, 독서가 힘이다.”

그가 최근 전남 여수에서 합작공장을 지은 특수장갑의 경우 우리나라 제품이 유럽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또 태양광모듈 단품제작은 중국이 우세를 가지고 있어 한국-유럽을 잇는 삼각무역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세계곳곳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그가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저는 신앙인이고, 무엇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 우리가 더불어서 같이 살고 '회사주인이라고 느끼게 해 줬을 때 효과가 높았습니다.”

그는 직원 대우를 우선시 한다. 또 동기부여도 중요하다. 실례로 동구권 직원들에게 한국관광을 시켜줬더니 사기가 많이 올라갔다고.

“우리는 동시에 기업이윤 환원과 문화이해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에서 한국문화, 예술을 한민족과 현지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매년 축구, 테니스, 농구 등 여러 스포츠대회를 개최하는 편입니다.”

박 회장은 1년에 220일 넘게 해외출장을 다닌다. 그 와중에 짬짬이 독서를 자주 하는 편이라고, 그래서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주 책을 선물한다. ‘스티브잡스_무한혁신의 비밀’은 1월, ‘정주영_리더쉽’은 2월 달에 돌렸다. 이날 포럼을 듣던 전남대 학생들에게는 ‘일본전산이야기’를 추천했다.

“①바이어 클레임 적극해결, ②거래선(상대방)이 예측가능하게 해주기, ③품질, 납기, 가격 3가지는 최대한 지킨다.”

최근에 진행된 한국-EU FTA협상이 오는 7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혜택이 큰 분야는 완성차, 기계, 화학 등으로 수입이 다변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회사도 유럽 내 각 국가별 의중을 파악하는 동시에 여러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안과 함께 감동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까지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유럽국가 중 슬로바키아에서는 한국제품의 인기가 좋다. 총 수입액의 28%가 한국산일 정도. 또 유럽 내 제조업이 동유럽으로 이동 중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아이템도 개발해야 한다.

그는 유럽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고임금, 고물가, 고율의 세금이 존재하는 곳이기에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공하려면 스스로의 품격을 높이싶시오. 해외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잘하고 싶은 것은 전문가가 되십시오. 머리속에서만 그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전하십시오.”

포럼 말미가 되자 그는 “아프리카, 중동, 남미, CIS 지역 등에서 경험을 닦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몇 명을 초청해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포럼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박종범 회장(왼쪽 두번째)

 


주요기사
이슈포토